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대학 밴드가 흥하는 3가지 이유

김기화 2024. 9.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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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다 24회Ⅱ] 요즘 대학 밴드가 흥하는 3가지 이유

공연을 3일 앞둔 저녁! 밴드1905의 연습이 한창입니다. 멤버 대부분은 대학교 1, 2학년 학생들. 한때 인기가 시들했지만 지금은 오디션에 면접까지 보고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이 밴드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김민서/밴드1905 베이스
너무 좋아요. 왜냐하면 이제 저희가 아무래도 모여서 하는 일이 다 서로의 합을 맞추는 거다 보니까 합을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저희가 너무 친해져 버렸거든요.
유승이/밴드1905 기타리스트
주변에 이렇게 애들 둘러보면 막 되게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어요. 그런 거 보면서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인 것 같다


이들 청춘에 다시 오지 않을 순간, 바로 공연 날이 다가왔습니다. 장비 점검도 하고 함께 발맞춰 보여줄 안무도 연습합니다. 앞선 두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1905의 차례.

기자: 어때요? 긴장돼요 어때요?
김지형: 워낙 많이 해서 이제 긴장은 별로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자: 어떤 무대를 좀 보여주고 싶어요?
임재현: 그냥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평생 가져갈 기억 하나 만들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에 바쁠 대학생들이 밴드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학교 2학년 김민서 씨. 자기 몸집만한 기타를 메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민서씨가 도착한 곳은 광화문의 한 커피숍. 민서씨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바쁜 점심시간의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민서씨는 학교 근처의 실용음악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민서씨가 베이스를 치기 시작한 건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힘든 입시가 끝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베이스 기타를 사고 이후 밴드에도 들어갔습니다.

김민서/밴드1905 베이시스
제가 어릴 적부터 밴드 음악을 되게 좋아했는데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베이스 소리가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신경이 쓰이다가 이제 수능 끝나고 나서부터 그냥 한번 배워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레슨이 끝나고 찾은 합주실. 요즘 민서 씨처럼 밴드 동아리를 찾는 대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김지형/밴드1905 드러머
진짜 많이 해요. 옛날에는 이제 선배님들 말 들으면 사실 밴드가 해봤자 한두 개밖에 없어서 그때 공연에도 사람들 많이 없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 건물 안에만 밴드 한 8개 정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게 중앙 동아리 밴드만 아니라 과 밴드들이 진짜 많아요. 그래서 이제는 밴드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이제 밴드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유승이/밴드1905 기타리스트
재밌는 게 요즘 카카오톡 친구들 프로필 바뀌면 이렇게 빨간색으로 뜨잖아요. 그럴 때 보면은 막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 사진에 기타 들고 있는 사진, 드럼 치는 사진 이런 것들을 좀 많이 보게 됐어요. 그래서 이 친구들 대학 가가지고 여러 가지 이런 밴드 활동하고 있구나 그런 거 보면서 좀 신기했던 것 같아요. 많이 하는구나.

이들은 왜 밴드활동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


학생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 바로 ‘낭만’이었습니다.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뜻합니다. 이 시대 대학생들에게 낭만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0년간 대학생들의 SNS 빅데이터와 대면조사등을 통해 트렌드를 분석해온 이재흔 씨.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단어들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재흔/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
2015년을 떠올려보면 대학생들이라든지 그런 청년들이 주로 발화했던 그런 언어들이 ‘헬조선’이라든지 아니면 ‘이생망’처럼 조금 갑자기 어려워진 그런 취업난 이런 부분들에서 좀 많이 좌절감을 느끼고 자조의 언어로 많이 표현을 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좀 어려운 시대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되게 긍정의 언어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행집욕부’라고 ‘행복에 집중하기 욕심 부리지 말기’라든지 ‘원영적 사고’라든지

‘원영적 사고’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씨의 발언에서 나온 말인데요. 빵집에서 앞 사람이 빵을 다 사간 탓에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 불평을 하기 보다는 “앞 사람이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럭키하게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다”고 긍적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으로 시각을 바꿔서 생각을 하고 하면서 스스로를 좀 다독이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고 이재흔씨는 말합니다. 그리고 최근 가장 돋보이는 단어가 바로 ‘낭만’입니다.

이재흔/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실 낭만이 한 2015년대까지만 해도 조금 무용하다거나 좀 의미가 없다거나 아니면 너무 오글거리고 감성적이다 이런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 최근 Z세대들 사이에서는 낭만의 언급량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있거든요. 내가 좀 나한테는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때 이 낭만 키워드를 좀 많이 붙입니다.


실제로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낭만이라는 단어의 언급량은 2019년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지금 현재 Z세대 같은 경우에는 미국도 그렇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 친구들은 비대면 문화에 너무 익숙해요. 그리고 대개 한 자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더더군다나 그리고 아파트 문화에 굉장히 익숙하고요. 그러니까 단절 고독 혼자 비대면 이런 거에 익숙하다 보니까 오히려 대면으로 여러 사람들과 같이 협업을 하면서 공동의 창작물을 내고 또 거기에 응원을 보여주는 그래서 같이 뭔가 체험하고 만들어가는 것에 더 열광을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악기상가인 종로 낙원상가. 북적이는 손님들 대부분이 대학생들입니다.


낙원악기상가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기타 매장을 운영하는 김효식씨. 김씨가 일을 시작했던 2018년은 기타가 팔리지 않아 매장을 접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김효식/기타매장 운영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아버지가 운영하셨던 악기 좀 이어서 계속 하게 됐지만 이제 그 대를 잇지 않는 가게들 같은 경우에는 문 닫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저희도 이거 기타 가게를 계속 운영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지만 최근 밴드활동을 하려는 대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합니다.
김효식
장난 아닙니다. 저희 지금 매장에도 지금 대학생들이 일렉 기타나 베이스 기타 구매하러 오는 경우도 있고 또 구입했던 악기 손보러 오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서

최근 일렉기타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가게의 구조도 바꿨다고 합니다.

기자
원래 여기가 이렇게 일렉 기타가 많은데가 아니었다면서요?

김효식
맞습니다. 저희가 경은 상사인데 사실 경은 어쿠스틱이라고 해서 30년 동안 통기타만 판매했던 매장이에요. 그런데 이제 말씀드렸다시피 밴드의 음악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면서 지금 보시다시피 어쿠스틱 기타는 이 방에는 한 대도 없고 다 일렉 기타는 베이스 기타로 이제 판매가 되고 있어요.

밴드음악에 빠질 수 없는 악기. 바로 드럼인데요. 꽤 비싼 가격이지만 과감하게 구매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윤권/드럼매장 운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저희는 그래도 적어도 한 50% 이상은 늘었다고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항상 젊은 분들이 와도 약간 이제 교회에서 같이 이제 어르신 어른분들하고 같이 오시거나 혹은 부모님 세대랑 같이 와서 고민을 하신다거나 하면 지금은 조금 가격이 나가더라도 자기가 알바를 해서 돈을 모은다거나

개인주의적이고 남의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Z세대 대학생들. 합주와 공연 등 협업이 많은 밴드활동에 몰리는 게 의외인데요. 또 하나의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신우진/밴드1905 보컬
제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때 약간 억눌러져 있었고 쌓여져 있던 그런 감정들이 락의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이렇게 표출되면서 못 만났던 사람들도 이렇게 같이 만나고 하는


김민서
(코로나때) 학교를 다 온라인 수업으로만 학교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한 학기가 지났는데도 반 친구들 절반의 이름을 모르고 얼굴 봐도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동아리 활동도 절반은 온라인으로 하고 절반은 대면으로 하고 오히려 더 못했던 것들을 마음속에 담아두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분출하는 그런 느낌?

관계 맺기에 목말랐던 학생들이 밴드활동으로 갈증을 푼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재흔
코로나가 끝난 직후에 대학가에서도 좀 관계 회복을 위한 많은 것들이 있었었거든요. 이 밴드라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면서 같이 함께 협력하고 그걸로 같은 목표를 이루어가는 활동이잖아요.


김헌식
새로운 세대들은 마치 비대면 가상 세계에 열광을 해가지고 메타버스처럼 갈 것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예를 들면 에스파처럼 가상 초현실로 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터진 것은 공연 시장이 터졌고 콘서트 시장이 터졌어요. 그런데 중요한 거는 단순히 소비자로서 남긴 것이 아니고 자기가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보겠다라는 건데


최근 한국 록음악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한국 최대 록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석 매진, 15만명 관객을 동원했고, 밴드의 종류도 많아졌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손에 꼽는 밴드들을 들어보니 전부 국내 밴드, 그리고 이미지도 '저항'을 상징하는 기존 록밴드들과 다른 분위기인데요.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는 요즘 세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밴드들이 등장한 겁니다.

김헌식
당대의 사회상들을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죠. 1960년대 비틀즈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죠. 일상의 어떤 소중함이라든지 반전 평화 미래의 대안까지도 모색을 했었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1970년대에 이제 포크송을 비롯해서 청년 세대의 문화 그래서 이제 ‘아침이슬’과 같은 그리고 한 대수의 ‘물 좀 주소’ 같은 그런 노래들이 당대의 그런 사회상과 젊은이들의 의식들 또 미래상을 반영을 해 왔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코로나로 적막했던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난과 학점 경쟁 속에 던져진 대학생들. 서로 관계맺기도, 낭만찾기도 모두 처음인 이들에게 대학밴드란 어떤 의미일까.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연애, 결혼, 주택구입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 등 많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은 이 시대의 청년들. 어쩌면 이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헌식
사람이 굉장히 그리워졌고 공동 작업을 하고 콜라보 했을 때의 결과물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됐다라는 거죠. 그래서 결국에는 협업 업을 콜라보 할 수 있는 음악적 장르가 뭐가 있을까라고 했을 때 그건 밴드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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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기자 (kimk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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