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등번호와 함께한, 그래서 특별했던 피츠버그의 승리 [MK현장]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4. 9.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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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거둔 1승은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피츠버그는 이날 PNC파크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즈와 홈경기 4-3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시리즈 스윕패를 면하며 71승 78패 기록했다.

현지시간으로 9월 15일 이날은 피츠버그 구단에 특별한 날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정한 로베르토 클레멘테데이였기 때문.

피츠버그 클럽하우스에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클레멘테가 남긴 말이 적혀 있다. 오닐 크루즈가 이 문구를 만지며 경기장으로 나가는 모습. 사진(美 피츠버그)=ⓒAFPBBNews = News1
이날은 1955년 빅리그 데뷔, 1972년 12월 31일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기전까지 피츠버그 한 팀에서만 뛰며 MVP 1회, 월드시리즈 우승 2회, 올스타 15회, 골드글러브 12회를 차지했으며 사회 공헌 활동을 벌였던 그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피츠버그 선수단 전원은 등번호 21번을 달고 뛰었다. 평소 유니폼대신 후드티나 자켓을 입는 데릭 쉘튼 감독도 이날만큼은 단정한 유니폼 차림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엇을 입고 싸우든 이기면 좋지만, 특히 오늘 이 등번호를 다는 것은 내게 있어 아주 중요하다. 내가 처음 이 팀의 감독이 됐을 때부터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구단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정말 멋진 것은 상대 팀 선수들도 21번을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리그 영구결번 지정을 위한) 모멘텀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그 전체가 클레멘테의 유산을 기념하고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PNC파크에는 클레멘테가 뛰었던 우익수 위치에 그의 등번호 21번이 새겨졌다. 사진(美 피츠버그)=ⓒAFPBBNews = News1
이날 경기에서는 마치 우익수로 뛰었던 레전드를 기념이라도 하듯, 이날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신인 빌리 쿡은 3회초 수비에서 멋진 호수비를 보여줬다. 무사 3루에서 바비 윗 주니어의 뜬공 타구를 잡아 그대로 홈에 송구, 태그업하던 3루 주자 토미 팸을 아웃시켰다. 포수 글러브에 정확하게 전달, 태그로 이어진 송구였다.

쉘튼은 “클레멘테데이에 딱 어울리는 송구”라며 이 장면에 대해 말했다. “가끔은 천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말 강한 송구였고, 포수도 태그가 좋았다. 아주 좋은 야구 플레이였다”며 말을 이었다.

지난 7월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트레이드돼 이날로 데뷔 후 다섯 번째 경기를 치른 쿡은 “클레멘테가 현역 시절 우익수 위치에서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들었다. 그의 등번호를 달고 좋은 플레이를 하며 그를 기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쿡은 이날 스피드도 보여줬다. 5회 좌전 안타 출루 이후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의 중전 안타 때 홈까지 들어왔다. 히트 앤드 런 사인이 났었고 3루코치의 과감한 결단도 있었지만 그의 스피드도 돋보였다.

쉘튼은 “그는 빠른 선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제 막 빅리그에 올라와 팀에 아는 선수도 별로 없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주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신인 선수를 높이 평가했다.

쿡은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모든 경기 열심히 뛰지만,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 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작은 것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피츠버그 선수단은 전원이 등번호 21번을 달고 뛰었다. 사진(美 피츠버그)=ⓒAFPBBNews = News1
이날 선발 재러드 존스는 4이닝 6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 기록하고 내려갔다. 2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으나 피해를 최소화했다.

쉘튼 감독은 “오늘 효율적이지 못했고, 패스트볼 커맨드도 별로였지만, 2실점으로 막았다. 더 실점할 위기가 있었음에도 위기를 벗어났다. 덕분에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선발의 노력을 칭찬했다.

이어 “오늘 경기가 그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선발 투수를 하다보면 구위가 최고가 아닐 때도 승부를 이어가야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존스는 “오늘 구위는 최악이었다”며 자신의 투구를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다”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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