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입성 D-5··· 아이유 팬 VS 축구 팬 ‘설전ing’[스경X이슈]
가수 아이유의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과 관련한 서울시의 입장에 반발하고 나섰다.
아이유 갤러리는 지난 15일 “서울시가 아이유 콘서트 관련 입장을 내놓았는데 잔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에 팬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명문을 게재했다.
이어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이나, (중략) 마치 아이유 콘서트 여파로 내년부터 그라운드석 판매가 제외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선언을 통해 진실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설공단의 감사를 통해 ‘잔디 관리’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4일 서울시는 향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보호를 위해 콘서트를 비롯한 문화행사는 ‘그라운드석(잔디석) 판매 제외’ 조건으로 부분 대관만 허용할 것을 알렸다.
이는 최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이후 잇따른 잔디 상태 지적에 대처한 방안이다.
지난해 여름 잼버리 대회의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진행되면서 잔디가 크게 훼손됐고, 올해는 세븐틴과 임영웅이 콘서트를 개최했다. 임영웅은 아예 그라운드 좌석 배치를 포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으나, 잔디 훼손을 우려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의 연이은 잔디 지적에 축구 팬들의 분노는 커졌다.
손흥민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잔디 상태와 관련해 “잔디 때문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컨트롤하는 데 있어서 어렵고 드리블하는 데도 어려운 상황들이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경기는 득점 없이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후 11일 원정 경기로 진행된 오만전에서는 승리를 거둔 뒤 “원정 구장 컨디션이 더 좋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다시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당장 다음 달 15일에도 이라크와의 경기가 예정된 상황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는 21일과 22일 개최를 코앞에 둔 아이유의 콘서트를 향한 반발이 심해졌다. 자신을 ‘손흥민의 팬’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콘서트를 즉각 취소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나서 잔디 상태를 확인한 후 10월 개최 예정인 이라크전 장소를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보내면서 논란이 심화하자, 서울시와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그라운드 구역 좌석 설치 금지’라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화행사 대관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콘서트 관람 수요는 높아지는 가운데 현재 서울시 내에 2만 명 이상 관람객을 수용할 대형 공연장이 한정적인 관계로 부분 대관을 허용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는 2025년부터 시행으로, 이미 매진된 아이유의 콘서트는 기존의 배치 그대로 공연을 진행한다. 이에 축구 팬들의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고, 아이유 팬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유 팬들 역시 위와 같은 성명문을 통해 서울시가 잔디 훼손과 관련한 비난의 화살을 아이유에게돌리고 있다며 분노하는 상황이다. 현재 아이유의 콘서트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그라운드석 판매 제외’ 조건을 결정한 것은, 아이유를 향한 축구 팬들의 분노를 키울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2024년 한 해 콘서트 수수료만으로 무려 36억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단은 그에 걸맞은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잔디 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어야 함이 마땅하다”라고 경기장 잔디 관리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을 당부했다.
아이유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은 한국 여성 가수 중 최초 입성으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잠실 주경기장에 이어 또 한 번 대형 공연장에 ‘최초 입성’ 타이틀을 달게 된 그의 공연이 잔디 논란으로 갑작스레 곤혹을 치르는 가운데,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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