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에 백기사로 등장한 울산…MBK 파트너스 공개매수 새 변수

하인식 2024. 9. 1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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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 좌시하지 않겠다" 백기사 등판 예고
현대차· LG 등 울산에 연고 둔 대기업에 우호 지분 협력 요청 가능성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도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건의하겠다" 강경 카드도 검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사진)이 16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고려아연의 백기사 등판을 공식 예고하고 나선 때문이다.

김 시장은 추석연휴가 끝나는 1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김 시장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우수기업이 중국계 자본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며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김 시장의 이날 성명서 발표는 관련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75년 동업관계로 유명한 양사는 2022년 고려아연에서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 최윤범 회장 체제가 확립된 이후 경영권 분쟁을 겪어왔다.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로 요약할 수 있는 신사업 확장을 노리는 고려아연과 제련 사업 수성을 중시하는 영풍 간 가치관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최 회장은 현대차, 한화, LG 등의 투자를 유치하며 영풍의 영향력을 줄이려해왔다.

이런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방어 전략이다. 직접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우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방어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5.9%와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백기사로 분류되는 지분 18.4%를 더하면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은 34.3%에 달한다. 고려아연 자사주(1.4%)와 국민연금 지분(7.8%)을 제외하고 소액주주 지분 23.4% 중 6.5%만 취득하면 영풍 측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걸 막을 수 있다. 시가로 따지면 9000억원 규모다. 최 회장이 직접 매수하긴 쉽지 않지만 우군이 대거 나선다면 불가능한 규모는 아니다.

김 시장은 이날 성명서 발표를 통해 앞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떤 일을 전개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사전 암시했다.

김 시장은 “산업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 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면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상공계와 힘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울산시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시장은 시민들 의지를 결집해 이같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고려아연 인수합병후 수익 추구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울산의 산업 생태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측이 친분 우호 지분 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LG 등에 울산시장이 직접 나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협조 요청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울산에 연고를 둔 대기업이어서 울산시장이 행동으로 나설 경우 직간접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김 시장은 또한,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성명서 말미에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저지했고 호주 정부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BR) 제도로 호주의 리튬 광산을 인수하려는 중국계 기업의 시도를 막아낸 바 있다"며 "울산시 또한 정부 부처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 향토기업을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다"며 강경 대응 카드도 꺼냈다.

김 시장은 이를 통해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물론 정부에도 일정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장의 이같은 백기사 등장은 MBK 사모펀드의 공개매수 작업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2020년 불거진 한진칼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도 사모펀드 KCGI를 필두로한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공세를 펼쳤으나 산업은행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사태가 수습된 적이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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