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車·건설 타격… 확대 노선 버리고 고부가가치 집중해야”

이코노미조선=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2024. 9.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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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한의 일본 탐구 <56> 인구 감소 미래 사회, 기업의 생존법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전 일본 유통과학대학 객원교수, ‘일본에 대한 새로운 생각’ 저자

일본 인구는 지난해에만 86만1237만 명이 줄어 1억2156만 명으로 축소됐다. 이로써 일본 인구는 2009년 이후 15년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도 1968년 조사 개시 이후 가장 컸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장래 추계 인구에 따르면, 총인구는 2070년에 8700만 명, 2120년께 5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2020년에 여성 절반이 50세를 넘어섰고, 올해는 전 국민 3인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일본 사회와 산업구조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다. 인구감소대책종합연구소 이사장과 고치대 교수 등을 맡고 있는 가와이 마사시의 베스트셀러 ‘미래 연표, 업계 대변화’는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일본의 제조, 금융, 자동차, 물류, 유통 등 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한다. 동시에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인구 감소로 일어난 일본 사회 변화상

일본 인구 감소가 공식 확인된 시점은 2015년 발표된 ‘국세조사(國勢調査)’에서다. 당시 총인구는 약 1억2709만50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96만3000명 줄었다. 1920년 첫 인구조사 이후 100여 년 만의 첫 감소였다. 그 이듬해인 2016년에는 연간 출생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져 98만1000명에 그쳤다. 이런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50년, 100년 뒤에는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일본 소멸론’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가와이 교수는 “일본인은 긴 인류사에서 봐도 매우 특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일본이 맞닥뜨린 인구 이슈를 네 가지로 꼽는다. 첫 번째는 출생자 감소, 두 번째는 고령자 급증, 세 번째는 근로 세대(20~64세) 감소에 따른 필수 인력 부족, 마지막 네 번째는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 ‘인구 감소’다. 이들 요인에 근거해 전망한 ‘일본의 미래’는 매우 충격적이다.

일본인이 마주한 가장 시급한 사회 이슈는 2025년 문제다. 인구 비중이 높은 단카이 세대(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 모두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큰 병을 앓는 사람이 급증해 사회보장비가 급증하고, 의료 시설 및 노인 간병 시설이 부족해진다. 한 사람이 육아와 노인 돌봄을 동시에 해야 하는 더블 케어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고령 사망자 급증 여파로 올해(2024년)부터 화장장 부족이 심각해졌다. 고령자 수가 정점에 이르는 2042년께 무연금, 저연금 빈곤층 노인이 거리에 넘쳐나고, 생활보호 대상자가 급증해 국가 재정의 파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인구 감소로 내수 시장, 3중 축소 예상

저출산으로 경찰관, 자위대원, 소방수 등 젊은이를 필요로 하는 업무에서 인원 확보가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 젊은이가 적어지면, 국방 치안 방재 기능이 약해져 결국 사회 파탄에 이르게 된다. 지금 추세대로 인구 감소가 이어질 경우 2050년께 일본 국토의 20% 지역에서 거주민이 사라진다. 인구 감소 여파로 일본 내수 시장에는 3중 축소 현상이 나타났다. 3중 축소는 △국내 수요 축소 △소비자 고령화에 따른 소비량 축소 △가처분소득 축소를 지칭한다. 대부분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저자는 3중 축소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극 분산(多極分散)’이 아닌 ‘다극 집중(多極集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구 감소로 인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인적이 드물어지므로 바람직한 국토 활용 방향은 다극 집중이라는 지적이다. 인구가 줄어들어 불가피하게 전국 곳곳으로 분산된다 해도 기업이나 젊은이, 소비자가 소수 거점을 중심으로 모여야 효율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2030년, 백화점·은행이 사라진다

인구 감소에 따른 파장이 생활에 필수적인 장소부터 본격 시작됐다. 고객이 줄어들며 문을 닫는 백화점이 잇따른다. 2020년대 들어 일본 전국에서 매년 10개 이상씩 쇼핑몰이 사라졌다. 대형 쇼핑몰이 유지되는 곳은 극소수 도시에 그치고, 지방에선 기존 상점가가 괴멸 상태에 빠지게 된다. 2030년이 되면 백화점, 은행, 노인 홈 등이 지방부터 사라지고, 도쿄에서도 고령자가 수술받으려면 6개월을 기다리는 사태가 올 것이다.

인구 감소에다 202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확산한 재택근무 영향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철도 산업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도쿄도의 경우 철도 이용자가 2040년에 2018년보다 6.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철도 회사들이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대도시권 출퇴근 노선은 전환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는 교외로부터 도쿄 도심 근무지까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량 수송하는지가 초점이었다. 출퇴근에 편리한 장소의 땅값이 오르고, 교외로 도시의 비대화가 진행돼 온 배경이다. 고령화도 철도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근교 위성 도시에서 75세 이상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이 교외 자택에서 노후를 보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증가로 위성 도시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현역 세대도 늘어났다. 위성 도시 역할이 ‘베드타운’에서 ‘업무, 취미, 생활도 즐기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철도, 자동차, 건설 산업 대타격

인구 감소 지방을 중심으로 주유소 폐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 자동차로 기대를 모으는 전기 충전소와 수소 충전소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가 급감하는 곳에서는 충전소가 수익을 내고 매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기나 수소 충전소가 수익을 내는 건 어렵다. 전기 및 수소 충전소 업계에 또 다른 악재도 있다.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수소차가 공존하는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지겠지만, 내연기관차 수요는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주유소가 빠르게 사라지는 반면, 전기차 충전소가 급속히 늘지 않아 차량용 에너지 충전에 어려움을 겪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일본 국내 자동차 시장 축소가 인구 감소보다 더 빨리 진행될 것” 이라며 “일본은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고용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건설 업체들은 미래 수요 감소를 어느 정도 감안해서 사업 계획을 짜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인구는 도로 건설, 빌딩 및 상업 시설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건물 및 건축물 생산량을 뜻하는 ‘건설투자’는 1992년에 약 84조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서 2021년 58조4000억엔으로 줄었다. 건설 업계 전성기와 비교하면, 30.5% 감소한 규모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피크를 맞은 해가 1995년이기 때문에 건설투자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기업, 확대 노선 버리고 ‘전략적 축소’ 전략

저자는 출생자 수 감소와 인구 축소를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전제로 사회구조를 바꾸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확대 노선으로 성장해 온 기존 성공 체험과 결별하고, ‘전략적 축소’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기관은 고통이 동반되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는 인구구조적으로 고령자 수가 최대에 이르는 ‘2042년 문제’가 터지기 전에 대책을 서두르라고 강조한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 “일본은 주요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남길 것은 남겨야 한다. 생산량, 노동자, 소비자도 함께 급감하는 일본 시장에서 기업이 살길은 ‘고품질 제품’을 ‘고부가가치’를 얹어 파는 모델”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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