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만든 일드 ‘쇼군’, 에미상 휩쓸었다…박찬욱 ‘동조자’는 수상 고배

2024. 9.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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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석권한 '쇼군' 주연배우 사와이 안나(왼쪽)와 사나다 히로유키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본의 17세기 정치적 암투를 그린 미국 드라마 ‘쇼군’이 미국 최고 권위의 방송 시상식인 에미상을 휩쓸었다.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동조자’를 비롯한 한국 계열 작품들은 아쉽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쇼군’은 주요 부문인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사나다 히로유키), 여우주연상(사와이 안나) 등 18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에 이어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두 번째로 이 상을 가져갔다. 이번에 남자, 여자 주연상을 받은 두 배우는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미상을 가져갔다.

미국 CNN 방송은 “‘쇼군’이 비영어권 시리즈로 에미상 25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역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쇼군’은 17세기 초 일본의 정치적 음모를 다룬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대사 대부분이 일본어로 촬영, 미국 디즈니 계열인 FX 채널에서 자막을 달고 방송됐다. 제작자와 감독 등 주요 스태프는 미국인이지만, 출연진은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쇼군’이 미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을 휩쓸자, 일본 언론도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특히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대사) 70%가 일본어인 드라마가 미국에서 흥행한 것은 한국 드라마 약진이 토양을 만든 것이 크다”며 세계적인 넷플릭스 히트작으로 모든 대사가 한국어를 기반으로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짚었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미국인은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더빙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한국 드라마 성공을 계기로 영어 자막으로 보는 데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서도 11개의 트로피를 휩쓴 작품이 나왔다.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 베어’(The Bear)다. 제러미 앨런 화이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코미디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의 작품상은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원제 Hacks), 미니시리즈(Limited·Anthology Series·Movie) 부문에선 넷플릭스 히트작 ‘베이비 레인디어’가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선전했다.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는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True Detective: Night Country)로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포스터는 과거 영화 ‘양들의 침묵’ 등으로 오스카(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차례나 받았지만, 에미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에미상에선 한국인이나 한국계 배우가 참여한 작품의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획·연출·각본 등 제작을 총괄한 ‘동조자’에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미니시리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의 영광은 안지 못했다. 탈북 관련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도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부문(Exceptional Merit In Documentary Filmmaking) 후보에 지명됐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애플TV+의 드라마 ‘더 모닝 쇼’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대신 시상식에선 한국계 배우들이 수상자들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그레타 리는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조디 포스터에게, 지난해 ‘성난 사람들’로 미니시리즈 남우주연상을 탔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와 일본 배우 사나다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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