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차림에 동물복지 달걀 쓸까? 시민 25% “주변에 파는 데 없어”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 달걀 소비 인식조사 보고서 발간
동물복지 달걀 소비 28% 증가…비싼 가격 등은 한계점
추석 상차림의 각종 전과 튀김을 만들 때 없어선 안 될 재료 달걀. 최근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재구매 또한 지속해서 확대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싼 가격과 제한적인 판매처, 알아보기 힘든 동물복지축산 인증 표기 등은 소비의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소비자 2만 명의 달걀 구매 빅데이터를 분석(2022년 1월~2024년 5월)하고, 전국 성인남녀 1055명을 온라인 설문한 결과를 담은 ‘구매 빅데이터와 온라인 서베이를 활용한 달걀 시장 분석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간(2023년 6월~2024년 5월) 전체 달걀 시장의 규모는 2조3062억원으로 전년(2022년 6월~2023년 5월) 대비 구매액이 3.5% 증가했다. 구매량도 2.4% 증가해 구매액과 구매량 모두 전년보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일반 달걀의 구매액은 2% 감소했지만, 동물복지 달걀 구매액은 28.1% 증가해 달걀 시장에서의 동물복지축산 소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자의 63%가 동물복지 달걀을 구입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동물복지 달걀을 재구매했다고 답한 비중도 42.8%에 달했다. 이는 구매 빅데이터에서도 확인되는데 2022년 1분기 동물복지 달걀을 경험한 비율이 9.1%였던 반면, 2024년 1분기에는 13%로 3.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달걀의 구매 경험률은 56.4%에서 53.6%로 2.9%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달걀보다 비싼 가격과 제한적인 판매처, 헷갈리는 인증 패키지 등은 동물복지 달걀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서 향후 동물복지란 구입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7%(매우 긍정적 7.4%, 긍정적 49.6%)에 달했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본 동물복지 달걀의 재구매율은 2023년 1분기 13.2%, 2024년 2분기 19%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20% 아래에 머물렀다.
동물복지 달걀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 비싸서’(49.6%)였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들은 일반 달걀 10구의 평균 가격을 3750원으로 가정했을 때, 동물복지 달걀은 4485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일반 달걀 가격의 약 20%를 더 지불하겠다는 뜻인데, 실제 판매처에서는 동물복지 달걀이 일반 달걀보다 약 41% 정도 비싸서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를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일반 달걀은 온라인(10.9%), 개인 슈퍼(39.2%), 편의점·마트(25.8%), 대형할인점(24.1%) 등 여러 구매처에 고르게 분포하는 반면, 동물복지 달걀은 온라인(15.5%), 개인 슈퍼(7.2%), 편의점·마트(21.1%), 대형마트(56.3%)등으로 구매 경로가 편중되어 있었다. 이는 동물복지 달걀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판매처가 주위에 없어서’(24.7%)가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과 이어지는 조사 결과다.
달걀 포장재만 보고 동물복지 달걀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66%는 포장재 표면의 다양한 인증 마크와 ‘유기농’, ‘무항생제’, ‘건강한 닭’, ‘1등급’ 등의 광고 문구로 인해 일반 달걀과 동물복지 달걀을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 46%가 포장재에 ‘난각표시제’처럼 사육 환경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19년 8월부터 시행 중인 난각표시제는 방사(1번), 평사(2번), 개선케이지(3번), 기존케이지(4번) 등의 닭 사육 환경을 껍질에 숫자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동물복지 달걀을 구매한 뒤 심리적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14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동물복지 달걀 시장이 더욱 확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을 낮추고, 보다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닭이 케이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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