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장금’의 미원 넣은 오이샐러드, 새벽 3시의 화채···‘틱톡 유행 K-푸드’ 5선
긴 추석연휴, 명절 음식에 질렸다면 ‘틱톡 최신 유행 한식’을 따라해보는 건 어떨까요? 전 세계 Z세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숏폼(짧은 길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요즘 가장 핫한 음식 중 하나는 ‘K-푸드’입니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따라하는 ‘챌린지’ 문화의 영향으로 인기있는 한국 음식을 따라 만드는 문화도 활발하고요. 최근에 틱톡에서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레시피 중 한국 음식들을 소개해봅니다.
■‘로장금’의 한국식 오이샐러드
오이 한 개를 얇게 썰어서 통에 담은 뒤 간장과 참기름, 다진마늘, 식초, 고추기름, 미원 등을 넣고 잘 흔들어 먹는 오이 샐러드. ‘오이 전도사’를 자처하는 캐나다 틱톡커 로건 모핏이 유행시킨 레시피입니다. 로건은 특히 오이김치 등 한국식 레시피를 잘 활용해 국내 누리꾼들에게는 ‘로장금’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틱톡커인데요, 이 레시피가 정말로 ‘전 세계적인’ 유행을 타면서 채소가 귀한 아이슬란드에서는 오이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로건이 올린 오이 샐러드 레시피는 굉장히 다양한데, 상당수 레시피에 한국 대표 조미료인 ‘미원’이 들어가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원을 생산하는 대상 관계자는 “유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매출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미원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벽 3시의 화채
“안녕 여러분, 지금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고 너무 목이 말라서 잠이 깼어요. 그래서 화채를 시켰어요.(Hi, guys. So it’s 3am here in Korea, and I woke up severely dehydrated. So I ordered a cold fruit bowl called hwachae.)” 한 한국인 틱톡커가 “아빠 몰래 시킨 것”이라고 영어로 소곤소곤 말하면서 화채를 먹습니다. ‘목이 말라서 화채를 먹는다’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Z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는지, 틱톡에서는 지난해부터 때아닌 ‘화채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챌린지의 포인트는 방금 잠에서 깬 것 같지 않은 정돈된 차림새로 “지금은 새벽 3시고 너무 목이 말라서 화채를 만들겠다”고 말하면서 다양한 재료에 딸기우유나 사이다를 넣어 화채를 만드는 것인데요. 한국에서조차 많이 잊혀졌던 디저트 ‘화채’가 전 세계 틱톡에서 인기를 끌 줄 누가 알았을까요. 올해 추석에는 남은 과일로 ‘hwachae’를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국물 있는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특히 크림 분말을 넣어 매운맛을 줄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셨죠. 요즘 틱톡에서는 까르보불닭에 물을 더 넣어서 국물 있는 불닭볶음면(buldak soup noodles), 불닭 스튜(buldak stew)를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틱톡커는 까르보불닭에 닭고기 육수와 계란 노른자, 마요네즈를 더하고 고수를 올려 먹는 ‘불닭 스프 누들’ 레시피를 올려 11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삼양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불닭볶음면은 이제 한국보다 외국 소비자들에게 더 잘 팔리는 제품이 됐는데, 이제 불닭볶음면의 변형 레시피도 외국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는 것 같네요.
■‘트레이더조’의 냉동김밥
미국 마트 트레이더조의 냉동식품 코너에서 틱톡커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쓸어담는 제품. 바로 냉동김밥입니다. 경북 구미의 작은 식품업체가 만들어서 수출한 이 김밥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 2세 틱톡커 새라 안이 어머니와 함께 시식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 후로 유행을 타 품귀현상을 빚게 됐다고 합니다.
영상에서 새라의 어머니는 “김밥이 이렇게 나오느냐”며 신기해하고, 냉동된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라는 설명에 의아해하다가 한 입 먹어본 뒤 “나쁘지 않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이 틱톡커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살 때 학교에 김밥을 싸갔다가 놀림감이 되었는데 지금은 매진됐다”며 “이는 한국 문화가 수용되고 소비되는 데 얼마나 많은 진전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japchae’와 ‘bibimbap’
이쯤 되면 정통 한식은 없을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죠. 요즘 틱톡에는 한국식 당면을 구입해 잡채를 만들어 먹는 틱톡커들이 눈에 띕니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단짠단짠’한 맛과 비교적 따라하기 쉬운 조리법,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끈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한식 메뉴 비빔밥을 따라하는 틱톡커들도 많습니다. 색색깔의 채소를 차례로 ‘예쁘게’ 올리고 한가운데 반숙 계란프라이까지 척 올린 뒤 비벼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더라고요. 고추장을 소스로 사용해 파스타를 만들거나 버터와 섞어 고추장 버터를 만드는 등 한국식 소스류를 사용한 레시피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들의 이름을 원어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입니다. ‘한국식 볶음면’ 대신 ‘japchae’, ‘라이스 볼’ 대신 ‘bibimbap’, ‘칠리 소스’ 대신 ‘gochujang’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죠. 이전보다 한국 음식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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