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요구 아내 수갑 채워 인두로 온몸 지진 남편
1심 '살인 미수' 징역12년…2심 '사망 이를 정도 아냐' 징역7년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이혼 소송 중인 14실 연하의 아내를 수갑을 채우고 입에 재갈을 물린 뒤 하루가 넘게 감금, 흉기로 허벅지를 긋고 벌겋게 달아오른 전기인두로 온몸을 지진 남편이 있다.
이것도 부족한지 재단용 가위로 아내 신체 일부를 절단했다. 죽음 직전의 아내를 병원으로 옮긴 뒤에는 신고 여부를 감시까지 했다.
흉기를 들이대고 '눈알을 뽑겠다' '이빨을 뽑아 버리겠다' '친정 식구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1심은 남편에게서 '아내가 죽어도 좋다'는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병원에 데리고 갔고 상처가 죽음에 이를 정도가 아니다'라며 살인미수로 보지 않고 폭행죄 등만 적용해 징역 7년형을 감형했다.
◇ 한손에 흉기, 또 다른 손엔 인두 든 남편…1심 살인미수 적용
2016년 9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재석)는 아내 A 씨(당시 36세)를 죽이려 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기소된 남편 B 씨(50)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갑이 채워져 있어 전혀 반항할 수 없는 A 씨를 상대로 얼굴 등을 지지는 등 극도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A 씨는 오랜 시간 생명의 위협과 공포 속에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고 얼굴 등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고 사건 당시 끔찍한 기억은 평생 없어지기 어려워 트라우마가 크다"면서 "피고인에게 A 씨를 가해, 살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남편 몰래 많은 돈을 대출받아 갈등이 커져 혼인 관계 파탄의 원인이 된 점, B 씨가 뒤늦게나마 범행을 멈추고 A 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치료받게 한 점, B 씨가 15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선처한 형량임을 알렸다.
◇ 몰래 1억 대출받았다며 아내 폭행…집 나간 아내, 이혼소송
B는 2015년 여름 아내가 자신 몰래 1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알고 격분, 여러 차례 폭행을 행사했다. A 씨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 뒤 그해 10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소장을 받은 B는 '나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난 게 분명하다'며 이혼도, 용서도 하지 않고 복수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B는 가죽공예용 전기인두와 흉기를 준비했다.
B는 '아내를 죽인 뒤 나도 죽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2016년 2월부터 자신의 재산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운영하던 서초구의 주점을 지인에게 양도, 5000만 원을 대출받아 전처 C 씨와 사이에 낳은 딸에게 이체하는 한편 자기 재산 목록을 딸에게 전달했다.
◇ 피해자 사이에 낳은 딸 면접 교섭일을 범행 날짜로 택해
A 씨와 사이에 딸(7살)을 두고 있던 B는 A 씨가 딸을 만나기로 한, 면접 교섭일을 범행 날짜로 정하고 인두 3개, 수갑 2개, 수술용 칼, 수술용 붕대 및 테이프, 공업용 테이프, 수면제, 번개탄, 케이블타이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2016년 3월 5일, A 씨가 딸을 만나러 오자 '딸과 함께 주점에 있으니 이리로 오라'고 연락, 아내를 서초동 주점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날 낮 12시 30분 무렵 A 씨가 주점 안으로 들어오자 B는 흉기로 위협한 뒤 의자에 아내를 앉히고 양손을 뒤로 한 채 수갑을 채웠다.
아울러 입에 재갈을 물린 뒤 테이프로 봉하는 한편 케이블타이로 A 씨 팔과 의자를 단단히 연결했다.
◇ 26시간 30분 동안 감금, 끔찍한 고문…인두로 온몸 지지기, 흉기로 긋기, 신체 자르기
B는 이후 26시간 30분 동안 A 씨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문을 자행했다.
수술용 칼로 우측 허벅지를 그어 20cm 길이의 상처를 낸 뒤 피가 쏟아지자 준비해 둔 의료용 테이프로 상처를 봉합했다.
이어 가죽 공예용 전기인두로 A 씨의 입, 이마, 허벅지, 손등, 아랫배 등 온몸을 지졌다.
A 씨는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입에 테이프로 봉해진 탓에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 친정 식구 몰살, 눈알을 빼버리겠다 갖은 협박…이혼소송 취하 요구도
B는 틈틈이 A 씨에게 "이혼 소송을 취소하라" "다시 예전처럼 살아보자"고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눈알을 뽑아 버리겠다" "이빨 빼줄 테다", 심지어 "친정식구를 몰살 시키겠다"고 겁을 줬다.
아울러 "딸과 함께 우리 셋이 같이 죽자"며 A 씨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딸을 입에 올렸다.
3월 6일 아침이 밝아 온 뒤 B는 공업용 가위로 A 씨 신체 일부를 절단했다.
절단된 신체에서 피가 흐르는 가운데 A 씨는 "00아빠, 우리 다시 잘해 보자, 할 수 있다"고 통사정, "정말이지"라는 B의 답을 끌어냈다.
◇ 병원으로 아내 옮긴 남편, 신고 여부 감시…아내, 두려움에 떨다 남편 한눈 파는 사이 112신고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해주겠다'며 B가 수갑을 풀고 공업용 타이를 절단한 시간은 3월 6일 오후 3시쯤이었다.
무려 26시간 30분 동안이나 아내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것.
B는 아내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혹시나 경찰에 신고할까 싶어 옆을 떠나지 않았다.
남편의 감시에 '넘어져서 생긴 상처', '작업을 하다가 인두에 그을렸다'며 의료진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아내는 남편이 화장실을 간 틈을 이용해 경찰에 신고했다.
◇ 2심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살인미수 무죄…징역 7년형
2017년 4월 23일 2심인 서울고법 형사5부는 B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신체 일부 절단으로 인한 출혈 등의 상처가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닌 점, A 씨가 재결합 의사를 보이자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간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1심과 같이 죄질만은 극히 나쁘다고 했다.
B는 2023년 여름, 형기를 마치고 풀려났으며 그와 이혼한 A 씨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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