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감미료 안 쓰는 ‘적당한 달콤함’에 승부… 韓 보리차 훌륭”
‘조금만 달콤하다(Just a Tad Sweet).’ 어니스트 티(Honest Tea)는 1998년 이 같은 정체성을 내걸고 미국에서 출범한 기업이다. 국내에선 생소한 음료 브랜드지만, 미국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코카콜라 컴퍼니(이하 코카콜라)는 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눈여겨보고 2008년 지분 40%, 2011년 나머지 지분 60%를 차례로 인수했다.
어니스트 티는 경쟁사보다 설탕 함량이 낮고 유기농, 공정 무역으로 생산한 차(茶)를 선보이며 당시 음료 시장을 뒤흔들었다. 어니스트 티의 매출은 2008년 3800만달러(약 508억600만원)에서 2018년 5억달러(약 6685억원)로 급성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가 즐겨 찾는 음료로 유명하다.
코카콜라는 유리병 음료의 수요 감소, 펩시코의 퓨어 리프(Pure Leaf)에 밀리는 차 시장점유율, 자사 골드 피크(Gold Peak) 제품과 어니스트 티의 소비자 중복 문제 등을 이유로 2022년 “어니스트 키즈 제품을 제외한 어니스트 티의 생산·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어니스트 티를 공동 창업했던 배리 네일버프 예일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당시 그의 예일대 제자였던 세스 골드먼이 약 24년 만인 2022년 다시 뭉쳐 저당 음료를 출시했다. ‘딱 적당히 달콤하다(Just Sweet Enough)’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저스트 아이스 티(Just Ice Tea)다. 설탕을 거의 안 쓰는 대신 아가베(선인장의 일종) 시럽으로 적당한 단맛을 내고, 또는 아무런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무가당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네일버프 어니스트 티 공동 창업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저스트 아이스 티를 시작한 이유는.
“어니스트 티는 공정 무역 차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식품 기업 중 하나다. 골드먼과 나는 농부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코카콜라가 어니스트 티 생산을 중단하며 시장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코카콜라가 떠난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해 매대에 올렸다고.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유기농 및 코셔(Kosher) 인증을 받는 데만 해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우리는 이전에 어니스트 티를 생산해 주던 공장과 곧바로 다시 협력할 수 있었고, 그들은 우리와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걸 기뻐했다. 뛰어난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력해 2주 만에 라벨을 완성했고,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은 제품을 맛보지 않고 저스트 아이스 티를 매장에 진열했다. 골드먼과 나의 평판을 신뢰하고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딱 적당히 달콤하다’는 의미는.
“저스트 아이스 티는 무당 음료가 아니다. ‘딱 적당히 달콤한’ 음료다. 아스피린 한 알은 두통을 치료하지만, 한 병을 다 먹으면 사람이 죽일 수도 있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첨가하면 쓴맛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건강한 음료를 액상 사탕으로 바꿔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딱 적당히 달콤한’ 선택지를 제공하려고 했다. 어니스트 티는 공정 무역 설탕, 꿀, 아가베·메이플 시럽을 감미료로 사용했다. 저스트 아이스 티는 유리병 제품의 경우 설탕을 전혀 쓰지 않고 아가베 시럽으로만 단맛을 낸다. 최근 출시한 저스트 아이스티 캔 음료 제품에서만 공정 무역 설탕을 사용한다. 저스트 아이스 티는 별도의 무가당 제품군도 갖추고 있다. 감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음료다. 제로 슈거는 일반적으로 설탕을 안 쓰는 대신에 인공감미료나 스테비아 같은 고강도 감미료를 사용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저스트 아이스 티의 무가당 제품은 이런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객이 차 본연의 맛이 나는 음료를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대체 감미료도 적당히 사용한다면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카탈리나 크런치 제로 슈거’ 시리얼을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제품이 대체 감미료를 과하게 사용해, ‘딱 적당히 달콤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코카콜라 제로 슈거는 코카콜라보다 맛이 더 달다.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지만 실제로는 매우 달콤한 맛을 내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큰 이점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강한 강도의 맛에 익숙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딱 적당히 달콤한’ 차의 은은한 맛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저스트 아이스 티의 목표는.
“저스트 아이스 티가 주류 음료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타협 없이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우리 농부들의 삶에도 변화를 주고 싶다. 그래서 골드먼은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농부들을 만나고 있다. 고객의 건강에도 한 모금씩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한때 친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나 훌륭한 지도자 선출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며 우울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그런 사람들 역시 마실 음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카콜라에 어니스트 티를 매각한 걸 후회하지 않았나.
“어니스트 티를 코카콜라에 매각한 2008년 2월 직후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금융 위기 직후 은행은 신용 한도를 축소하고 나섰다. 코카콜라 없이 우리만으로 살아남았을지 확신할 수 없다.”
코카콜라는 2008년 어니스트 티 지분 40%를 인수했고, 이때 잔여 지분 60%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계약서에 포함했다. 이 계약에 따라 2011년 나머지 지분 전부를 사들였다. 한편, 어니스트 티는 오프라 윈프리가 즐겨 찾는 음료로 입소문을 타며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했는데, 이는 2001년 네일버프 공동 창업자와 윈프리의 만남이 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요가 수업에서 우연히 윈프리를 마주쳤을 때 항상 가지고 다니던 어니스트 티를 건네 윈프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일화다. 네일버프 공동 창업자는 2012년 알코올을 첨가한 콤부차인 콤브루차(Kombrewcha)를 창립해 2016년 세계 최대 맥주 회사 AB인베브에 매각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생각하나, 교수라고 생각하나.
“나는 ‘또는(or)’보다 ‘그리고(and)’를 믿는다. 왜 내가 기업가이면서 교수가 될 수 없겠나. 사실 교수로서 진행한 연구의 많은 부분이 대체 이론보다는 보완 이론이었다. 보완이론은 A를 더 많이 하는 것이 B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내용이다.”
제자였던 골드먼은 어떤 점에서 특별했나.
“골드먼은 솔선수범하며 이끈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나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된다. 한때는 내가 그의 교수였지만, 이제는 내가 그의 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네일버프는 추신(P.S.)에 “당신이 묻지 않은 게 하나 있다. ‘골드먼과 의견이 맞지 않은 적은 없나’는 질문이다. ‘있다’가 내 대답이다” 라고 썼다. 그는 “난 우리가 보리차 음료를 만들길 원했다. 한국에 갔을 때 보리차를 처음 마셔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골드먼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코노미조선’ 독자가 그에게 편지를 써서 그의 마음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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