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나선 트럼프 "굴복 안해"… 7월 같은 '한 방' 없을듯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 50대男
민주당 기부 등 진보성향 보여
고프로 나와 암살 생중계 의혹
7월 바이든 강판론 불붙였지만
이번에는 강렬한 이미지 없어
BBC "대선판 영향 크지않아"
15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린 암살 시도는 지난 7월 야외 유세 총격 테러 사건에 못잖게 긴박했던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부상당했을 때는 '경호 실패'가 도마에 올랐었는데 이번엔 더 강화된 경호태세 덕분에 비밀경호국(SS) 요원의 선제 대응으로 막을 수 있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사건은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소유 골프장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발생했다. 트럼프는 5번째 홀에서 게임을 마치고 6번째 홀로 이동하던 도중 SS 요원들은 골프장 울타리 사이 덤불에서 소총 총신을 발견했다. 이날 용의자는 AK-47 유형의 소총을 들고 있었다. 용의자는 트럼프가 있던 위치에서 300∼500야드(274∼457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SS 관계자는 밝혔다. 만약 SS요원이 이 총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트럼프가 용의자에게 더 가까이 접근했을 때 총격이 격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 고성능 촬영 장비인 '고프로'를 설치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암살 장면을 직접 촬영하거나,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려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체포된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의 58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루스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평소 온라인 등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왔다고 미국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비밀경호국에 붙잡힌 라이언 웨슬리 루스에 대해 "수사 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온라인에서 진보적인 대의를 옹호하고 과거 민주당 후보자에게 기부했다"고 전했다.
그가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루스는 민주당 모금 플랫폼인 액트블루에 140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확고한 지지자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용의자는 과거 한국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에게 트윗을 남기도 했다. 다만 라우스가 글을 남길 시점에 강 전 장관은 장관퇴임후 였다. 라우스는 2021년 4월 당시 강 장관에게 트윗을 보내 북한과의 제재를 끝낼 수 있는 방안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국 미디어 간의 인터뷰를 제안했다.
일단 이번 사건 역시 미 사회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동안 '정치적 폭력'에서 떨어져 있던 미국은 불과 두 달 사이에 이런 일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지난 7월 1차 암살 시도가 트럼프 지지 표심을 뭉치게 한 것처럼 이번 사건도 유권자 표심(票心)에 큰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트럼프는 7월 총격을 당한 이후에도 곧바로 일어나 '파이트(Fight, 싸우자)'라고 외쳐 지지층의 큰 호응을 끌었었다. 트럼프가 다시 한 번 암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은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카멀라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을 이루는 판세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지지자 집결에 나섰다. 그는 총격 사건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내 인근에서 총격이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 전에 여러분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난 안전하고 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무것도 날 늦추지 못할 것이다.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진행한 야외 유세 도중 총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은 바 있다. 당시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그가 안전해 기쁘다. 미국에 폭력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규탄했다.
이번 사건이 지난 7월 총격 사건과는 달라 대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7월 사건은 TV 카메라 등 모두가 지켜보는 공개 집회에서 벌어졌다. 당시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주먹을 흔드는 트럼프의 이미지가 매우 강렬했다. 이날 사건은 이와 정반대다.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7월과 비교해본다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벌어졌다. 트럼프에게 가해진 즉각적 위험도 없었다. BBC는 "며칠 동안 재생할 수 있는 생생한 영상이 없다면 이 사건이 대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적어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가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공간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또 9·11 테러 음모론자 로라 루머와의 친밀한 관계가 불거지면서 선거 운동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새로운 관심요소를 만들면서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도에서 보다 유리하게 이끌고 나갈 계획을 다듬어 볼수도 있을 전망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뉴욕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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