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보이는 북한군 보초병·대남 확성기…북 최단거리 임진강 GOP 가보니
북 최단거리 GOP…남북 초소 1.2㎞ 불과
북한군 근무모습과 대남 확성기 뚜렷이 식별
고속단정으로 강상작전 실시…북 부유물 등 수거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 만우리중대 GOP. 쾌청한 날씨 덕분인지 중대초소 건물 옥상에 서니 임진강 너머 북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방에는 북한 초소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니 초소 근무를 서고 있는 북한군 병사가 뚜렷하게 보였다. 그 옆으로는 우리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하기 위한 대남 확성기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육군 9사단 독수리여단 임진강대대에 속해 있는 만우리중대 GOP는 최전방 중에 최전방으로 꼽힌다. 임진강으로 남북이 갈라져 있다고는 하나 강폭은 400여m에 불과하다. 우리 초소와 북한 초소와의 거리는 1.2㎞ 정도다. 그야말로 남한에서 위치하고 있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GOP인 셈이다.
9사단 독수리여단 이규호 임진강대대장(중령)은 "임진강대대는 파주 내포리에서부터 17.7㎞ 에 이르는 서북부 서해 철책 경계를 맡고 있다"며 "GOP 임무와 강상 작전, 육해공 임무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경계작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이 곳을 다시 찾은 것은 약 22년 만이다. 2002년 초 육군 병장으로 군 복무를 마친 기자는 당시 101여단 전투지원중대 소속으로 탄포천 근처에서 GOP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아쉽게도 예전 부대였던 101여단은 현재 9사단에 편입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산이 두번 변했을 시간이 흘렀지만 전방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전 군생활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서로가 총구를 겨누고 있었고, 뒷편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흘러나왔다.
중대 옥상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고정식으로 설치된 K6 중기관총이었다. 아래로는 모니터가 설치돼 망원경을 사용하지도 않고도 북측 지형 감시가 가능했다.
최성환 만우리중대장(소령(진))은 "중대 상황실에서 감시카메라를 통해 북한 쪽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초소에 투입해 북측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면으로 대남 확성기가 떡하니 눈에 들어왔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최 소령(진)은 "지금은 낮이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어두워지면 북한에서도 소음 등을 동반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의 최전방 GOP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철책 바로 뒤에 자리잡은 소초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20여년 전 기자가 생활했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개선된 점을 꼽으라면 내부에 개별 침상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 옆에 펜션과 같이 지어진 간부 숙소 건물은 병사들이 쓰는 오래된 막사와 비교됐다.
9사단 관계자는 "최전방부대에 제일 먼저 지원이 가다 보니 강안부대 병사들은 여전히 구막사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여년 전 당시와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은 철책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이다. 병사들이 생활하는 소초와 경계근무를 서는 초소 간 철책이 하나 더 세워져 기존 2중 철책에서 3중으로 한겹 더 강화됐다. 지난해 파주시와 협조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후방 철책이 들어서면서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내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이 전방 철책을 직접 건드리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현재 전방 철책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의 한 종류인 광망이 설치돼 있다. 광망은 철책에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지휘통제실 등에 경보를 울리게 한다.
9사단 관계자는 "후방 철책이 생기기 전에는 야생동물들이 전방 철책을 건드리며 잘못된 경보가 울리는 상황이 많았다"며 "3중 철책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야생동물들이 전방 철책에 접근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방철책은 유사시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며 "여러 측면에서 전방 경계가 강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임진강대대 장병들이 고속단정(RIB)을 타고 강상 수색작전을 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도 운좋게 고속단정에 올라 강상 수색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지켜봤다.
임진강대대 강상 수색작전은 적 이상 징후 탐색, 어로민 월북 차단, 강상 미상 부유물 확인 후 수거 등을 주된 임무로 한다.
작전에 임하기 전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물때를 잘 확인하는 것이다. 강 하구인 만큼 강 수위를 잘 체크해야만 작전 수행 도중 보트가 강바닥에 걸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이날 보트에 탑승하자 수심이 수시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트 운전석에 계기판에서 수심이 표시됐는데 이동간 수시로 변했다.
수심이 깊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도 불과 1미터 남짓에 불과한게 확인되자, RIB 운전수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RIB반장 김민호 상사는 "수심이 0.8m에 이르면 강바닥에 배가 걸릴 수 있다"며 "수심을 계속 확인하면서 여러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동간에 파랑, 노랑, 빨강으로 표시된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표식은 어로민의 월북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단계별로 경고하는 수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김 상사는 "어로민들이 작업을 하다 파란색 지점에 이르면 경고방송을 실시한다"며 "노란색은 경고사격, 빨간색은 격퇴사격으로 어로민들의 월북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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