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수면패턴 엉망…좋은 잠 자려면 ‘완벽’ 집착 버려야

송은아 2024. 9.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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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긴 추석 연휴에는 수면 패턴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 보통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방향으로 바뀐다. 평소 수면장애가 있었다면 연휴가 끝난 후 나빠진 수면 패턴을 되돌리느라 애를 먹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좋은 잠’이란 뭘까. 신간 ‘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은 ‘하루 8시간·한번도 깨지 않는 꿀잠’에 대한 통념을 버리라며 수면장애에서 벗어나는 법을 조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생물의학 박사이자 행동수면의학 분야 전문가인 저자 제이드 우는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고치려면 ‘완벽한 잠’에 집착하거나 잠들려고 지나치게 애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미디어에서는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자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제각각이다. 같은 사람이어도 시간·계절별로, 생애 주기별로 최적의 수면 시간은 계속 바뀐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유일한 규칙은 사람마다 숙면의 기준이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준도 변화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렘 수면으로 이어지는 수면주기에 맞춰서 기상 시간을 정해야 개운하다는 통념도 잘못됐다. 수면 주기는 게임처럼 한 단계씩 올라가지 않는다. 깊은 수면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수면 주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수면 단계를 나누는 경계도 모호하다. 뇌의 특정 부분이 얕은 수면일 때 다른 부분은 렘수면에 가까울 수도 있다. 뇌파의 파형은 지표면을 휩쓸고 지나는 폭풍처럼, 뇌 피질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한다.

잠들면 처음에 ‘편안한 각성 상태’에 들어간다. 밤잠에서 이 단계의 비중은 약 5%다. ‘얕은 수면’은 밤잠의 약 45∼55%, ‘서파 수면·깊은 수면’은 15∼20%를 차지한다. 이 외에 렘수면과 ‘각성’ 단계가 있다. ‘각성’도 밤잠의 한 과정이다. 보통 35∼65세 건강한 성인은 매일 밤 10∼16번 잠에서 깬다. 살짝 깨는 정도라 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밤에 깬 기억이 나더라도 정상이다. 깊은 수면과 렘수면, 얕은 수면이 얼마나 필요하고 뇌의 어떤 영역에서 어떤 순서로 시작돼야 하는지는 뇌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자동 조절한다. 

이렇듯 최적의 잠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미디어에서 얘기되는 기준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잠을 위한 완벽한 환경’에 집착하거나 침대에 누워 계속 ‘빨리 자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는 것도 도리어 잠 드는 것을 방해한다. 잠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가 얘기하는 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낮과 밤에 노출되는 광량의 대비가 커야 한다. 이를 위해 낮, 특히 아침에 빛을 많이 쬐야 한다. 가능하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광량 대비’가 핵심이기에 저녁에 밝은 빛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지만, 늦은 저녁에는 전자기기 화면 밝기를 줄이거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착용하면 좋다. 카페인, 니코틴, 과도한 음주는 수면에 해롭다. 또 매일 잠깐이라도 몸을 활발히 움직여서 낮 동안 수면 욕구가 쌓이도록 해야 한다. 

자는 시간이 다르더라도 매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고 식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기가 나쁘면 수면에 좋지 않기에 침실 환기에도 신경 쓴다.

같이 자는 존재도 의외로 수면을 방해한다. 옆 사람의 수면 상태가 양호해도 상대방의 영향으로 매일 밤 평균 5.5회 잠이 깨고, 불면증이 있는 사람과 자면 최대 6.9회까지 깰 수 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과 자면 최대 9회 깨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가족이어도 따로 자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수면장애를 벗어나려는 이들에게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말한다. 매일 밤 자다 깨는 건 정상이고, 누구나 불면증을 겪으며, 가끔은 푹 잔 다음날에도 피곤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고 일어나서 비몽사몽에 의욕이 없고 몸이 무거운 것 역시 ‘수면관성’으로 불리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몸이 활기를 찾으려면 30분 정도 걸린다. 나보다 쉽게 잠들어 오래 자는 상대의 수면의 질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면무호흡증이나 수면과다의 징후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려고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낫다. 한밤 중에 깨더라도 ‘내일 피곤하면 어쩌지’ ‘또 깨버렸다’ 식으로 생각의 실타래를 풀며 걱정하기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잠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과잉각성’ 문제를 안고 있다. 낮과 밤 모두 뇌가 과잉 각성 상태다. 몸은 극도로 피곤한데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생체시계가 언제 낮인지 인지하지 못해 밤에도 각성 상태가 되는 ‘일주기 리듬과 관련된 각성, 카페인·스트레스 등 기타 다양한 원인에 의한 각성이 해당된다. 나머지 하나는 ‘조건화된 각성’으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자동으로 잠이 깨는 현상이다. 이를 없애려면 자는 곳에서는 잠만 자는 연습을 해야 한다. 침대에 누워 ‘잠들려 노력’하는 것도 잠자리에서 ‘다른 일’을 하는 셈이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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