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BL 슈터 계보 잇는다! 스텝업 노리는 창원 LG 유기상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데뷔 시즌을 돌아본다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이제 사회인이 된 게 아닌가. 나이차 많은 형들과 함께 지내며 사회생활을 배웠다. 농구적으로는 감독님이 주문한 역할을 수행한 건 만족스럽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신인인데도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받았다.
개막전 KBL 컵대회에서 (허)웅이 형에게 득점을 많이 줘서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 장점이 슈팅이지만 감독님께서는 수비와 궂은일을 먼저 원하셨다. 그걸 빨리 눈치 채고 집중했던 게 중요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장점인 슈팅력이 나왔다.
3점슛 성공률 1위(42.4%), 신인 한 시즌 최다 3점슛(95개) 기록을 세웠는데?
사실 성공률 1위는 생각도 못했다. 안 들어가는 날도 있었고, 다른 형들이 나보다 팀에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운이 좋게 슛이 들어가면서 1위를 했는데 너무 값지다. 신인 한 시즌 최다 3점슛 기록은 (아셈) 마레이, (양)홍석이 형, (이)재도 형에게 수비가 집중되다 보니 찬스가 왔을 때 자신 있게 던졌던 게 잘 들어갔던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사실 긴장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내 이름이 호명되기 전부터 손에 땀이 나고 엄청 긴장되더라. 단상에 올라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말을 잘 못했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상과는 거리가 먼 선수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노력해서 보상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동기부여가 더 되더라. 앞으로 더 잘해서 어떤 상이든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평균 9.8점 3점슛 2.4개 3.0리바운드)이 더 좋았는데?
신인상을 받은 후라 나를 보는 시선이 한 단계 올라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대학 시절에 큰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있고, 실패도 해봤기 때문에 그 때의 깨달음이 많은 도움이 됐다. 생각보다 긴장이 안 되고 자신감이 있었다. 주축 선수들에게 수비가 몰릴 테니 정규리그에서 참았던 슛 1, 2개만 더 시도하면 괜찮을 것 같다. 다행히 잘 맞아 떨어졌고, 덕분에 기록이 좋게 나왔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화도 나고 너무 분했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은 잘하고 있다가 우리가 자멸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남 탓 할 거 없이 반성해야 된다. 두 번 다시 그런 실수가 나와서는 안 된다. 솔직히 억울한 부분도 있었는데 다음 시즌에는 이런 것도 다 이겨낼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한일전 활약? 대표팀 또 가고 싶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7월 6일과 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가졌다. 12명 모두 젊은 선수들로 선발한 가운데 유기상 역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차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17점 3리바운드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학창시절 청소년 대표팀에 단 한번도 선발된 적이 없었기에 한일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명단이 발표된 시점에 개인 훈련 중이었다. 갑자기 소셜미디어 알림이 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엄청 오더라. 휴대폰을 보고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더 열심히 해서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특히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셔서 뿌듯함을 느꼈다.
이번 대표팀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분위기는?
나는 막내였는데 최고참인 (변)준형이 형과도 나이차가 별로 안 났다. 그래서 막내의 고충을 잘 아시더라. 엄청 편하게 해주려고 하셨다. 훈련 기간이 4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준호 감독님께서 젊음과 패기로 맞서자고 하셨다. 덕분에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형들 말로는 이전 대표팀에서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였다고 하더라. 앞으로 계속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보다 열세였는데 자신 있었는지?
처음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지 하치무라 루이와 와타나베 유타가 빠지면서 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형들도 똑같은 생각이었다고 하더라. 객관적인 열세를 뒤집어보자고 힘을 모았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더 재밌었다. 일본 팬들 매너가 정말 좋더라. 한국 선수들 입장할 때도 박수를 쳐주셨다. 특히 (양)재민이 형이 나갈 때는 거의 일본 선수처럼 큰 환호를 보내주셨다.
2차전에서 3점슛 5방을 터트리며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개인적으로 후회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다. 2차전에서 준형이 형이 빠지는 바람에 내가 선발로 나갔다. 경기를 뛰어 보니 상대가 내가 슈터인 걸 아는데 붙어서 수비하지 않더라. ‘아 그래? 놔둬?’라는 생각으로 슛을 던졌다. 첫 3점슛을 (문)정현이가 패스를 잘 줘서 편하게 던졌다. 첫 슛이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뛰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 가기 전까지는 토미나가 케이세이가 나와 같은 슈터라서 관심 있게 봤다. 막상 경기를 뛰어보니 팀 자체가 카와무라 유키에게 맞춰져 있더라. 기본기가 탄탄하고, 힘도 굉장히 좋다. 부딪쳐보면 땅에 박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이 셌다. 일본은 경기 중에도 계속 분석을 해서 매 쿼터마다 가장 확률 높은 공격을 시도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활약으로 다음에 또 대표팀에 뽑힐 거라는 기대감이 있을 것 같다.
기대감보다는 뽑히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1경기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 않나. 이번 시즌 내 플레이를 보고 제대로 평가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팀에 맞춰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 거두고파”
두 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LG는 오프시즌 선수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재도, 이관희 정희재, 이승우, 저스틴 구탕이 팀을 떠났다. 대신 전성현, 두경민, 허일영, 최진수, 장민국, 칼 타마요를 영입해 로스터를 채웠다. 사실상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것.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공격농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유기상 또한 LG의 대권 도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오프시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즌 끝나고 휴가는 어떻게 보냈는지?
한 달만 쉬고 나머지 한 달은 창원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대학교 4학년부터 데뷔 시즌까지 이어서 치렀기 때문에 2주 정도는 농구를 아예 안 했다. 잠깐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생각 없이 쉬니까 좋긴 하더라. 쉬는 동안 (박)인웅이 형, 후배 한 명과 일본을 다녀왔다. 인웅이 형이 일본어를 좀 해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왔다.
1차전에서 카와무라의 공을 스틸하려다 어깨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심하게 다친 게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어깨 인대가 손상됐다고 하더라. 4주 진단이 나오긴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팀에서 관리를 잘해주셨다. 2주 정도는 아예 공을 못 만지게 하셨다. 요즘엔 슛을 던지고 있는데 아직 감이 없어서 좀 더 연습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
프로 첫 오프시즌 훈련은 어떤지?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나는 어깨를 다쳐서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트레이너 형들이 부상 없이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주신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시즌이 길고, 경기 수가 많기 때문에 힘들게 하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빨리 팀 훈련에 복귀해서 남은 오프시즌 훈련 열심히 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멤버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허)일영이 형, (최)진수 형, (전)성현이 형, (두)경민이 형, (장)민국이 형 모두 이름 있는 선수들이 아닌가. 형들이 훈련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해주신다. 워낙 개인 능력이 좋은 형들이라 수비적인 부분이나 조직력만 가다듬으면 충분히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성현이 형이 온다고 했을 때 ‘정말 한 팀이 된다고?’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롤모델로 꼽은 형과 같이 팀에서 뛴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궁금한 걸 물어보라면 하루 종일 물어볼 수 있는데 귀찮아 하실까봐 옆에서 조금씩 물어보고 있다. 성현이 형과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 옆에서 먼저 노하우를 알려주시더라.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새 시즌 좀 더 보완하고 싶은 점은?
예전부터 내 신장으로 슛만 쏴서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보조 볼 핸들러로서 포인트가드를 도와주면서 외곽슛 이외에 경기 운영도 할 줄 알아야 된다. 한번에 될 수 없겠지만 조금씩 공을 갖고 하는 플레이의 빈도를 늘려가고 싶다.
돌아오는 시즌 목표는?
아직 우승이라고 말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부상 없이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 부족했던 지표들을 올려가고 싶다. 열심히 할 테니 이번 시즌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 사진_배승열 기자, 점프볼 사진부, 유기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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