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분쟁 점입가경…지분 공개매수에 ‘주식 사주기 운동’ 맞불

이동수 2024. 9. 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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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의 김두겸 시장은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시장은 이날 설명을 통해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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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지분 매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의 김두겸 시장은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시장은 이날 설명을 통해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규정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두겸 울산시장. 뉴시스
김 시장은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 울산 미래 산업과 고려아연의 연관성, MBK의 적대적 인수 시 핵심기술 유출 우려, 지역 고용시장과 지역경제 악화 가능성, 고려아연이 향토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일 계획을 밝혔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동거’를 마감하는 상징적 조치로 지난 7월 본사를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으로 확장 이전한 바 있다.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양사의 갈등은 MBK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영풍과 MBK는 10월4일까지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매입하겠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약 2조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매수한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은 지분 2.2%를 가지고 자신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배구조를 왜곡하고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했으며, 미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으므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MBK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상법상의 절차에 따라 최 회장에 관해 제기된 문제와 의혹들을 검토한 뒤 모든 주주의 이익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영풍은 최 회장에 대해 배임, 주가조작 관여, 선관주의의무, 상법 위반, 일감몰아주기 등 5가지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 1일)을 하루 앞둔 8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켰고,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와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고려아연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MBK파트너스에 대해선 “정치권과 국내 여론에 의해 약탈적 기업사냥꾼이자 투기자본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온 곳”이라며 “경영권 인수 뒤 국외 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 기간산업인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기술의 해외로 유출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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