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교한 타자였는데..반등 없었던 맥닐, ‘왕년 타격왕’ 몰락 시작?[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 타격왕의 몰락이 시작된 것일까. 맥닐이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뉴욕 메츠 제프 맥닐은 지난 9월 8일(한국시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루 전인 7일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손목에 사구를 맞았고 손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기습번트 모션을 취했다가 배트를 거둬들이는 동작에서 신시내티 좌완 브랜든 윌리엄슨의 시속 74마일 커브가 우측 손목을 강타했다. 빠른 공이 아니었지만 맥닐은 큰 부상을 당했다.
골절 부상을 당한 맥닐은 최소 4주, 최대 6주의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 이제 정규시즌 종료까지 겨우 약 2주가 남은 만큼 정규시즌 내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츠가 포스트시즌에 오를 경우 포스트시즌 무대에서의 합류는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맥닐은 메츠의 주전 2루수. 2루수면서 코너 외야수까지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팀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큰 선수. 하지만 타격 성적을 보면 맥닐의 이탈이 메츠에 큰 악재처럼 보이지 않는다. 올시즌 계속 부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맥닐은 올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238/.308/.384 12홈런 44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홈런 12개는 23홈런을 기록한 커리어 하이 2019년 이후 최다 홈런. 하지만 홈런 갯수를 제외하면 맥닐은 사실상 커리어 로우에 가까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타율 0.238은 데뷔 7년만에 최악의 수치다. 통산 4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종전 최저 타율이 0.251이었던 맥닐은 처음으로 타율 2할 5푼 미만을 기록했다. OPS 0.692는 종전 커리어 로우 시즌인 2021년(0.67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51/.319/.360 7홈런 35타점 3도루를 기록한 2021년에 비해 2루타 갯수(2021년 19개, 2024년 26개)가 늘어난 덕분에 커리어 로우를 면했지만 여전히 최악의 부진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맥닐은 빅리그를 대표하는 정교한 타자였다. 장타력은 부족했고 타구 속도, 강타 비율, 배럴타구 비율 등도 리그 평균을 크게 밑돌았으며 엄청나게 빠른 발을 가진 타자도 아니었지만 정교함과 컨택 능력 만큼은 최고였다.
2018년 데뷔한 맥닐은 데뷔시즌 63경기에서 .329/.381/.471 3홈런 19타점 7도루를 기록했고 신인왕 투표 6위에 올랐다.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9년에는 133경기에서 .318/.384/.531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했고 '홈런의 시대' 흐름을 타며 23홈런 75타점을 쌓았다.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단축시즌에는 52경기에서 .311/.383/.454 4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3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248경기 .319/.383/.501 30홈런 117타점 12도루. 볼넷도 적지만 삼진도 잘 당하지 않는 맥닐은 최근 정교함의 대명사가 된 루이스 아라에즈(SD)와 비교할 수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기복이 시작됐다. 2021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겪으며 최악의 한 해(120G .251/.319/.360 7HR 35RBI 3SB)를 보낸 맥닐은 2022시즌 148경기에서 .326/.382/.454 9홈런 62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완벽히 반등에 성공했고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 1위를 차지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에도 올랐다. 생애 두 번째 올스타에도 선정됐고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했다.
지난해 개인 최다인 156경기에 출전했지만 .270/.333/.378 10홈런 55타점 10도루로 비율 지표가 하락한 맥닐은 올해 반등을 노렸다. 2022시즌에 그랬듯 2024시즌에도 '짝수 해 반등'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했다. 4월을 .247/.330/.340 1홈런 7타점으로 마친 맥닐은 6월을 마친 시점에는 성적이 더 떨어졌다. 74경기 .217/.278/.306 4홈런 19타점. 오히려 출전을 하지 않는 것이 팀 타선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 수치였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맥닐은 여름에 접어들며 반등세를 보였다. 7월 한 달 동안 27경기에서 .289/.322/.566 5홈런 17타점을 기록했고 8월에는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지만 23경기 .260/.372/.480 3홈런 7타점으로 준수했다. 하지만 상승세를 다 잇지 못하고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7-8월 반등세를 보인 부분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 반등세도 전성기와는 사뭇 모습이 달랐다. 맥닐은 장타력보다는 정교함이 우선인 선수. 애초에 장타력이 강점이었던 적이 없는 선수다. 타격감을 끌어올린 시기에도 월간 타율이 3할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맥닐이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20대 중반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빅리거 생활을 시작한 맥닐은 1992년생으로 벌써 32세다. 다음시즌 개막 직후엔 33세가 되고 더이상 젊은 선수가 아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맥닐이 한 때의 부진이 아닌 기량 하락을 맞이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맥닐의 운명은 메츠에게도 중요하다. 스티브 코헨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뒤 지갑을 활짝 연 메츠는 2023시즌에 앞서 멕닐과 4년 5,00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다. 맥스 슈어저(현 TEX), 저스틴 벌랜더(현 HOU) 수준의 초고액 연봉은 아니지만 맥닐은 남은 계약기간 동안 매년 1,5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반등이 없다면 맥닐의 잔여 계약은 악성 계약으로 남을 수도 있다.
리그 최고의 정교함을 가진 타자였지만 이제는 큰 강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최악의 시즌을 보낸 맥닐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제프 맥닐)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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