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짓고 데크길 조성… 지방소멸 해결책 틀렸다”
2024. 9. 16. 06:04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연구센터 연구위원 인터뷰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이끈 민간 싱크탱크 일본창성회가 2014년 발표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이를 대중화시켰다. 이 연구위원은 마스다 보고서의 분석 방법을 빌려 2016년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처음 만들어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228개 시·군·구 중 79개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고 추정했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57.0%인 130곳으로 늘어났다. “이미 때를 놓쳤다”라는 경고가 나온 것도 수년 전이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된 걸까. 여러 질문을 갖고 지난 9월 4일 충북 음성 한국고용연구원에서 이 연구위원을 만났다.
-지방소멸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고용 문제를 연구하는 우종원 교수란 사람이 있다. 나처럼 그도 지역 일자리 연구를 한다. 그분이 2013~2014년쯤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일본은 지금 지방소멸 문제가 큰 화두라고 소개해 알게 됐다. 사실 지역에서 고용률을 높이기는 쉽다. 청년들에게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노인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직접 일자리 사업을 하면 고용률은 금방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청년들은 이미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고령화가 심각한데 일본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는데 마침 그 책(마스다 보고서를 소개한 <지방소멸>)이 바로 번역돼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미 와 있는 현실인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면 지방소멸의 실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 ‘지방소멸 위험지수’인가.
“우리나라는 인구 전망을 국가 수준에서도 하고 시도 수준에서 하는데 그 아랫단, 시·군·구까지는 안 한다. 그러니까 자료가 없는 것이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마스다 히로야가 제시한 ‘20~30대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여성 인구 비율’이다. 시·군·구 수준에서 보니 몇 군데는 20~30대 여성이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데가 있더라. 사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내가 임의로 만든 것이다.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은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개발했다고 아는데 사실 마스다 히로야 책만으로 추계가 안 돼서 단순 지표로 썼다. 단순하기는 하지만 함축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제는 보편적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인구절벽·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맞다. 보통 지자체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산단을 만들고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이미 그 시기가 끝났다고 본다. 기존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뭐냐고 실태조사를 해보면 과거보다 조직 문화나 공정한 인사·경영 관행, 그다음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답이 많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지방소멸 위험 1위’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온갖 중앙정부 예산을 다 끌어갔다. 경북도도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는데 그렇게 해서 만든 공공건물이 많다. 여성 육아 지원센터 같은 건물을 만들어놨는데 그 안은 텅텅 비어 있다.”
-정부에서는 지방소멸 대응 기금도 만들어 돌리는데 대부분 하드웨어·인프라 짓는 데 집중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과 비슷한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면서 관광사업을 늘리는 것을 지방소멸 대응책 중 하나로 제시하는데.
“관계인구가 개념적으로는 좋다. 주거를 옮기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경제적·문화적으로 유의미한 풀(pool)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역의 방문 관광객 수가 많으면 좋은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지역과 맺는 관계의 깊이가 중요하다. 주거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대한 애착, 애정감이나 기여하는 관계를 맺는 것일 텐데 그걸 지원하려다 보니 측정할 척도가 있어야 하고 그 척도가 주거지 외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를 보다 보니 어디 관광지에서 숫자를 측정하는 식이 돼버리는 것이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고용률 늘리기 제일 쉬운 게 알바나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 사업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데크길도 만들고 조형물도 만들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굉장히 왜곡된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다. 생활인구라든지 지방소멸 대응 기금 같은 것들은 일본 것을 참고해 만든 제도인데 정책적으로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건 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 문제가 논의된 것도 8년이 지났다. 여러 대응해법이 나오지만 해법이라는 것이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예시로 들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안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을 세우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 콘셉트가 해당 지역 내에서 다 해결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정책이다. 한계 기업들에 이렇게 지원금 좀 주면서 정부는 할 것 다 했다는 것과 비슷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1조원이라고 보도했지만 그걸 200~300개 사업으로 쪼개면 얼마 안 된다. 사업내용도 대부분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필수 사업 내지는 지역의 토건 업자들과 야합해서 하는 그런 사업, 아니면 실체가 불분명한 이벤트 사업 등 세 가지 부류다.”
-지방소멸 후 사회변화가 서울·수도권 중심의 일극 사회로 이어지는 것처럼 지역에서 인구변화도 거버넌스가 확대되고 분산되는 형태가 아니라 더 일극으로 가는, 지방 기득권이나 토호의 권력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식이 아닐까.
“맞다. 수도권 인접 지역은 인구와 사업체가 늘어나 10만명이 되면 시로 승격 조건이 충족된다. 시가 되면 뭔가 많이 늘어난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서 5만명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군으로 강등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공무원들의 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기하지 않나. 그 사람들은 아쉬운 것이 없다. 오히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예산을 이런 핑계로 더 따낼 수 있다. 물론 지자체가 재정 여건이 어렵고 재정자립도가 낮으니 이해는 된다. 지방소멸도 똑같다. 사람들이 떠나고 지역주민들, 청년들이 떠나는데 지역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결국 나오는 것이 남들이 다 하는 예산사업이지 않나.”
-앞으로는 어떤 쪽으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인가.
“사례연구를 많이 못 했다. 농어촌이면 농어촌, 중소산업도시이면 중소산업도시, 이런 유형별로 사례연구를 계속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로 소멸위험지수는 간단해서 좋긴 한데 소멸위험 지역 지자체가 50%를 넘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의미에서 좀더 세분된 지표체계를 만드는 것이 다른 한 축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이끈 민간 싱크탱크 일본창성회가 2014년 발표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이 이를 대중화시켰다. 이 연구위원은 마스다 보고서의 분석 방법을 빌려 2016년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처음 만들어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228개 시·군·구 중 79개가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고 추정했다. 이후 10년이 지났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57.0%인 130곳으로 늘어났다. “이미 때를 놓쳤다”라는 경고가 나온 것도 수년 전이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된 걸까. 여러 질문을 갖고 지난 9월 4일 충북 음성 한국고용연구원에서 이 연구위원을 만났다.
-지방소멸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고용 문제를 연구하는 우종원 교수란 사람이 있다. 나처럼 그도 지역 일자리 연구를 한다. 그분이 2013~2014년쯤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일본은 지금 지방소멸 문제가 큰 화두라고 소개해 알게 됐다. 사실 지역에서 고용률을 높이기는 쉽다. 청년들에게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노인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직접 일자리 사업을 하면 고용률은 금방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청년들은 이미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고령화가 심각한데 일본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는데 마침 그 책(마스다 보고서를 소개한 <지방소멸>)이 바로 번역돼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미 와 있는 현실인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면 지방소멸의 실상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 ‘지방소멸 위험지수’인가.
“우리나라는 인구 전망을 국가 수준에서도 하고 시도 수준에서 하는데 그 아랫단, 시·군·구까지는 안 한다. 그러니까 자료가 없는 것이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마스다 히로야가 제시한 ‘20~30대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여성 인구 비율’이다. 시·군·구 수준에서 보니 몇 군데는 20~30대 여성이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데가 있더라. 사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내가 임의로 만든 것이다. 책을 안 읽어본 사람들은 마스다 히로야가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개발했다고 아는데 사실 마스다 히로야 책만으로 추계가 안 돼서 단순 지표로 썼다. 단순하기는 하지만 함축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제는 보편적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지자체들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해 산단을 만들고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미 그 시기가 끝났다고 본다. 기존 중소기업들의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줘야 한다.”
-인구절벽·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맞다. 보통 지자체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산단을 만들고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이미 그 시기가 끝났다고 본다. 기존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뭐냐고 실태조사를 해보면 과거보다 조직 문화나 공정한 인사·경영 관행, 그다음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답이 많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지방소멸 위험 1위’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온갖 중앙정부 예산을 다 끌어갔다. 경북도도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는데 그렇게 해서 만든 공공건물이 많다. 여성 육아 지원센터 같은 건물을 만들어놨는데 그 안은 텅텅 비어 있다.”
-정부에서는 지방소멸 대응 기금도 만들어 돌리는데 대부분 하드웨어·인프라 짓는 데 집중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과 비슷한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하면서 관광사업을 늘리는 것을 지방소멸 대응책 중 하나로 제시하는데.
“관계인구가 개념적으로는 좋다. 주거를 옮기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경제적·문화적으로 유의미한 풀(pool)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역의 방문 관광객 수가 많으면 좋은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지역과 맺는 관계의 깊이가 중요하다. 주거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대한 애착, 애정감이나 기여하는 관계를 맺는 것일 텐데 그걸 지원하려다 보니 측정할 척도가 있어야 하고 그 척도가 주거지 외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를 보다 보니 어디 관광지에서 숫자를 측정하는 식이 돼버리는 것이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고용률 늘리기 제일 쉬운 게 알바나 직접 일자리 사업이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 사업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데크길도 만들고 조형물도 만들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굉장히 왜곡된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마찬가지다. 생활인구라든지 지방소멸 대응 기금 같은 것들은 일본 것을 참고해 만든 제도인데 정책적으로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건 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 문제가 논의된 것도 8년이 지났다. 여러 대응해법이 나오지만 해법이라는 것이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예시로 들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안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을 세우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 콘셉트가 해당 지역 내에서 다 해결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정책이다. 한계 기업들에 이렇게 지원금 좀 주면서 정부는 할 것 다 했다는 것과 비슷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1조원이라고 보도했지만 그걸 200~300개 사업으로 쪼개면 얼마 안 된다. 사업내용도 대부분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필수 사업 내지는 지역의 토건 업자들과 야합해서 하는 그런 사업, 아니면 실체가 불분명한 이벤트 사업 등 세 가지 부류다.”
-지방소멸 후 사회변화가 서울·수도권 중심의 일극 사회로 이어지는 것처럼 지역에서 인구변화도 거버넌스가 확대되고 분산되는 형태가 아니라 더 일극으로 가는, 지방 기득권이나 토호의 권력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식이 아닐까.
“맞다. 수도권 인접 지역은 인구와 사업체가 늘어나 10만명이 되면 시로 승격 조건이 충족된다. 시가 되면 뭔가 많이 늘어난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서 5만명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군으로 강등되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공무원들의 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기하지 않나. 그 사람들은 아쉬운 것이 없다. 오히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예산을 이런 핑계로 더 따낼 수 있다. 물론 지자체가 재정 여건이 어렵고 재정자립도가 낮으니 이해는 된다. 지방소멸도 똑같다. 사람들이 떠나고 지역주민들, 청년들이 떠나는데 지역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결국 나오는 것이 남들이 다 하는 예산사업이지 않나.”
-앞으로는 어떤 쪽으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인가.
“사례연구를 많이 못 했다. 농어촌이면 농어촌, 중소산업도시이면 중소산업도시, 이런 유형별로 사례연구를 계속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로 소멸위험지수는 간단해서 좋긴 한데 소멸위험 지역 지자체가 50%를 넘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의미에서 좀더 세분된 지표체계를 만드는 것이 다른 한 축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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