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양이 내가 잡아먹었는데”... 美 흔든 헛소문에 키득거리는 이 짐승
“이민자가 주민이 키우는 반려동물 잡아먹어”
헛소문으로 생산된 가짜뉴스 TV토론에도 등장
실제 개-고양이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
범인은 사람아닌 개과 맹수 코요테
미국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이 기르는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근거없는 헛소문으로 판명됐다. 그런데 실제로 요즘 미국 전역에서는 반려견·반려묘가 감쪽같이 사라져 먹잇감으로 희생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경고문까지 내고 있다. 당연히 범인은 인간이 아니다. 바로 개과 짐승 코요테. 헛소문과 가짜뉴스가 퍼지는데는 코요테의 출몰이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소식을 코요테의 독백 형식을 통해 전해본다.
추석 준비는 잘들 하고 계신가? 나야, 나. 코요테. ‘순정’ 부른 혼성 3인조 그룹 ‘코요태’ 말고, 진짜 코요테! 동물계 척추동물문 짐승강 개목 개과, 학명은 카니스 라트란스(Canis Latrans) 그 짐승 말이지.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바다건너 한국 누리꾼들에게 속내를 털어놔야 할 정도로 요즘 마음이 좋지 않아. 알다시피 얼마 전 열렸던 미국 대통령 후보자 토론에서 난데없이 강아지랑 고양이 잡아먹는 얘기가 나왔잖아? 바다 건너온 이주민들이 동네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얘기가 동네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지. 어처구니없는 헛소문으로 확인되면서 소동은 잦아들었지만 아무래도 내 마음이 좀 그래. 아무래도 우리 족속들이 벌인 일 때문에 애먼 사람들이 누명 쓴 것 같아서. 우리 때문에 지금 반려묘·반려견 키우는 사람들이 말 그대로 초비상이거든. 일단 동영상(ABC News Facebook)부터 한번 봐보셔.
고양이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아주 강인하게 키웠더라고. 저렇게 잽싸게 피하고 반격하는 걸 보니 아마도 한 두번 겪어본 솜씨는 아닌 것 같아.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나무기둥에서 후두둑 떨어졌을 각인데, 사람들 더 많이 몰려오면 곤란해지니까 일단 철수했다더라. 그런데 이렇게 코앞에서 놓친 경우는 열 번 중 한 두 번이야. 여덟아홉번은 어떻게 되냐고? 요 다음번 동영상(Lonestar Outdoor Show Facebook)을 한 번 보시라고.
이 강아지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냐고? 에휴. 말 해 뭐해. 그냥 상상에 맡길게. 어. 생각하는 그대로야. 그런데 우릴 그렇게 악마처럼은 보지 말라고. 다 먹고 살려다보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 게다가 우린 우선 식사전에 모든 사냥감들은 고통없이 보내준다고. 우리 육촌 중에 그놈들 있잖아, 리카온. 걔들처럼 무자비하진 않다고. 그놈들은 정말 해도 너무 한다니까. 뭐 눈 퍼렇게 뜨고 발버둥칠 때 살코기와 내장을 뜯어먹지 않으면 먹은게 아니라나.
지금 우리 때문에 미국이 난리도 아냐. 대도시 소도시를 막론하고 경찰서들은 ‘코요테 경고문’을 발표하고 있어. 공원과 주택가에서 우리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부쩍 늘어났고, 그에 맞춰서 개랑 고양이가 없어지는 횟수가 많아지니까 경고를 내는거지. 내용은 대동소이해. 사랑하는 멍멍이랑 야옹이를 코요테에게 잃고 싶지 않으면, 반드시 집안에 들이고, 불가피하게 데리고 나갈 때는 목줄을 확실히 하고, 음식물 찌꺼기 등 코요테들을 어슬렁거리게 할 만한 어떤 여지도 남겨두지 말라는 거지. 쉽게 말해서 이 소리야. 당신들이 멍냥이를 직접 지켜야 한다고.
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반려묘·반려견 킬러가 돼서 사람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을까. 일단 우리 집안 역사를 좀 훑어드릴게. 우리 라틴어 학명인 카니스 라트란스는 ‘짖는 개’라는 뜻이야. 그만큼 잘 짖어. 어지간한 개들은 물론이고 우리 족속의 ‘영원한 일진’인 늑대도 짖는 건 우리한테 못 이기지. 우리가 사실 그렇게 피지컬이 강한 건 아냐. 아메리카 대륙 맹수 서열에서도 확 밀려. 불곰·퓨마·흑곰·늑대·울버린 다음이라고 봐야할 걸? 물론 여우랑 너구리보단 앞서긴 하지만 말야. 그런데 내가 어쩌다 저 무시무시한 맹수들을 제치고 어쩌다 인간들의 경계 1순위가 됐을까? 그건 아마도 다른 맹수들은 갖지 못한 필살기 때문이라고 봐. 바로 적응력!
내 식성이 원래 이렇진 않았어. 주식은 원래 쥐와 토끼였어. 여기에 도마뱀과 메뚜기도 간간이 먹고. 살아있는 먹잇감이 없으면 곰이나 울버린 같은 놈들이 먹다남긴 사체를 찾아다녔지. 썩어문드러지긴 했지만, 뭐 살코기는 살코기니까 그럭저럭 먹을만하더라고. 난 철저히 강약약강이야.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얘기지. 와피티사슴이나 말코손바닥사슴처럼 감히 넘볼 수도 없는 큰 초식동물앞에서는 꼬리를 가랑이앞에 숙이고 ‘어이쿠, 형님 죄송합니다’하고 선제적으로 비굴모드로 돌입하지. 반면 프레리도그라도 보면 먹기 전에 최대한 가지고 놀면서 숨통을 끊어놓기 전까지 그동안 쌓인 각종 스트레스를 모조리 풀곤 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 몇백년 사이에 주변 환경이 변한거야. 먹이 잡던 곳에 집이 생기고 건물이 생기고 기차가 다니고 자동차가 굉음을 내면서 다니기 시작했어. 그 잘난 거대 맹수들이 혼비백산하더라고, 곰은 숲속으로, 퓨마는 산속으로 튀었어. 안그래도 수줍음 많은 울버린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다시피했어.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제압당한 거야!
나는 어땠냐고? 달랐지. 말했잖아. 코요테에서 적응력 빼면 가죽밖에 안남아. 급변하는 환경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적응력만큼은 지구상에 날 따를 자가 없을걸? 더 이상 쥐나 토끼나 도마뱀을 잡을 수 없게 됐어. 그런데 좌절과 절망은 개나 줘버리라고해. 이렇게 훌륭한 대체재가 있잖아. 야성을 잃어서 동작이 굼뜨고, 바로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천적인줄 모르고 컹컹 짖어대고, 눈앞에서 ‘나를 잡아잡수’하고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잡숴드려야지. 동족 사이에 바로 전파가 됐어.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개·고양이 사냥이 시작된거야.
쩝, 우리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것 같기는 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오가면서 활동하는 밀수꾼들을 어느샌가부터 코요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더군. 음흉한 범죄자, 딱 그 이미지가 붙은 거지. 그런데 우리 이미지가 항상 그렇지는 않았어. 워너브러더스의 인기 만화 ‘루니 툰’에서는 길달리기새를 잡아먹으려고 온갖 계략을 꾸미다가 늘 골탕만 먹는 어수룩하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나와.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때는 흑곰·토끼와 함께 당당히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도 됐었지. 우리의 식습관이 바뀌면서 갑자기 악마화가 진행된게 아닌가 싶어.
우리는 몸크기가 다 자라면 1.3m정도 돼. 늑대보다는 아담한 몸집이지. 달리기 속력은 시속 65㎞까지 가능해. 게다가 사자·늑대처럼 집단 사냥도 할 줄 알고, 재규어나 호랑이처럼 수영도 잘 해. 그리고 수천년을 이어내려오면서 조상들에게서 받은 경험의 유전자 덕에 어지간한 덫에는 꿈쩍도 안해. 그니까, 결론은 우릴 없애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결국 소중한 멍냥이들을 지키는 건 주인들 각자의 몫이라는 거지. 우리를 내치면 우리는 또 어떻게든 맞춰서 적응할걸? 우린 늘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
그 플랜 B에는 이런 것도 있어. 우리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게 어렵다면 최소한 우리 씨라도 뿌리는 것. 우리는 기본적으로 들개이기 때문에 늑대나 개와 짝짓는게 가능하거든. 우리의 눈빛과 우리의 성질과 우리의 입맛을 갖고 있는 코이울프(늑대와 코요테의 교잡종)와 코이도그(코요테와 개의 교잡종)가 대체 몇마리가 되는지 파악이 가능키나 할까? 흐흐흐… 요즘은 동쪽 뉴욕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 어마무시한 덩치의 괴물쥐들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식했는데 어떻게든 처치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배겨내지 못하고 두손 두발 다 들었나봐. 혹시 우리를 해결사로 활용할 생각은 없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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