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고통 표심으로 …각국 물가잡기 표퓰리즘 공약 빗발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4. 9.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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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인 올해 치러진 각국 선거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열풍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무리한 공약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임무"라고 했다는 결과가 나온 네덜란드 중앙은행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권자들은 물가 폭등 책임을 정부에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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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땐 정권교체 비율 58%
유권자들 이념 안가리고 심판
美서 대선 앞두고 기업 때리기
해리스 '바가지 규제' 내놓자
식품업계 "기업에 책임 전가"
트럼프는 "공산주의자" 비난

선거의 해인 올해 치러진 각국 선거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열풍이다.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물가가 있다.

미국 정치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57건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된 비율은 58%로 나타났다. 로버트 칸 유라시아그룹 전무이사는 "많은 국가에서 1970~1980년대 이후 본 적 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겪고 있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서 유권자를 불행으로 몰고 간다"며 "전 세계적 충격에 직면한 사람들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은 쪽을 징벌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민의 물가 고통이 표심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퓰리즘 세력의 영향력이 커진 데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무리한 공약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기업 때리기에 혈안이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업이 식료품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도록 연방 차원에서 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급격한 식품 인플레이션이 미국인들에게 주요 부담 요소로 작용해왔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공약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인사들과 언론들도 해리스의 가격 정책에 대해 경제학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방안이라면서 우려할 정도다.

이러한 해리스 부통령의 식료품값 폭리 근절 공약에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고 WSJ가 전했다. 식품업계는 해리스 부통령이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로 유명한 스낵업체 켈라노바의 스티븐 카힐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이윤을 보전하면서 가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업은 수익 감소를 허용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의 대명사 일본에서도 먹거리 물가가 일반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한 주민은 할인된 식료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가계 유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총무성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엥겔계수)은 2023년 27.8%에 달해 현재 집계 방식이 도입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 전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정부가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임무"라고 했다는 결과가 나온 네덜란드 중앙은행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권자들은 물가 폭등 책임을 정부에 돌린다. 특히 물가는 모든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더욱 신경 쓰는 지표다.

리비아를 42년 장기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를 무너뜨린 '아랍의 봄'도 밀가루 가격 폭등에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당시 이상 고온으로 밀 수확이 감소하자 중동으로 가는 수출 물량을 줄인 것이 계기가 됐다. 식량난에 허덕이던 중동 지역민들이 도미노처럼 들고일어났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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