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문가는 아니다"…도발적 보고서에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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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이 시끌벅적하다.
최상목 부총리는 "(한은이)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보고서를 내놓는 의도가 통화정책(금리인하 기대)에 대한 시장 관심을 돌리려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굳이 비유하자면 전방의 철책을 지키는 게 급선무인데 대민 지원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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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남대문이 시끌벅적하다.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 책무 외에 여러 사회 구조개혁 문제에도 목소리를 낸다. 사교육 문제나 최저임금 차등화처럼 중앙은행이 내놓기 어려운 도발적인 정책 제안도 거침없다. 한은의 달라진 행보를 두고는 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업무 영역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한은의 변화와 내외부 평가, 정책 실현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은행 보고서의 문제의식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시행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최상목 경제부총리, 9월 9일)
"(한은이)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농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6월 19일)
한국은행 보고서의 파격 제안이 화제지만 관가에선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 농산물 물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비중을 높여야 한단 연구 결과에 대해선 관련 부처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한은이 통화정책 수행을 위해선 부동산·교육·노동 분야 등 거시적 측면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단 의견이 있다. 반대로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의 한은이 변했다는 점이다. 저출생, 지역 균형, 입시경쟁 과열, 돌봄 인력 등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 통로는 'BOK 이슈노트'라는 이름의 보고서였다. 보고서에는 돌봄노동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외국 인력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과일·채소의 수입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등 제언들이 담겼다. 최근에는 대학 입시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띄우기도 했다.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의 반응이 미덥지 않단 점이다. 특히 농산물 물가 관련 연구는 정부와 직접적인 논쟁으로 이어졌다.
한은은 지난 6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과일·채소의 수입 비중을 높여 농산물 물가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수입과 유통 구조 개선 등 한은이 최근 보고서에서 제안한 것들은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고 농업 분야의 특수성, 국가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물가 중심으로만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이 대학 입시에 지역별 학생 수 비율을 반영한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관심을 받았다. 사교육 과열과 수도권 인구 집중,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이 또한 정부는 신중론을 폈다. 최상목 부총리는 "(한은이)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갈린다. 먼저 한은이 통화정책을 위해선 중장기적 측면에선 연구를 진행하고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단 입장이 있다.
하준경 한양대 에리카(ERICA) 경제학부 교수는 "집값·교육 등은 중장기적 관점에선 통화정책의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은은 금융을 안정시키고 정부 정책과의 조화도 도모하는 등 거시경제 전반을 살펴보면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독립적인 위치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중앙은행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보고서를 내놓는 의도가 통화정책(금리인하 기대)에 대한 시장 관심을 돌리려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굳이 비유하자면 전방의 철책을 지키는 게 급선무인데 대민 지원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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