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곱버스도 국장이다`가 재밌나요?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곱버스도 국장입니다." 두 달전 인터넷 상에서 생겨난 주식시장 밈(meme·온라인 유행)이다. 연초 이후 벌어진 해외 주식시장과 국내 주식시장(국장) 간의 수익률 격차로 국장을 떠났던 개미가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에 대거 투자하며 돌아온 것을 표현한 말이다.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출연자 '니니'가 처음 말했다. 곱버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하락하는데 두 배로 베팅하는 상품이다. 개미들이 국장에서 곱버스 상품을 많이 사자 "어쨌든 돌아오고 있지 않냐"는 의미로 사용했다.
함께 출연했던 전직 투자 전문가 두 명이 "개인 투자자가 인버스로 돌아오는게 돌아오는거냐?"고 반박하자 "곱버스도 엄연히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이다. 이게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받아 쳤다.
해당 방송이 나가고 2주 뒤인 8월 5일 '역대급' 폭락장 '블랙먼데이'로 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자 시청자들은 '곱버스도 국장이다'를 언급한 니니를 '대황 니니'라며 칭송했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 답게 웃으면서 받아들였지만, 사실 '곱버스도 국장이다'는 국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해외 주식시장에 비해 상승률은 적고, 떨어질 땐 더 많이 떨어지는 국장에서 투자할 상품이라고는 사실상 곱버스밖에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국내 상장된 5개 코스피 선물 곱버스 상품의 평균 3개월 수익률은 13%를 넘는다. 같은 기간 상승에 베팅한 레버리지 상품 8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8% 수준이다. 최소한 최근 3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곤두박질 쳤다는 의미다.
이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당국이나 기업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지난주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토론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래도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의 주가는 올랐다"며 자화자찬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마저 국내 자본시장이 '저평가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혹평했지만, 기업을 대표한 참여자들은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이뤄져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평가가 낮은 것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날 기업 측에서 주장한 "개인투자자가 가진 지분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는 취지의 말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최근 이슈가 된 기업들의 합병 과정 등에서 소액 주주의 손해는 무시하고, 모기업이나 일부 대주주의 이득만이 강조되는 기업의 여전한 행태가 발견되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졌지만, 아무런 반성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누가 국장에 투자하라고 강요했냐"며 이른바 '누칼협'(누가 칼들고 협박했냐)으로 비아냥대지만, 기업 역시 누군가 강요해서 국장에 상장한 것은 아니다. 자본 확보를 위해 기업을 상장하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여 주가를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기업이다.
국장의 신뢰를 깎아 내리는 주체가 과연 공부하지 않고 투자한 개미일지, 시장에서 약속한 내용조차 지키지 않는 기업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올해 암울한 코스피 시장에서 주인 없는 금융주들만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기업들이 직접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미는 '곱버스도 국장이다'를 듣고 웃을 수 있다. 하지만 당국이나 기업은 같이 웃지 않았으면 한다. 떠났던 개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인버스가 아닌 롱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길 바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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