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번이나 암살시도…정치인 겨냥 테러 잇따라
유럽에도 피습사건 이어져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50일 앞둔 1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암살 시도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현직 정상 등 거물급 정치인을 겨냥한 총격 등은 전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일어난 총격 사건 이후 약 두달 사이에 두 차례나 암살 고비를 넘겼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외에서 연설하던 중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쏜 총에 맞아 오른쪽 귀를 다쳤고, 유세를 지켜보던 1명이 사망했다. 크룩스는 저격수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크룩스의 범행 동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행사를 찾아보는 등 공격을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암살의 희생양이 됐다. 그는 2022년 7월 8일 나라시에서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 자민당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데쓰야가 사제총기로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범인은 자기 모친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1억엔(약 9억1000만원) 넘게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으며, 아베 전 총리가 가정연합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역대 최장인 통산 8년 8개월 총리를 지낸 아베 전 총리가 종교적 이유로 원한을 품은 전 자위대원에게 피격돼 숨진 사건은 일본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작년 4월 15일 와카야마현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폭발물 투척 테러를 당했다. 기시다 총리는 다행히 폭발 전에 대피해 다치지 않았다.
범행을 저지른 기무라 류지는 동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시다 총리와 일본의 선거 제도를 비판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정치적 이유로 암살을 시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보다 앞선 2021년 7월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의 총탄에 살해됐다.
미주 최빈국으로 수십년간 빈곤과 자연재해,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려온 아이티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갱단 준동으로 치안이 붕괴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또 2022년 9월에는 아르헨티나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겨냥해 괴한이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가 유세 중 다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최근 수년간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던 중 가슴과 복부 등에 총탄 세발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겼다.
범인은 반정부 시위 참여 이력이 있는 70대 전직 경호업체 직원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6월에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코펜하겐 광장에서 선거 운동 도중에 한 남성으로부터 공격받아 경미하게 다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까지도 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 암살이나 암살 시도가 드물지 않게 이어졌다. 암살된 현직 대통령만 네 명에 이른다.
1865년 제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워싱턴DC의 한 극장에서 남부 출신의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총탄에 사망했고, 1881년에는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가 정신질환자의 총에 맞아 숨졌다. 1901년에는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가 무정부주의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하던 중 리 하비 오즈월드에게 저격당해 사망한 것이다.
암살 시도 사건도 적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1981년 워싱턴 시내에서 정신질환을 지닌 남성이 쏜 총탄을 가슴에 맞았으나 응급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28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도 연설 중 총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뒤 38대 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는 살인마이자 사이비 교주인 찰스 맨슨의 추종자 등에게 2년여간 두 차례나 암살 시도를 겪기도 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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