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술] ①강화섬쌀로 빚은 '지역특산주 1호' 삼양춘

신민재 2024. 9.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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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막걸리 시장 개척…'한국형 청주'도 인기
한류 붐·K-푸드 열풍 타고 세계 무대 진출 도전

[※편집자 주 = 한 지역의 특산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고장을 대표하는 술입니다. 지역특산주는 외지에서 찾아온 방문객에게는 훌륭한 관광상품이자 주민들에게는 팍팍한 삶의 애환을 달래는 친근한 벗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추석을 맞아 인천을 대표하는 술과 그 술을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인천 지역특산주 1호 삼양춘을 소개하는 강학모 대표 [사진 임순석]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삼양춘이라는 이름은 세 번 빚어(三釀·삼양) 봄(春·춘)에 마시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삼양춘이 '글로벌 도시'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강학모(63) '송도향 양조장' 대표는 2017년 인천 지역특산주 1호로 등록된 삼양춘을 이렇게 소개했다.

강 대표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 사람'의 입장에서 내 고장 원료를 이용해 지역의 풍미를 담은 술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온 숙성 중인 삼양춘 약주를 살펴보는 강학모 대표 [사진 임순석]

고려시대 문헌에도 나오는 전통술…현대적으로 복원

인천 계양구 서운동이 고향인 강 대표는 20여년간 몸담은 공기업에서 2008년 명예퇴직한 뒤 술을 빚는 것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애주가였던 강 대표는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고려시대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 상류층이 마시던 '삼해주'를 알게 됐고 이를 현대인의 기호에 맞도록 복원해 2013년 강화섬쌀을 원료로 만든 삼양춘 탁주와 약주를 출시했다.

삼해주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문집에 등장하고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도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오랜 술이다.

강 대표는 "자연적으로 술을 빚어야 사케나 와인처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삼양춘은 인공첨가물 없이 강화섬쌀과 전통 누룩, 물만으로 15일간 세번 빚어 30일간 저온 숙성을 거쳐 완성되는 술"이라고 설명했다.

송도향 양조장에서 현재 생산되는 술은 삼양춘 탁주·약주·청주·스파클링, 팬시 스파클링, 오마이갓 스파클링·탁주 등 모두 7종이다.

그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삼양춘 청주는 기존 삼양춘 약주와 누룩을 차별화해 누룩 향이 적고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한국형 청주'다.

이 술은 알코올 도수가 15도로, 평소 10도 이하로 냉장보관하고 상온에서 미지근할 때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한다.

삼양춘은 2018년 11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사용됐다.

삼양춘 전통주를 빚기 위해 고두밥을 짓는 모습 [사진 임순석]

대중주보다 비싼 가격에 주춤…맛·품질로 승부

삼양춘을 비롯한 국내 '프리미엄 전통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랭한 편이다.

무엇보다 소주·막걸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주와의 큰 가격 차이는 소비자들이 이들 술을 선뜻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벽으로 다가온다.

삼양춘 탁주 500㎖ 1병 가격이 1만2천600원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750㎖ 일반 막걸리 1병 가격(3천원)의 4배를 웃돈다.

강 대표는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면 소비자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최근 와인이나 청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비춰보면 프리미엄 전통주도 까다로운 품질 관리와 정성스러운 제조 과정, 특유의 맛을 인정해주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춘의 맛과 품질에 자신이 있던 강 대표는 2016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막걸리 펍(pub)을 열고 소비자들의 반응과 현장 목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을 닫았다.

송도향 양조장의 증류주 제조설비 [사진 임순석]

유통기한 해결한 증류주 개발…해외시장 진출 박차

강 대표는 고구마를 원료로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려보려는 새로운 도전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인천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를 원료로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제품 개발에 1년여간 정성을 쏟았다.

결국 쌀로 만드는 소주보다 고급 제품인 고구마 원료 증류식 소주를 개발하고 현재 상표디자인과 지역특산주 등록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동안 송도향에서 생산되는 전통술의 국내외 유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상대적으로 짧은 유통기한이었다.

삼양춘 스파클링 막걸리와 탁주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주여서 유통기한이 60∼90일로 짧은 편이다. 청주 역시 냉장보관을 거쳐도 유통기한이 1년이다.

이 때문에 수출 역시 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일부 국가로 한정됐고 국내 유통 물량도 적정량을 예측해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강화도 고구마를 재료로 만드는 증류식 소주는 일반 소주와 마찬가지로 술 안에 변질될 원재료가 없는 탓에 유통기한이 따로 없다.

강 대표는 올해 3월 한국전통민속주협회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2천여개 양조장이 있지만, 전통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아직 낮은 편"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한류 붐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통주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로 홍보 부족을 꼽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16일 "한식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비싸도 먹고 싶은 고급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의 술은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희석식 소주나 대중화된 막걸리만 알려져 있다"며 "우리 전통주가 K-푸드와 함께 세계 무대에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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