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1번째라···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1호 법안 뭐였더라
헌법 제53조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되돌려보낼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게 함으로써 삼권분립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까지(16일 기준) 총 21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이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두 번 이상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도 있다. 4가지 법안에 대해 같은 날 무더기 거부한 사례도 있다.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후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거부권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타협이 실종된 강대강 대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 대통령 거부권 1호 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박근혜 이후 7년 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1호 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뒤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01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이었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이 법안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홍근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고 헌법을 유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양곡법은 21대 국회에서 최종 폐기됐으나 야당은 의무 매입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수정을 거쳐 다시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임기 중 벌써 21번···민주화 이후 최다
헌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역대 모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6명의 대통령(이승만·박정희·노태우·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총 66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번으로 가장 많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번이었다. 민주화 이후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7번, 노무현 전 대통령이 6번, 이명박 전 대통령이 1번, 박근혜 전 대통령이 2번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을 비롯해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전 국민 25만원 지급법 등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폐기’ 악순환···전세사기특별법 사례 또 나올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률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국회 재적 의원은 300명으로 200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국회법 92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르면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표결에서 부결 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폐기 후 재발의됐으나 재차 거부권에 가로막힌 법안들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지난 6월 22대 국회가 시작되며 민주당 주도로 재발의됐으나 지난달 다시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두 차례 국회로 돌아왔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과 7월 거부권에 가로막혀 최종 폐기됐다. 김 여사 특검법도 추석 연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야당이 여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표결을 거쳐 결국 폐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협치 없는 정치가 이 같은 ‘쳇바퀴 정국’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쟁점 법안 처리의 희망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 5월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려보내졌으나 이후 여야 협의를 거쳐 처리됐다.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하며 이 같은 협치를 또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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