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일감 꽉찼다"…부흥의 K-조선, 친환경·디지털 주력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 1311억 원, 영업이익 5366억 원을 올렸다.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823억 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조 38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이듬해인 2022년에도 3556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그러다 지난해 흑자로 반등을 이뤘고, 올해는 영업이익 규모가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1조 5천억 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2년(-8544억 원)까지 8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2333억 흑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20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조 6136억 원과 1조 7547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화오션은 지난해 적자 규모를 1965억 원으로 대폭 줄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433억 원 흑자를 이뤘다.
국내 조선업은 2000년대 '슈퍼 사이클(Super Cycle)'로 불리는 초호황기를 지냈다. 전 세계적인 경기 활황 속에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업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HD한국조선해양 경우 2006년 영업이익이 1조 2천억 원을 넘었고, 2007년에는 그 두 배 수준인 2조 5천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선박 신규 발주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국내 조선업계가 심각한 수주 위기로 내몰렸다.
국내 조선 3사, 향후 3~4년치 일감 기확보
다만 HD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3조 원을 넘더니 2010년 5조 6천억여 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1년에도 4억 5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선박 수주에서부터 건조와 인도 절차를 거쳐 그 성과가 재무제표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은 2012년 2조 원 수준으로 전년 반토막 미만으로 축소됐다. 2013년까지는 흑자(8020억 원)를 유지했지만, 2014년 무려 3조 2천억 원이 넘는 적자로 급전직하했고 이후 장기간 '암흑기'가 지속했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에 숨통이 다시 트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전 세계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어난 2021년 하반기부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크스가 더해지면서 대폭 상승한 해상 운임 덕에 큰 이익을 얻은 글로벌 주요 선사는 투자 여력이 확대되자 신규 선박 발주에 적극 나섰다. 국제해사기구(IMO)와 EU 등의 환경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면서 선사들에 대한 친환경 선박 도입 압박이 가중되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 수주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미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모두 향후 3~4년분 수주를 완료했다. 일례로 HD한국조선해양 수주 잔고는 지난 7월 말 기준 544억 7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72조 원을 넘는다. HD한국조선해양 지난해 연 매출액이 21조 원 남짓이니, 대략 3년 반치 일감을 확보해 둔 셈이다.
올해 선박 수주량…중국 67% vs 한국 20%
국내 조선 3사 '독(선박 건조장)'이 빈 곳을 찾아볼 수 없게 꽉 차 돌아가는 상황에서 뱃값은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새로 건조한 선박 가격) 지수는 189.2로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 191.6에 바짝 다가섰다. 2020년 8월 126.97과 비교하면 62.23p, 50% 가까이 급상승한 수치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한 척 가격은 3490억 원에 달한다.
세계 조선 시장에 슈퍼 사이클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새롭게 맞이하는 슈퍼 사이클 혜택을 누리는 데 변수는 중국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총 4207만CGT(표준선 환산톤수·1454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31만CGT(1436척) 대비 3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수주량이 전체의 67%인 2822만CGT(1051척)으로 압도적이었고, 우리나라 수주량은 822만CGT(181척)로 전체의 20%에 그쳤다. 전년 대비 수주량 증가율도 중국이 53%로 우리나라 14%보다 훨씬 컸다.
이런 수주량 차이는 독은 남아도는데 기술력은 처져 선박 가격을 따지기 어려운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기 때문이라는 게 국내 업계 설명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잔량 355척의 70%를 넘는 252척이 국내 조선 3사 차지다. 고부가가치 선반 건조 기술력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라는 얘기다.
호주, 중국 LNG 운반선에 입항 금지 제재
중국도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워 LNG 운반선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술적 취약성 노출로 글로벌 선사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호주 최대 LNG 수출 터미널 중 하나인 '커티스 아일랜드' 터미널에서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 운반선 'CESI 칭다오'가 동력 계통 이상으로 멈춘 사고가 대표적이다. 운항 불능에 빠진 CESI 칭다오가 견인되기까지 거의 일주일 동안 터미널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호주 LNG 수출업체 등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호주 당국은 올해 1월 CESI 칭다오의 호주 항만 입항을 180일간 금지하는 고강도 제재를 부과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술력이 우리나라 턱밑까지 이르렀다는 얘기가 근 20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양국 간 격차는 여전히 뚜렷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를 맹추격 중인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국내 조선업계는 특히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IMO는 2008년 대비 해상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 2050년까지 100% 감축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20% 감축은 감속 운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2040년까지 70% 감축은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과 암모니아를 쓰지 않고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장 2027년 5월부터는 탄소 배출에 대한 IMO의 실질적 규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선박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2014년 전체 발주 선박의 10% 안팎이었던 친환경 선박 발주 비율은 10년 만인 올해 50% 수준으로 급속하게 커졌고 앞으로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최초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전망
국내 조선 3사는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 추진 LPG 운반선 두 척을 수주한 이래 현재까지 총 네 척의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을 수주했다. 현재 암모니아 연료 엔진이 개발 중인데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선박 주력으로 기대되는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첫 사례가 된다. 한화오션도 암모니아 추진 LNG 운반선에 탑재될 암모니아 가스 터빈을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액화·저장설비(OCCS)'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선박 운항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액화해 안전하게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OCCS는 조선·해운업계의 탄소 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친환경과 더불어 디지털·스마트 분야에서도 중국에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선박 건조 공정 자동화와 완전 자율 운항 선박 상용화 등이 목표다. 이를 통해 현재 LNG 운반선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과 기술 격차를 '초격차' 수준으로 벌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친환경과 디지털 그리고 스마트 3대 분야 100대 코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비전 2040'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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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희진 기자 heejj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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