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자 '로청'은 中이 톱티어다"…추격자 삼성·LG가 할 일

한재준 기자 2024. 9.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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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장악한 中 기업들 'IFA 2024'서 뛰어난 기술력 신제품 대거 공개
삼성·LG, AS·보안 등 강조하지만…"부수적 장점보다 '청소기술' 뛰어넘어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우리가 (시장 진출) 시간을 놓쳐 후발주자 됐다."(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우리가 늦었다."(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수장이 이구동성으로 수세를 자인할 정도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좁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공 및 물걸레 개별 제품 판매에 안주하는 동안 중국 기업은 올인원 제품부터 시작해 로봇청소기의 성능 개선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한 지 오래다. 중국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프리미엄 제품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삼성과 LG가 부랴부랴 올인원 제품을 내놓고 추격을 시작했만 중국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며 한발 더 앞서가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들은 지난 6~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해마다 진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중국 업체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기술을 내놨다. 구석을 인식하면 로봇팔이 나와 청소하는 이른바 '플렉시 암'이 지난해 시장을 강타했다면 올해는 공간한계를 극복하는 신기술이 트렌드였다.

로보락은 IFA에서 큐레보(Qrevo) 커브(Curv)·슬림(Slim) 제품을 선공개했다. 큐레보 커브에는 4cm 높이의 문턱을 통과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높은 문턱을 인식하면 몸체를 대각선으로 들어 올려 통과하는 기술이다.

큐레보 슬림은 8.2cm의 높이로 업계에서 가장 얇은 제품이다. 그동안에는 로봇청소기 라이다 센서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몸체 안으로 내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낮은 공간에 들어가 청소할 수 있다.

드리미도 5cm 문턱을 넘는 기능이 탑재된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낮은 공간을 인식하면 라이다센서를 몸체 안으로 집어넣는 기술도 적용됐다.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 1위인 에코백스는 롤러형 물걸레를 탑재한 신제품 '디봇(DEEBOT) X8 프로 옴니(OMNI)'를 선공개했다. 해당 제품에는 로봇청소기 자체에 오배수통이 탑재돼 있어 물걸레 청소와 동시에 세척이 가능하다. 물걸레 압력도 4000Pa로 높아 바닥 얼룩을 쉽게 지울 수 있다는 게 에코백스 측 설명이다.

나르왈은 두 개의 카메라 센서와 듀얼 AI칩을 탑재해 장애물 회피 능력을 극대화한 신제품 'Freo Z 울트라'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신기술 뿐만 아니라 기본 사양에서도 삼성·LG 제품을 압도한다. IFA에서 공개된 중국 업체의 신제품 모두 1만2000파스칼(Pa)급 흡입력을 자랑한다. 로보락 큐레보 커브는 흡입력이 무려 1만8500Pa다. 삼성의 비스포크 AI 스팀(6000Pa), LG 로보킹 올인원(1만Pa)과 대조된다.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통과 가능한 문턱 높이도 삼성(1.5cm), LG(2.0cm)를 능가한다.

올해 제품을 출시한 삼성과 LG는 위생과 보안, 애프터서비스(AS)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삼성 비스포크 AI 스팀은 100도의 스팀 살균, LG의 로보킹 올인원은 전용 세제로 물걸레 청결도를 높였다. 자체 보안 시스템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로봇청소기를 구입하는 목적이 '청소로부터의 해방'인 만큼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차별화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위생과 보안, AS를 내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제품과 비교할 때 삼성과 LG 제품은 구형 모델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IFA에서 공개된 중국 기업 신제품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봇 청소기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며 "국내 가전 업계가 점유율을 늘리려면 AS 등 부수적인 요인이 아닌 기술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모델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 출시될 신제품의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회장은 IFA 기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청소기는) 진화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올해) 비스포크 AI 스팀을 내면서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어드렸는데, 그 부분을 발전시켜 내년에 신제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중국 실버스타와 함께 차기 모델을 개발 중이다. 조 사장은 "우리가 밀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추격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23.17%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170억 8000만 달러(약 22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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