경제 살아난다는데…명절 대목·임시공휴일 내수 불 지피나[추석이후 韓경제②]
한은, 가계부채 비율 상승 우려…소비 지출 제약
"소비진작책, 제한적…가계부채·부동산 잡아야"
"추석 내수 살아나기 어려워…중장기 로드맵 필요"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더 큰 도약을 공언하고 나선 가운데, 하반기 경기의 향방은 장기 침체한 내수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출 호조에 따른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 전망과 안정된 물가는 긍정적 요인이지만 다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 가계부채비율과 금리 인하 시기는 변수다.
17일 정부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국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이 경제 회복세를 확신한 지표들로는 최근의 수출 호조세, 선진국 대비 높은 성장률 전망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향 안정세를 꼽을 수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4~2.6%로 전망한다. 이는 세계은행(WB)이 지난 6월 전망한 세계 성장률 2.6%와 유사한 수준이다. WB 기준으로 보면 주요 선진국인 미국(2.5%), 유로존(0.7%), 일본(0.7%) 등의 성장률 전망치가 우리나라와 유사하거나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전망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을 3.3%, 우리나라를 2.5%로 전망했다. 선진국은 미국 2.6%, 유로존 0.9%, 일본 0.7% 등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5%로, 한국은행은 2.4%로 관측하고 있다.
2% 중후반 성장률 전망에는 10개월째 플러스를 기록 중인 수출 실적이 주요한 지표로 작용했다. 더불어 지난달 2.0%까지 내려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안정세도 한몫했다. 지난달 물가는 2021년 3월 1.9%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시 경제의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가계부채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줄었다"며 "오히려 거시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고, 가계부채 금액 자체도 2년간 많이 관리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분기 이후 다시 높아질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높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구의 소비 지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금리 인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은은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42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부진한 내수 역시 걱정거리다. 내수는 수출 강세와 엇박자를 내며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수 경기를 살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른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17만t의 성수품 공급과 함께 온·오프라인 소매점 할인행사, 전통시장 농·축·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행사 등 700억원 규모 할인지원과 민생선물세트 공급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10월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차 2일을 사용하면 최장 9일 쉴 수 있게 해 내수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진작책이 근본적인 효과를 내기는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가 안정을 잡았지만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의 상승세, 가계부채비율의 증가세 전환 우려가 부정적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이크로한 정책을 많이 해봐야 (내수 진작에) 도움이 크게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가계부채를 잡고 빨리 금리를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빨리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을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조성하는 게 가장 큰 이슈"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과 국민 경기 체감이 따로 돌아가고 있다. 소비 활성화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할인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추석도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내수) 경기가 좋아져야 성장률 2.4~2.5% 전망치도 달성할 수 있다. 재정지출을 구조조정하고 중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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