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첫 시리즈 뛰어든 문현성 감독, 한일 양국 간 협업에 대해 말하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가 제일 궁금해요. 저도 시리즈는 처음이라서 영화 같으면 보통 관객분들의 반응을 직접 체험할 수가 있잖아요. 시리즈 같은 경우는 각자 어딘가에 흩어져서 보기 때문에 직접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는 없고, 제가 표현한 작품이 과연 어떻게 느껴질까. 게다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원작을 아름답게 기억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죠."
영화 '코리아'(2012),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서울대작전'(2022) 등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첫 시리즈물 연출을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문 감독은 영화 '사랑은 쉬지 않는다'(2007), '은하해방전선'의 단역부터 '화려한 휴가'(2007)의 스크립터, '7광구'(2011)의 조감독, '익스트림 페스티벌'(2023)의 제작 등을 거치며 영화계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문 감독이 이번에 첫 시리즈 연출을 맡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연출 문현성)은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작품이다. 일본 유학 중이던 최홍(이세영)이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후 5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27일 오후 8시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 감독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경우 제가 기존에 진행해왔던 촬영 진행 방식과 다르진 않았다"며 "다만 저희가 내용상 한국과 일본의 촬영 분량이 50:50이다 보니까 미리 약속을 하고 시작한 부분들이 많았다. 스케줄 등등 그 안에 반드시 진행을 소화해야 한다는 제약이 저한테는 가장 큰 부분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처음에는 '한국과 일본의 배우, 스태프분들이 한 팀으로 뭉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예상치 못했던 시행착오 같은 게 많으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호흡도 잘 맞았고 덕분에 첫 시리즈 경험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시리즈물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멜로 드라마를 동경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를 좋아했다며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원작 소설 한 편에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같은 스토리가 다 들어있어서 굉장히 반가웠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읽자마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리메이크를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 감명깊게 봤던 작품들이 저한테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하게끔 만들어준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가 어떤 말을 해줬는지 묻자, 문 감독은 "쿨하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저한테 '마음껏 한번 예쁘게 한번 만들어 보세요' 하셨다. 그 외에는 저한테 어떤 얘기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냥 전폭적으로 연출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끔 가능성을 열어주셨다"며 "그래서 너무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 역시도 이 원작 소설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작업이기 때문에 저한테 자율성을 열어주셨다고 해도 이 원작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야겠다, 편곡을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감정선을 살리고 싶은데 그 스토리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설정들이 요즘과는 다른 부분도 있긴 했다. 작가님과 논의해서 추가적인 설정도 많이 가져왔다"며 "원작에 있는 내용과 없는 내용을 가지고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 등이 연출적으로 어렵긴 했다. 저는 어떻게든 원작 속의 감정이나 정서는 고스란히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그런 부분을 작가님과 체크하면서 대본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원작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고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작은 2005년 버전이고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2015년 버전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로 예전 명곡을 리메이크할 때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요즘 시대에 더 어울리게 편곡을 하지 않나. 어떤 작품이든 원작이 있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작가님과 어떻게 하면 2014년 버전으로 잘 아름답게 매력적으로 편곡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어려운 미션이었다"고 떠올렸다.
원작도, 시리즈도 '한일합작'이다. 이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문 감독은 "당연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촬영 전에 경험해 본 분들의 얘기도 많이 듣고 일본에 갔지만 역시 서로 진행하는 방식이 초반에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협업을 해보는 분들은 없었고 다들 첫 경험이었다. 당연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여러 경우의 수도 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서 봤더니 한국에서 진행하던 기준이나 방식과 다르구나를 느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로케이션 섭외를 하면 그 시간에 가더라. 근데 한국은 만약 날씨가 안 맞거나 변수가 생기면 작품 속에 담고 싶은 그림에 우선적으로 기준을 맞춘다. 계획을 수정하는 거다. 그런 접근이 다르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한 부분도 많았다. 직접 협업을 하면서는 자연스럽게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같은 작품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서 새로운 방식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유럽에 있는 국가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협업을 해왔고 한 프로덕션으로 모여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데, 저는 아시아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걸 이번 작품을 진행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번 그런 상황을 겪고 나니까 서로가 서로의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야 접점을 만들어낼 수가 있지 않나. '이게 맞나, 저게 맞나'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식과 일본식이 섞이는 거다. 처음에는 '한국팀은 왜 저렇게 하지?' '일본팀은 왜 저렇게 하지?' 하는 것도 있었지만, 서로간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좁혀지면서 나중에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호흡이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팀이 한 시즌, 두 시즌 더 같이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쉽더라. 이대로 헤어지긴 아쉽다"며 웃었다.
또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사카구치 켄타로, 나카무라 안의 첫 한국 진출작으로도 주목받았다. 문 감독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코로나19 전까지는 5년 정도 영화로 준비했다는 비하인드를 밝히며 "영화 버전이었을 때 처음 사카구치 켄타로 씨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만났다. 빠르게 켄타로 배우가 같이 해보자 해서 저는 많은 용기를 얻었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었다"며 "만약 그때 켄타로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기획이나 제작이 훨씬 어려워졌을 수도 있었다.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 한 스텝씩 디벨롭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쳐서 시리즈로 리모델링을 하자고 판단했다. 켄타로 배우한테 다시 양해를 구했는데 항상 든든하게 제 뒤를 지켜봐 주셨다. 켄타로 배우가 4명의 주인공 중에 첫 번째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캐스팅한 인물이 칸나 역의 나카무라 안이었다며 "칸나가 저한테는 어려웠다. 로코 드라마에서 흔히 봐온 전형적인 나쁜 여자 같은 캐릭터로 설정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칸나는 준고 때문에 마음속이 복잡한 상태에 놓여있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들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만나고 싶었다. 팀과 같이 오랫동안 고민을 했고, 그러다 나카무라 안을 만나게 됐다. 이미지와는 달리 수줍음도 많으시고 실제 느낌은 많이 다르시더라. 그라면 충분히 칸나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문 감독은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너무 완벽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도 모든 스태프 분들이 켄타로 배우한테 푹 빠지셨다"며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촬영장 안이나 밖에서나 정말 훌륭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연기하는 동안에는 순간적인 집중과 몰입도 아주 뛰어나시더라. 저나 제작진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감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신 것 같다. 같은 동료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감동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세영과 함께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맡았다고 칭찬했다.
그는 "9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운 좋게 내년이나 내후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또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문 감독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를 하지 않을까. 어떤 아이템을 진행할 수 있을지는 저도 진행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러브 스토리 했으니까 휴먼 스토리를 해볼까란 막연한 생각도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같이 했던 팀이 너무 좋은데 우리끼리 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는 욕심도 있다. 배우분들도 저한테 빨리 쓰라고 압박을 하더라"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비 시청자들에게 "요즘 워낙 자극적이고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콘텐츠가 대세지 않나. 가끔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처럼 덜 자극적인 메뉴도 한 번 드셔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사람이 삼시세끼 자극적인 메뉴만 먹을 순 없지 않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같은 작품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채워보시면 어떨까 싶다. 제 소박한 욕심이다"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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