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 이진수 TD “톱10 선수들 출전 약속 못 지켜 죄송하다”

박상욱 2024. 9. 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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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사진=코리아오픈조직위)

이진수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 “살인적인 스케줄과 부상 때문에 톱10 선수들 출전 약속 못 지킨 것 죄송하게 생각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을 총괄하는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이하 TD)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출전을 약속했던 톱10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 배경과 향후 이러한 사태를 대비하여 티켓 정책에 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코리아오픈에선 당초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비롯해 3위 제시카 페굴라(미국), 4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8위 에마 나바로(미국)가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고 모두 출전을 철회했다. 톱 선수들을 보고 어렵게 표를 예매한 사람들은 허탈한 심정을 숨길 수 없는 대목이다.

이진수 TD는 “2004년 시작한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가 올해 500등급으로 업그레이드 돼서 처음 열리게 되었다. 테니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 해서 해명 아닌 해명을 하게 되었다” 이어 “WTA 대회를 20년 이상 운영을 하면서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특히 US오픈 4강 이상 올라가게 되면 못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처럼 톱10 선수 4명이 한꺼번에 안 온 거는 저도 의아하고 말이 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 생각을 하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당초 코리아오픈에 출전 신청을 한 선수 중 페굴라, 나바로를 비롯해 5명의 선수가 US오픈 8강에 올라갔다. 페굴라의 경우 윔블던, 올림픽을 모두 소화하고 북미시리즈에서 출전한 내셔널뱅크오픈, 신시내티오픈 그리고 US오픈까지 모두 결승에 진출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살인적 스케줄에 지친 톱10 선수들

올해 윔블던 이후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 롤랑가로스에서 올림픽이 열리면서 톱 선수들은 윔블던을 전후해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윔블던이 끝난 뒤 2~3주 가량의 통상적인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었다. 세계 1위 시비옹테크도 이 같은 스케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WTA의 대회 규정 변화도 한 몫 했다. WTA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상위 등급 대회를 확대했다. 하위 등급인 250 등급 대회를 축소하고 500 등급 대회를 6개 확대했다. 1000 등급 대회가 10개로 늘어났고 그랜드슬램처럼 2주 일정으로 진행되는 대회도 5개로 늘어났으며 내년 총 7개가 된다. 올해부터 톱30 선수들은 250대회에 못 뛰게 하는 규정도 추가됐다.

대회 등급 자체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높은 등급 대회에서도 톱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례로 9월초 500등급으로 상향된 과달라하라오픈에서도 톱10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진수 TD는 “처음에 시비옹테크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못 데려온 이유가 있다. 스케줄 때문이다. 그런데 시비옹테크가 스스로 코리아오픈에 출전 신청을 한 것이다. 페굴라는 디펜딩 챔피언이고 어머니의 나라여서 꼭 오려고 했지만 토론토대회 우승, 그 다음에 신시내티 결승, 그 다음에 또 US오픈 결승을 갔다. 4주 동안 거의 매일 경기를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얼마나 (체력적으로) 힘들겠나? 페굴라는 부상도 조금 있었고 본인은 주말이라도 한국에 와서 사인회라도 갖겠다는 의사를 우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리바키나도 호주오픈 때부터 시작해서 마드리드오픈 때도 이야기를 하고, 윔블던 때 출전을 확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US오픈에서 (부상으로) 2회전 기권을 했다. 리바키나도 도저히 몸이 회복이 안 돼서 못 온 것이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바뀌지 않은 배너와 티켓 정책

대회 홍보 포스터와 대형 배너에 시비옹테크, 페굴라, 나바로 그리고 엠마 라두카누(미국)가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 출전하는 선수는 라두카누 한 명이다. 3명의 선수가 대회를 불과 며칠 남기고 갑작스럽게 기권을 선언했고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제작물 업체의 휴무로 새로운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이진수 TD는 “제작물을 새로이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회 제작물을 모두 떼어 버리면 대회 분위기가 망가진다. 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또한 새로이 제작물을 만드는 것도 사전에 WTA 컨펌을 받아야하며 금요일에 주문을 한다고 해서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다. 테니스 팬들이 다른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 제작 당시만 해도 다 오기로 되어 있었다. 추석 연휴만 아니었어도 새로이 제작을 했을 텐데 불가피한 면을 이해해 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티켓 환불에 대해 “홍보 제작물에 들어간 선수가 안 왔다고 주최측이 환불을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WTA에 확인을 해봐도 그런 곳은 없다고 한다. 환불 정책은 티켓 판매 시 이미 공지되어 있다. 선수들이 불참 통보를 해왔을 때에 우리도 언론을 통해 바로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진수 TD는 나아가 앞으로는 우천이나 불가피하게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되면 익일 티켓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익년도 같은 라운드 티켓을 주는 정책을 검토하고 1000시리즈 혹은 메이저 대회처럼 티켓 정책을 변경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진수 TD는 “오늘 관중분들이 많이 오셨다. 앞으로 대회장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또 좋은 테니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글= 박상욱 기자(swpark22@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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