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러시아와 비교?"…한국 사실상 '꼴찌' 성적표 [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노정동 2024. 9. 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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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동의 어쩌다 투자자]
올해 G20 대표 지수 상승률 보니
코스피 밑에 있는 건 中·러시아뿐
심지어 코스닥은 중국보다 못해
"시총 1·2위 기업이 모두 반도체"
"반도체 부진하면 지수 전체 '휘청'"
"금투세 불확실성에 '큰손' 투심 악화"
사진=뉴스1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표 지수 중 최하위권이란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의 대외 의존도 심화라는 고질적인 병폐 속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우려까지 시장을 덮치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해외로 '주식이민'을 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3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25% 하락했다.

G20 가운데 대표 지수 상승률이 우리보다 저조한 국가는 중국(-7.49%·CSI300)과 러시아(-16.44%·RTS)뿐이었다. 중국은 증시 개방성이 제한적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꼴찌에 가까운 성적표다.

이 기간 상승률이 마이너스인 국가는 한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브라질(-0.12%·VOVESPA), 프랑스(-1.43%·CAC) 등 5개국에 불과했다.

이 기간 아르헨티나(MERVAL)는 92.54%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7.32% 올랐다.

이밖에 인도(14.84%·SENSEX), 캐나다(12.01%·S&P TSX), 이탈리아(10.22%·FTSE MIL), 호주(6.66%·S&P ASX), 영국(6.57%·FTSE 100), 유럽연합(6.45%·유로스톡스50)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닛케이225 지수가 9.2% 올랐다.

대표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내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16.01% 하락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다. 반면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이 기간 17.04% 상승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가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흥국 시장 특징 중 하나인 '떨어질 때는 털썩 주저앉고, 회복될 땐 찔끔 오르는' 소외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8월5일 전 세계 주요 증시의 폭락장('블랙먼데이') 이후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가 잦아들면서 주요국 증시가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코스피지수는 그때보다 여전히 4% 낮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같은 날 10% 넘게 폭락했던 일본 닛케이지수도 현재는 그때보다 2% 더 올랐다.

일례로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7만8200원에서 주식 시장을 출발했지만, 지난달 5일 '블랙먼데이' 때 하루에 11% 넘게 밀리더니 현재 6만4000원대 주가 수준을 보이면서 신저가에 머물러 있다. 시가총액도 385조원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11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24만8500원 대비 34%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반도체주 모멘텀이 떨어지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탈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지난달)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868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월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10월(2조9442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를 이끈 반도체주(株)가 힘을 못 쓰고 주도주가 부재한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지난 2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회원들이 금투세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외국인은 금투세 대상은 아니지만 불안정한 정책 이슈는 증시에 악재다. '큰손'인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떠날 경우 증시 활력 저하 전망까지 나오면서 투자 매력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금투세는 주식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 신호를 주고, 결과적으로 대체 투자처인 부동산 투자로의 구축 효과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큰손' 투자자들이 떠나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엉망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금투세 도입은) 적절치 않다"며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은 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미흡하고 주주환원 역시 활발하지 않은 국내 증시를 비포장도로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자 직접 해외투자에 나서는 '주식이민'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 금액은 2058억4000만달러(한화 약 28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6% 늘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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