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가고, AI 오다]②"발달 걱정" vs "중독 없고, 도입 추세"
"이미 학생들 친숙, 어떻게 도움 줄 수 있을지 고민할 시점"
[편집자주]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우리 공교육 역시 변곡점을 맞았다. 인공지능(AI)은 기존 교육 방식을 혁신하고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했다. 내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학교 현장의 기대와 우려, 발전 방향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안 그래도 스마트 기기 사용이 많은데 디지털 교과서라고요?"
5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이미 수년 동안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도한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이전에 없던 가정불화를 겪으며 살아간다"고 했다.
이 청원은 1달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온라인 등에선 청원에 동의를 눌렀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초등학교부터 스마트폰을 갖는 시대에 자녀의 디지털 사용을 줄이는 것은 학부모의 중요한 화두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40대 여성 A 씨는 최근 자녀의 핸드폰에 스마트폰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붙잡는 아이가 부쩍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A 씨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마트폰과 전쟁 중인데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교류하고 수업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지·소통능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디지털기기에 몰두하느라 이 같은 배움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 여성 이 모 씨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활자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본적인 인지발달을 막을까 봐 걱정된다"며 "친구 사귀는 게 중요한 시기에 디지털기기와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디지털기기에 몰두할 경우 특정 자극에만 몰입할 수 있어 학습의 역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인지 발달에 좋은 방법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 내놓은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선 "학계에서 스마트폰 등 인터넷 이용 시간의 증가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해 복수의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며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디지털·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게임같이 중독될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출되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같이 협의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소비활동과 학습은 다르다"며 "학습의 경우에 디지털 기기 활용은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하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웨덴의 경우에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적으로 디지털기기를 보급하다 최근 유치원에서의 기기 사용 의무화를 철회하는 정도고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싱가포르나 대만 등도 디지털 교육을 학습에 적극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클라우드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접속해 수업하기 때문에 (게임 등에) 벽을 칠 수 있다"며 "아이들이 갑자기 디바이스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등은 분명히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교육의 디지털화는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중학생 아이를 둔 김 모 씨는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는 AI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있겠느냐"며 "AI 교과서로 기존에 미흡했던 개별 아이들에 대한 학습 관리도 더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디지털교과서 시연회를 다녀온 또 학부모 B 씨는 "실생활에 AI가 깊숙이 들어온 시대이기에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grow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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