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면 3배 배상"…임금체불 '역대 최대' 불명예 기록 막을까
지난해 '구속수사 원칙' 밝혔지만 속수무책
징벌적 손배 도입, 환노위서 여야 합의 통과
"1년 내 3개월 이상 안 주면 최대 3배 배상"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올해 상반기(1월~6월)에만 임금체불액이 1조436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고의적으로 임금을 반복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해, 번지는 임금체불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반기에만 '조' 찍은 체불액…'구속수사 원칙' 엄포에도 속수무책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역대 최고였던 임금체불액 기록을 올해 경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3년 전체의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현행 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와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임금체불 근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구속수사 건수는 2022년 3명에서 지난해 10명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300억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한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이사도 포함됐다.
또 압수수색(52건→92건), 통신영장(277건→398건), 체포영장(441건→533건) 등 강제수사 집행 건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또다시 '신기록'을 앞두게 되면서 제도에 심각한 공백이 있다는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임금체불 근절대책·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체불사업주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토론회에서 "사법부가 임금체불을 가벼운 범죄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전국 1심 법원의 임금체불죄 형사판결 결과를 보면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된 건수는 4%에 불과하고, 벌금형과 벌금형 집행유예가 64%로 대부분"이라며 "벌금형의 경우에도 형량을 보면 체불액의 13.1%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적당히 늦게 지급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이고 유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이례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합의…1년 내 3개월 이상 안 주면 3배 배상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로 영미법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제조물책임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적용돼 있다.
노동시민사회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체불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들어서도 여야 의원들이 임금체불 근절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체불액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고 한다. 이에 환노위는 15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여야 합의안을 '대안'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사업주가 명백한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1년 간 임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개월 수가 3개월 이상인 경우, 법원에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3배 이내 금액을 지급할 것을 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여야가 공동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12일 환노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처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자체를 반대했지만, 워낙 사안이 중대하다보니 동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여야는 또 대안에 고용부가 명단공개 체불사업주에 대한 반의사불벌 규정 적용 제외가 임금체불예방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보다 강화된 처벌을 주문한 상태다.
개정안은 여야가 합의 처리한 만큼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이와 별도로 체불액의 40%가 퇴직금인 점을 고려해,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는 5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미도입 사업장 근로자 575만명의 임금체불을 예방함으로써 근로자 수급권을 보호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12일 대정부질문에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대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이유 중 하나가 퇴직금이 전체 체불 임금액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퇴직연금식으로 바뀌면 퇴직금이 최소 절반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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