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우리들의 영혼·사후세계, 그리고 전생은?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AI 시대에 인간 평균수명도 100세에서 120세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긴 수명’ 시대를 맞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죽음학 연구의 대가 종교학자와 흉악범 무료 변론으로 유명한 변호사가 만났다. 변호사는 영혼이, 사후세계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가 살인범들과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살인범들을 함께 모아놓은 감방에 수용된 한 살인범에게 밤에 잘 때 당신이 죽인 사람이 꿈에 나타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거의 매일 악몽을 꾼다고 했다.
“제가 죽인 사람이 나타날 때도 있고, 가위눌리듯 흉흉한 꿈을 늘 꾸죠. 함께 있는 다른 살인범들도 똑같아요. 그런데 혼자 쿨쿨 잘 자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저희들끼린 그래요. 저 사람은 무죄라고…. 사람 죽이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누명 쓴 것이라고요”
죽은 영혼의 저주인가, 일말의 죄의식의 영향인가. 그 변호사는 20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기업 회장 부인의 청부살인 사건도 떠올렸다.
그 부인이 자신의 사위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오해’한 여대생을 청부살인한 사건인데 변호사는 피해자 쪽 변호를 맡았다. 피해자의 부모가 억울하게 죽은 딸의 현장을 다녀와서 말했다.
“우리가 그 애의 시신에 다가가니 한쪽 눈을 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손으로 눈을 감겼더니 이번에는 다른 쪽 눈이 떠지더군요.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에 대해 죽음학 연구 학자는 처음 들어보는 사례라고 했다. 일단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는 무생물과 같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악령의 존재는 어떤가. 적어도 인간 의식 내부에라도 사악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을까.
변호사는 살인 현장을 갈 때마다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어떤 존재를 느낀다고 했다. 또 흉악범들의 눈 색깔을 보면 홍채 뒤에 무언가 막으로 씌운 듯 희미한 실루엣을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마다 영혼이 다른 것 같아요. 그들에게선 독사, 지네, 쥐, 살쾡이 같은 영혼이 느껴지죠”
그가 변호한 연쇄살인범 중에는 종교도 가지고 주변에서 성실한 사람이란 평을 듣는데 어쩌다 한 번씩 밤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듯한 쇳소리를 듣게 되는 데 그때면 참을 수가 없어 바깥으로 나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데, 자신도 어찌할 수 없고, 마음도 아프지 않다고 태연히 털어놓는다고 했다.
종교학자는 “귀신이나 유령의 존재는 무슨 업(業)인지 자기가 죽은 줄 모르거나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떠도는 것들인데 그 영혼들은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악귀의 존재는 인간의 관심과 두려움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흉악범의 범죄는 귀신의 사주가 아니라 스스로 자유선택에 따라 저질러진 것이다.
그렇다면 사후세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갈릴레오가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했지만 사람들이 오랜 기간 천동설(天動說)을 신봉해 왔듯이, 영계(靈界)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많은 자료와 논문이 나왔는데도 그걸 믿지 않고 있으니 그게 더 이상해요.”
종교학자는 “우리가 죽으면 나비가 고치를 벗고 훌훌 날아가듯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자기 영적 수준에 맞는 영혼들끼리 유유상종하며 살지만, 그곳에선 인과응보라고 부르는 ‘카르마(karma) 법칙’이 철저히 작용해 흉악범들같이 나쁜 짓을 한 친구들은 그 대가를 확실히 치러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종교학자와 변호사는 19세기 증산교의 창시자 강증산(1871~1909·본명 강일순)과의 인연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두 사람 모두 전생에서 증산교와 동학에 가담해 박해받은 전력이 있는 것 같다는 데 일치하고, 이생에서 학자는 강증산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변호사는 증산교 후손들의 변호를 맡았기 때문이다.
“제가 지금은 사람을 잘 안 만나는데 함선생 소개로 이분을 만났고, 정말 우연히 강증산과 관련된 공통점을 찾았네요. 그렇다면 우리 세명이 모두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합니다.”
종교학자의 말에 나는 또 강증산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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