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양민혁→?' 김병지 대표 "이제 강원 47번은 '영 에이스' 상징, 최소 몸값 15억 선수 매년 만들겠다" [★인터뷰]
김병지 강원 대표는 지난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제 47번은 영플레이어 에이스의 번호이다. 무조건 22세 이하(U-22)이면서 유니폼도 1000장 이상 팔 수 있는 그런 선수에게 번호를 줄 것이다. 최소 몸값 100만 유로(약 15억 원)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47번을 그냥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전지훈련 마지막까지 번호를 비워 놓았다가 경쟁력 있는 선수에게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런 선수를 만드는 게 저와 윤정환(51) 감독 등 우리의 역할이다. 앞으로 (47번을 달 수 있는 선수를) 매년 만들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양민혁의 특급 활약은 김병지 대표에게도 특별한 일이다. 김병지 대표의 추천으로 양민혁이 K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윤정환 감독도 김병지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지훈련 명단에 양민혁을 포함시켰고, 양민혁은 뛰어난 퍼포먼스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것이 K리그 활약과 토트넘 이적으로 이어졌다.
김병지 대표는 "제가 콜업하지 않았다면 양민혁은 지금 고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제가 '정말 좋은 선수이니까 체크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윤정환 감독이 전지훈련에 데리고 갔다. 다행히 양민혁이 잘 됐다"면서 "윤정환 감독에게도 너무 고맙다. 제가 얘기하더라도 윤정환 감독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선수단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정환 감독이 제 얘기에 공감을 해주고 체크를 해줬다. 그 이후에는 양민혁이 스스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에는 강원 구단과 김병지 대표의 배려도 숨어 있었다. 김병지 대표는 협상 내내 구단의 이익이 아닌 양민혁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내세웠다. 김병지 대표는 "우리 입장에선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민혁이 가고 싶은 구단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 구단이 토트넘이었다. 사실 마지막까지도 다른 팀들의 오퍼가 있었다. 양민혁의 토트넘 협상이 99%까지 갔는데도 타 구단의 제의가 있었다. 계약 이틀 전만 해도 방향을 틀었다면 틀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양민혁에게 선택권을 모두 맡겼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강원은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양민혁의 발견은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은 15승6무9패(승점 51)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울산HD에 패해 선두 자리를 내줬으나, 여전히 구단 첫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해 힘겨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K리그1에 잔류했던 것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성장이다.
또 김병지 대표는 "주위에선 우승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해주고들 계시지만, 저와 윤정환 감독은 우승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선수단이 먼저 '우승하면 뭐 해줄 거냐'고 제게 얘기한다. '우승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할 수 있다. 지금 너무 좋다'고 대답한다"며 "그만큼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으니까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우리의 목표는 강등권 탈출이었고, 가장 큰 목표가 상위 스플릿이었다. 그런데 이를 모두 이뤄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선수단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믿음을 보냈다.
강원 돌풍의 또 다른 힘이라면 단연 강원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다. 지난 7월 열린 25라운드 전북 현대와 홈경기에서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다인 1만 2272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6월 18라운드 김천 상무전 홈 관중 1만 1578명을 시작으로 홈 4경기 연속 1만 관중 기록을 찍기도 했다. 지난 2022시즌 강원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2165명이었는데, 올해에는 강원 원정 관중이 이보다 더 많을 정도다. 지난 달 열린 FC서울 원정에서도 강원을 응원하기 위해 약 4000명의 원정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김병지 대표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만약 강원이 우승한다면 그에 맞는 이벤트를 멋지게 한 번 해보겠다. 상상초월의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춘천=이원희 기자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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