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세…2030 NDC 달성에 청신호일까?

박상욱 기자 2024. 9.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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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3)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이 지난 10일 공개됐습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3년 잠정 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대비 4.4% 줄어든 셈입니다. 부문별로는 산업 2억 3,890만톤, 전환 2억 40만톤, 수송 9,490만톤, 건물 4,420만톤, 농축수산 2,500만톤, 폐기물 1,560만톤의 배출량을 기록했고, 520만톤의 온실가스가 여러 과정에서 탈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문별로 전년 대비 줄어든 양과 그 정도는 서로 달랐습니다. 가장 많은 감축률을 기록한 것은 전환부문이었습니다. 전년보다 약 1,640만톤을 덜 뿜어내며 7.6%를 줄여낸 것이죠. 이어 산업부문에선 전년보다 730만톤을 줄여 3%의 감축률을 기록했습니다. 건물부문에서 줄어든 배출량은 330만톤으로 산업부문보다 적었지만, 당초 그 양 자체가 적었던 만큼, 감축률 측면에선 전환부문 다음으로 가장 높은 7%를 기록했습니다. 수송부문의 배출량은 90만톤 줄어 1%의 감축률을, 폐기물부문은 20만톤의 감축량과 1.3%의 감축률, 농축수산부문은 10만톤의 감축량과 0.1%의 감축률을 각각 기록했고요.

모든 부문이 감축을 해냈다는 점은 같지만, 그 이유 또한 서로 달랐습니다. 정부는 전력수요의 감소로 발전량이 전년 대비 1% 줄었고, 그런 와중에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4.4TWh(2.5%), 샌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대비 3.5TWh(6.6%) 늘고,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 발전량은 감소해 전환부문의 배출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은 산업에서의 수요 감소가 주효했습니다. 당장 철강분야의 전력수요는 6.2%나 감소했고, 전자 및 통신분야의 수요도 3%나 줄었던 것이죠.

이러한 산업부문의 전력수요 감소는 곧, 자체적인 배출의 감소로도 귀결됩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국내 산업부문에서 주요 다배출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철강의 배출 변동과 그 이유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산업부문의 전력수요 감소와 부문 내 배출량의 감소라는 반가움에도 짙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전체 생산량 자체가 줄었습니다. 합성고무에 쓰이는 부타디엔의 생산량은 전년보다 14.4%나 줄었고, 에틸렌과 벤젠의 생산량 또한 각각 8.8%, 6.8% 감소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업종에서의 배출량이 6.8% 줄었다는 것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분석입니다. 시멘트업 또한, 건설업 경기부진으로 생산량이 2.1% 감소하면서, 배출량이 2.3% 가량 줄게 됐습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위의 업종들처럼 디스플레이의 생산 감소라는 이유도 있었습니다만, 반도체 공정가스의 저감 노력도 한몫 했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의 원단위 배출량이 2만 9,300톤에서 1만 2,200톤으로 58.5%나 줄었죠. 이전과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 업종에서 드디어 나타난 것입니다. 그 결과, 업종 전체 배출량은 전년보다 무려 53.1%, 양으로는 240만톤을 줄여낼 수 있었죠.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의 경우, 위의 3가지 업종과 달리 전년보다 배출량이 2.4%(220만톤) 늘었습니다. 힌남노로 침수돼 가동을 멈췄던 용광로가 복구되면서 전로강의 생산이 전년보다 4.2%나 늘어난 결과입니다. 전로강 생산 증가율에 비해 배출 증가율이 낮은 것은 다행이지만, '반가운 소식'이라고 이야기하기까진 원단위 배출량의 분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송부문의 경우, 전년보다 1백만톤에 육박할 정도의 감축을 기록했는데, 이는 무공해차의 보급이 37.8% 늘어남과 더불어 주행거리 또한 소폭 줄어든 덕분이었습니다. 그 외 건물과 농축수산, 폐기물부문의 배출도 결국 성장이나 수요증가에도 효율을 높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기보단, 날씨가 따뜻해지고, 도시가스 요금 인상(주택용 기준, 42.6%)으로 도시가스 사용량이 줄어서, 가축 사육두수와 작물 재배면적이 줄어들어서, 폐기물의 매립량이 줄어서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국제사회와의 약속까지는 얼마나 남은 것일까. 당장 정부가 제시한 2030 NDC 목표와 2023년의 잠정 배출량을 놓고 봤을 때, 얼핏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2018년 7억 2,500만톤이라는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23년까지 우리는 연평균 2천만톤 안팎의 온실가스를 줄여왔습니다. 이젠 정체기가 아니라,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할 수는 있게 된 것이죠. 이제 2023년 6억 2,420만톤이라는 숫자를 2030년 5억 1,200만톤으로 낮추면 되는 것인데, 이는 연평균 1,603만톤을 줄여내면 달성 가능한 숫자입니다. 지금까지의 연평균 감축 폭보다 그 기울기가 낮아진 셈입니다.

배출량 Top 3 부문인 전환과 산업, 수송을 따로 떼어내서 보면, 2030년까지 전환은 연평균 3.9%, 산업은 연평균 0.5%를 줄이면 됩니다. 전체 총 배출량과 마찬가지로, 기울기가 지금까지 기록된 것보다 더 완만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수송부문의 경우, 이런 전반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많은, 대대적인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송부문의 배출량은 2030 NDC의 기준점인 2018년 9,620만톤에서 2023년 9,490만톤으로 1.4% 줄어드는 데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2030년엔 이를 6,100만톤으로 35.7%나 줄여야 하는 것이죠. 이는 앞으로 연평균 5% 이상 줄여내야만 가능한 숫자입니다. 현재 논의중인 전기차 관련 정책들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번 잠정 배출량 발표에서 “2022년부터 GDP가 해마다 증가했음에도 배출량이 감소하는 탈동조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우리가 10억원을 벌기 위해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탈동조화, 디커플링은 국가 총배출량이 매번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늘어나던 2011년~2018년까지도 이미 관측됐던 내용입니다. 다행히 정점을 기록한 2018년 이래로 이번 2023년 잠정 통계에 이르기까지의 기울기가 더 가팔라졌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지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지, '이제 됐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국가 총 배출량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1인당 배출량의 감소세는 아직입니다. 또한, '디커플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나, 해외 선진국들과의 GDP당 온실가스 배출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1,000달러의 GDP를 벌기 위해 우리는 아직도 316kg의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OECD 회원국 평균인 201kg보다도 매우 많을뿐더러, OECD 회원국 중 유럽국가들의 평균인 152kg의 배를 넘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이 격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자화자찬보다는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이번 잠정 배출량과 관련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고려할 때 배출량을 더욱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감축의 속도가 더딘 부문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배출 그래프를 보고 '나름 해볼 만하다'고 여겼던 마음은 2030 NDC의 '진짜 모습'을 보면 이내 사라집니다. 우리가 내세운 2030 NDC의 목표는 '총배출'이 아닌, '순배출'이기 때문입니다. 순배출은 말 그대로, 총배출량에서 흡수 및 제거량을 뺀 값입니다. 5억 1,200만톤이라는 총배출량만 놓고 볼 때엔 '해볼 만하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우리는 여기에 더해 7,540만톤이라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거나 제거해야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흡수 및 제거량에서 64.6%를 차지하고 있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포집·활용·저장)와 국제감축(국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 성과를 일부 우리의 것으로 가져오는 일)의 경우, 현재 우리의 기술과 정책으론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이고요.

만약, CCUS와 국제감축이 당초 목표했던 것처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주택 공급 등을 이유로 산림을 택지로 전환하면서 흡수원이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고스란히 전환과 산업, 건물, 수송 등 배출부문에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실천 가능한 흡수 및 제거량이 목표의 절반 수준일 때, 우리가 뿜어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약 4억 7천만톤에 불과해지는 것이죠. 그럼 감축의 기울기는 전에 없던 수준으로 가팔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평균 3,4%, 해마다 2,141만여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이런 감축에 진짜 대비가 된 상태일까요.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상태일까요. 이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계획도 최근 공개됐습니다. 바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입니다. 2년에 한 번, 우리나라의 15개년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그에 따른 전력설비 등의 확충을 계획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죠. 과연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와 국회 보고,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나온 계획안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음 주 연재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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