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망치는 '비행기 정비 결함'…항공 MRO 강화는 언제

김서연 기자 2024. 9. 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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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CC(저비용 항공사)들의 기체결함 문제가 대두되며 국내 항공 MRO 사업 육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LCC 여객기. /사진=뉴시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되살아났지만 최근 기체 결함으로 인한 지연이나 운항 취소 등도 잦아지면서 이용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의 정비 능력 향상을 위한 MRO(유지·보수·운영 등 정비를 의미) 산업에 관심이 모인다.

항공 MRO는 노동·기술·자본 집약산업이자 고부가 첨단 항공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2033년까지 전 세계 항공기 보유 대수가 3만8000대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항공 MRO 시장은 향후 10년간 총 1250억달러(약 180조7984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항공 MRO 시장 규모는 민수분야 기준 2조7000억원, 군수는 최대 10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항공 MRO 기업은 대한항공과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있다. 2018년 7월 설립된 KAEMS는 국토부가 인정한 유일한 공식 MRO 기업이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국내 MRO 물량의 대부분은 대한항공이 소화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부산·김포/인천·부천 3곳에서 연 80대의 대한항공 비행기를 비롯해 여객기 136대, 화물기 23대의 MRO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민항기 MRO의 46%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민수 MRO 해외 외주의 대부분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의 경우 전투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해온 탓에 기본 정비는 공군이 스스로 해결하더라도 핵심 정비는 해외에서 해야 하는 상황.

무엇보다 항공기는 제작사가 개발·양산·수출·운영유지까지 담당하는 '턴키'계약이 많아 MRO역량 강화가 항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 분야의 유수 기업들과 조인트벤처투자(둘 이상의 당사자가 공동지배의 대상이 되는 계약)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부품 납품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발·양산·수출·운영유지까지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한항공 본사 정비격납고에서 열린 대한항공 안전운항시설 및 안전관리체계 소개 행사에서 항공 정비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이다./사진=뉴스1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MRO 3위의 싱가포르의 STA를 벤치마킹 모델로 꼽는다. 1975년 싱가포르 공군이 자국의 군항기 MRO 소요 민간 이양을 위해 설립한 STA는 자국 군수 물량을 기반으로 MRO 사업을 키웠다. 개발에서 운영유지까지 '원스톱 솔루션'으로 23개국에 사업을 확대했다.

싱가포르는 현재 셀레타르공항 인근에 320만㎡ 규모의 항공·우주산업 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 발표 자료를 보면 싱가포르 항공 MRO 산업은 세계시장의 10%, 아시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해외 업체 유치와 투자를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 보잉,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허니웰, 굿리치 등 130여개의 업체가 기체, 엔진, 구성품 전 분야의 MRO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LCC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 항공 MRO 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티웨이항공 등 기체결함으로 인해 LCC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형 항공사가 아닌 LCC의 경우 전용 MRO 시설이 없어 고급 정비 자체가 어려워 기체결함을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LCC의 민항기 일부 정비는 KAEMS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EMS는 올해 공기구·비품 추가 도입을 포함해 4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 중이다. KAI는 장기적으로 경남 사천 일대에 대규모 MRO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내년에는 175억원까지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상재 KAI 전무는 "항공기의 획득비와 유지비 비율은 2대 8 정도인데 현재 국산기, 직도입 기능은 모두 운영·유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MRO 관련 핵심기술 확보 없이는 개발과 수출을 우리가 해도 돈은 해외 OEM 업체가 번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MRO는 시설만으로 경력을 갖추는 게 아니라 정비와 부품 생태계가 공존해야 존속이 가능하다"며 "항공기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업체가 늘어야 MRO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해지는 만큼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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