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뮤지션’ 전주 화정초에는 특별한 교사가 있다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전북자치도 전주시 화정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김승재 교사의 별명은 ‘가수 선생님’이다. 단순히 노래를 잘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아니다. 그가 가진 조금은 특별한 이력 때문이다. 김 교사는 실제 밴드 ‘뮤즈그레인’의 리드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가수다. 기타와 작곡까지 담당하고 있는 만능 음악인이다. 지금도 그의 음악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김승재 교사가 전주교육대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5년 선배들과 함께 결성한 ‘뮤즈그레인’은 높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밴드다.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실험적인 음악과 매혹적인 보컬로 입소문을 탔다. 특히 지난 200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음에도 상을 받지 못한 탓에 ‘무관의 제왕’이란 별칭도 가지고 있다. 당시 뮤즈그레인이 아무 수상도 못한 것은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승재 교사는 “어릴 때부터 누구한테 뭔가를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사가 적성에 맞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음악 때문에 진로를 결정했다는 게 더 정확한 거 같다”면서 “성인이 되면 제대로 음악을 해봐야겠다고 고민했고, 제가 찾은 답은 전주교대 음악교육과 진학이었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뮤즈그레인을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뮤즈그레인은 김 교사와 함께 변동준(피아노)과 고은혁(베이스), 최은석(드럼), 엄유경(바이올린), 이종원(기타) 등 6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사와 변동준은 원년 멤버이고, 이종원은 최근에 영입됐다.
뮤즈그레인은 지금도 단독공연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3O'라는 제목의 싱글앨범도 발표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전화를 걸면 들을 수 있는 통화음도 김승재 교사의 작품이다.
김승재 교사는 졸업 후 음악인의 길을 걸었다. 5년 동안 창작 작업에만 매진했다. 하지만 영감을 얻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은 그를 힘들게 했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 좋았다가 갑자기 푹 가라앉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불안정한 삶은 김 교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런 삶을 탈출하고 싶었던 그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교사였다. 결심을 한 그는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 생활은 어느덧 10년 차가 됐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인기 만점 교사다. 선생님이 현역 뮤지션이라는 것에 학생들이 느끼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김 교사가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 3반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음악수업 때문이다.
김 교사는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만의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우쿨렐라를 배우고 가사(시)도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여서 영상으로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이로 인해 1년 수십 곡이 탄생한다.
‘나만의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음악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제가 곡을 쓰는 이유는 스스로의 치유 때문이다. 창작의 고통과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함께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또 학교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하굣길 음악회’를 열고 있다.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하굣길 음악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다.
교사와 음악인의 생활이 쉽지 않을 법도 하지만, 김 교사는 지금의 이중생활(?)이 너무 좋다. 전문 음악인으로 살면서 느껴야만 했던 우울감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힘을 얻는다. 음악 만들기 수업을 좋아하는 것도 힘이된다. “내년에 선생님 반 또 하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말에는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영감은 덤이다.
김승재 교사는 “낮에는 교사, 밤에는 뮤지션으로 사는 일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몸은 좀 바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더 좋다”면서 “특히 제가 가진 경험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음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는 교사와 음악인이라는 두 가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도 음악과 함께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정답까지 가는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기가 꼭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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