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이정후 대체자 인생역전, 158홈런 전설도 못 한 'SF 최초 역사' 해냈다! "나도 미친 것 같아"

김동윤 기자 2024. 9. 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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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엘리엇 라모스가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홈런을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엘리엇 라모스. /AFPBBNews=뉴스1
이정후(26)의 대체자이자 백업 외야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엘리엇 라모스(25·이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구단 최초 역사를 썼다.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 이끈 전설 버스터 포지(37·은퇴)조차 못했던 대기록이다.

라모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2번 타자 및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에 연장 10회 초 점수를 내주고 3-4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이날 모인 3만 3043명의 관중은 보기 드문 진기록을 구경했다.

때는 샌프란시스코가 1-2로 지고 있는 9회 말이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땅볼-1루 뜬 공-삼진으로 물러난 라모스는 선두타자로 나서 샌디에이고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즈의 7구째 시속 100.2마일(약 161.3㎞) 직구를 밀어 쳤다.

이 공은 발사각 30도, 시속 103.8마일(약 167㎞)로 날아가 394피트(약 120m) 너머 맥코비만에 바로 입수했다. 라모스의 올 시즌 친 21번째 홈런이자 최초의 우타자 스플래시 히트(Splash Hit)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플래시 히트는 이정후도 입단 당시 욕심냈던 샌프란시스코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진기록이다. 오라클 파크는 부지의 비용 문제 등으로 우측 폴대까지 거리가 기형적으로 짧게(94m, 좌측 폴대는 103m) 만들어졌다. 대신 홈런이 자주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담장을 7.3m로 높였다.

엘리엇 라모스. /AFPBBNews=뉴스1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홈런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여름에도 오라클 파크를 선선하게 만드는 우측 외야 너머에 위치한 매코비만의 강한 맞바람 때문.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소속 선수가 매코비만으로 타구를 바로 보낸 것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명명했다. 원정 선수가 기록한 홈런은 스플래시 히트로 인정받지 못하고, 매코비 만에 떨어진 홈런(Other Home Runs into McCovey Cove)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명단을 작성해 기린다.

이날 전까지 오라클 파크 개장 후 25년간 104개의 스플래시 히트만 탄생했는데 배리 본즈가 35개, 브랜든 벨트가 10개, 파블로 산도발이 8개일 정도로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밀어 쳐서 강한 해풍을 이겨내야 하는 우타자들은 원정 선수조차 해내지 못했는데, 지안카를로 스탠튼, 애런 저지(이상 뉴욕 양키스) 같은 강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가 구단 레전드 포지였다. 투수 친화 구장 오라클 파크에서도 통산 158홈런을 터트렸던 포지는 2021년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워커 뷸러를 상대로 1회 말 투런 아치를 그린 적이 있다. 이 공 역시 매코비만에 들어갔으나, 우측 외야에 위치한 굴뚝 모양의 물대포에 맞고 떨어진 탓에 스플래시 히트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 대단한 기록을 풀타임 1년 차 라모스가 해낸 것. 경기 후 라모스는 "샌프란시스코는 위대한 전설들을 많이 보유한 빅클럽이다. 그런 빅클럽에서 내가 최초 역사를 썼다는 건 날 정말 미치게 한다"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라모스 역시 이정후처럼 스플래시 히트를 목표로 하던 유망주였다. 그는 "항상 반대편으로 타구를 날릴 힘이 있다는 건 알았으나, 우측 외야의 높은 벽과 날씨는 (스플래시 히트가) 불가능해 보이게 했다"면서도 "난 항상 내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언제든 스플래시 히트를 치고 싶었고 해냈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후(왼쪽에서 두 번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 교체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엘리엇 라모스. /AFPBBNews=뉴스1

시즌 초 라모스의 상황을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라모스는 201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9번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된 톱 유망주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올해 KBO 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헨리 라모스(32)의 친동생으로 알려졌다.

지명 당시에는 MLB.com으로부터 5툴 플레이어로서 포지 이후 가장 기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콘택트 툴이 약점으로 꼽혔고 메이저리그 유망주 순위도 주로 톱100 하위권에서 널뛰었다. MLB.com의 파이프라인 기준으로 라모스는 2018년 63위, 2019년 92위, 2020년 65위, 2021년 81위를 기록했고 2022년에 데뷔했으나, 지난 2년간 34경기 82타석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5월 이정후의 시즌 아웃으로 빅리그 데뷔 3년 만에 풀타임을 보장받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당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해 중견수는 고작 3경기 13이닝을 소화했던 라모스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마이클 콘포토가 좌익수로 돌아옴에 따라 지금은 라모스가 중견수로 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후 이탈 후 많은 대체자가 등장했지만, 최종 승자는 라모스였다. 라모스는 110경기 타율 0.267(431타수 115안타) 21홈런 68타점 47득점, 출루율 0.321 장타율 0.469 OPS 0.790을 기록하며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의 몇 안 되는 소득으로 꼽히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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