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은 늙어도 서도철은 늙지 않았다”···‘베테랑2’로 돌아온 황정민
배우 황정민이 <베테랑 2>의 서도철 형사로 9년 만에 돌아왔다. <베테랑 2>는 올해 추석 연휴에 극장에서 개봉한 유일한 한국 영화다. 2015년 관객 1341만명을 돌파하며 대흥행한 <베테랑>의 후속작이다. 전편에 이어 ‘천만 영화 시리즈’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정민은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제 마음에는 늘 서도철이 자리잡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쯤은 꼭 다시 연기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베테랑>은 제가 배우로서 자괴감이 컸던 시기에서 꺼내준 작품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하자’고 찍었는데 관객들도 너무 좋아해주셨죠. 류승완 감독님이 <베테랑> 끝나고 <모가디슈>랑 <밀수> 찍는 걸 보고 ‘그런 거 하지 말고 제발 <베테랑 2> 하자’고 졸랐던 기억이 나요.”
류승완 감독은 물론 배우 황정민·오달수·오대환·장윤주·김시후 등 강력반 형사들도 그대로 9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 정해인은 ‘UFC 경찰’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격투 실력이 뛰어나 강력범죄수사대에 발탁되는 신참 형사 박선우를 연기했다. 이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만 골라 살해하는 연쇄살인범 ‘해치’를 추적한다. <베테랑>이 재벌 범죄를 소탕하는 통쾌한 코미디에 집중했다면 <베테랑 2>는 사적 제재에 나선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며 ‘정의’와 ‘폭력’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류승완 감독님이 ‘재탕’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그건 예술하는 사람들의 마음이고 저는 그런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어요. 1편과 2편을 자꾸 비교하는 건 조금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께서 2편은 2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적 제재를 옹호하며 돈을 버는 유튜버와 음주 심신미약으로 풀려난 범죄자들은 진부한 설정이지만 한편으론 현실을 반영한다. 서도철은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 정신 차려”라고, 박선우는 “어차피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데”라고 말한다. “1편은 단순한 얘기지만 2편은 조금 사회처럼 조금 복잡해졌죠. 서도철의 정의는 법의 심판이 사회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정의는 법으로서 하는 것이지, 사적 제재는 정의가 아니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따지고 보면 마녀사냥밖에 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류승완 감독이 유상섭 무술감독과 함께 연출한 액션은 절로 입이 벌어진다. 남산 공원에서 범인을 추격하는 ‘파쿠르’(맨몸으로 지형지물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동작) 장면, 상가 옥상에서 폭우를 맞으며 체포하는 장면, 깨진 유리병이 널린 터널 안에서 일대일 격투하는 장면은 생생하고 박진감 넘친다. 배우들의 훈련과 체력, 정밀한 동선 체크 없이는 불가능한 연출이다. 황정민은 액션 연기에 대해 “저는 관객이 ‘서도철은 절대로 늙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9년이 흘렀다고 힘이 빠진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만약 3편이 나온다면 ‘황정민은 늙어도 서도철은 늙지 않았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남들보다 체력이 좋긴 한가봐요. 한 씬을 찍어도 5분을 넘지 않으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러닝을 좋아해서 평소 8~10㎞씩 뛰고 있습니다.”
정해인에 대해선 “얼굴을 보면 ‘무장해제’되는 친구인데 눈이 돌아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워낙 몸을 잘 쓰는 친구여서 액션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조금씩 생채기가 나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친구예요.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과거 추석 연휴는 한국 영화의 ‘대목’이었다. 극장가가 블록버스터 영화로 떠들썩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용하다. <베테랑 2>는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3일에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성장해 극장이 침체한 분위기다. “한국 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는데 마음이 아파요. 예전만큼 바라지도 않지만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생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OTT로 보면 된다’는 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황정민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10년 전 SBS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언제든지 배우를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예, 그 생각은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잘 내려갈 수 있으니까 기대해 보세요. ‘내려갈 때’는 관객께서 판단하실 텐데 내려간다고 저는 크게 두렵지는 않아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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