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도 다양한 주제 연구"…'한은판 구조개혁' 통하려면
[편집자주] 남대문이 시끌벅적하다.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 책무 외에 여러 사회 구조개혁 문제에도 목소리를 낸다. 사교육 문제나 최저임금 차등화처럼 중앙은행이 내놓기 어려운 도발적인 정책 제안도 거침없다. 한은의 달라진 행보를 두고는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업무 영역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한은의 변화와 내외부 평가, 정책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다양한 구조적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가 이끄는 '한은표 구조개혁'이 현실적으로 사회문제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싱크탱크'로서 한은의 행보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정치적 논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책 실현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뒤따른다.
한은이 다루는 여러 구조개혁 중에서도 지역균형개발은 한은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과제다. 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인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부터 지역경제 심포지엄도 만들었다.
한은은 저출생·고령화와 지역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고 지역사회에서 먼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그 외 지역간 불균형이 커지면서 지역경제의 성장기반도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한은의 중요한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역대 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공공기관을 지역 중소도시로 이전했지만 인구 유입이나 생산성 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수 대도시 중심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정책 제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공론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를 연구하고 발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물가 관리와 통화정책을 하는데 있어 부동산 가격이나 다른 구조적문제가 걸림돌이 되다보니 관련 연구를 하는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 중앙은행도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가 여러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의 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정부가 여러 의견을 받아들이고 실패한 정책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의 행보가 중앙은행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면서 정책 제안을 하는 건 월권이라는 견해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정책 보고서를 만드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연구자 개인의 연구로 그치지 않고 공식 입장처럼 발표하는 것은 정부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이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을 하기 시작하면 서로간 지켜야 할 선이 무너지고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한은의 독립성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안팎에서는 지속가능성 문제도 나온다.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한은이 이같은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오기 전에는 하지 않던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한은이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은 있다"며 "내부에서도 총재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교육 보고서를 발표하는 심포지엄 현장에서 "나쁜 균형에서 빠져나오려면 파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준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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