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금투세 공방 중 韓총리가 국회법 소환한 까닭 [여의도가 왜 그럴까]
한총리, 국회법 들어 답변 거부
“2주 후에 답하겠다”고 말하기도
1년3개월 전 ‘고민정 설전’ 되풀이
“아니, 의원님께서 계속 이렇게 하신다면 저는 국회법 122조의 2, 7항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질의를 하시려면 48시간 전에 국회의장을 통해서 상세한 내용을 담아서 송달하도록 돼 있습니다.”(한덕수 국무총리)
“아니, 정부가 금투세 폐지를 말씀을….”(임 의원)
“지금 말씀하신 그 내용은 (질의요지에) 하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한 총리)
(야당 의석에서는 “상식적인 내용이에요”, 여당 의석에선 “법대로 해야죠, 법” 고성)
“아니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법 122조의 2, 7항. 그것에 의해서, 저보고 답변하라고 그러시면 2주 후에 답변드리겠습니다.”(한 총리)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 의원이 금투세를 “합리적 세제”라고 주장하며 한 총리에게 퀴즈 형식의 질문을 연달아 던지고 난 뒤 벌어진 일이다.
앞선 임 의원 질문은 이랬다.
질문① : 어떤 사람이 올해 A금융상품에서 3000만원 이익을, B금융상품에서 4000만원 손실을 봐서 총 1000만원 손해를 봤다. 이 경우 세금을 내야 하는 기준은 얼마가 합리적이겠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 300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질문② : 어떤 사람이 금융투자에서 작년에 손실을 3000만원 본 상태에서, 올해는 2000만원 이익을 얻어 누적 수익은 -1000만원이다. 올해 세금을 내야 하는 기준은 얼마가 합리적이겠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 200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질문③ :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160만원을 버는 대학생이 내야 하는 세금은 얼마이겠나.
질문④ : 한 종목에 50억원 넘지 않게 총 1000억원을 주식투자해 1년에 200억원의 수익을 내는 주식부자는 세금을 얼마 내겠나?
임 의원이 판단한 정답은 각각 ‘세금을 내지 않는다’(질문①), ‘세금을 내지 않는다’(질문②), ‘3.3% 세율로 원천징수당한다’(질문③), ‘0원’(질문④)이었다.
그러면서 “현행 세제와 달리 금투세는 이익과 손실을 통산하며, 손실을 이월 공제해주는 합리적 세금”이라며 “대학생은 알바만 해도 세금을 따박따박 원천징수 당하는데, 주식부자는 세금 한 푼 안 내는 게 현행 세제”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지금 금투세 논쟁의 핵심은 수많은 다른 투자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자는 것”이라며 “(주식)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을 갈라서 논의하기보다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주식투자)활동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는 기회를 광범위하게 주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회법 제122조의2(정부에 대한 질문) ⑦ 대정부질문을 하려는 의원은 미리 질문의 요지를 적은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의장은 늦어도 질문시간 48시간 전까지 질문요지서가 정부에 도달되도록 송부하여야 한다.
한 총리가 언급한 국회법 122조의 2는 대정부질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총리 말대로 48시간 전에는 질문요지서가 정부에 도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임광현 의원 측은 사전에 질문요지서를 송부했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과세 체계와 조세, 세수 결손 대응 등을 묻겠다는 내용의 질문요지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질문요지서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요지서를 보내놓고서 세부적인 것을 마치 퀴즈 문제를 내듯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한 총리는 질의요지에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2주 후에 답하겠다고도 했다. 똑같이 국회법 122조의 2, 7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한 총리는 국회법 122조 3항을 준용해 이런 답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정부 서면질의의 경우 10일 내 서면답변이 원칙인데, 임 의원의 질문 시점을 기준으로 10일의 업무일을 따져 2주 뒤라는 계산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와 야당 의원 간 비슷한 공방은 지난해 6월14일에도 있었다. 이동관 당시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한 총리는 해당 문서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질문이 이어지자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라며 “고 의원님이 오늘 질의하신다고 하는 내용은 국회법에 보면 ‘48시간 이전에 그 요지를 국회의장한테 전달하고 국회의장은 48시간 이전에 관련되는 자에게 전달해야 된다’ 이렇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서류와 관련된 것, 단 한 번도 48시간 이전에 저한테 전달이 된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물으시는 것에 대해 저도 돌아가서 검토를 해서 1주일, 2주일 뒤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자 의석에 있던 여야 의원들까지 가담해 한때 대정부질문이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한 총리가 답변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고 의원도 한 총리와의 공방 뒤 “(질문요지서 사전 제출은) 정부에서 답변 준비를 충실히 하라는 취지이지, 질문요지서에 관련 내용이 없으면 답변을 거부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요지서에 ‘보도지침 선거개입’ 문건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회법 위반’이란 주장을 하고 답변을 거부한 것은 국회법에 대한 의도적 오독이자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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