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배당 시행하고, 선임사외이사 선임한 한국거래소 [더 나은 경제, SDGs]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2005년 거래소 설립 이래 최초로 중간배당 지급을 결의했다.
거래소에는 현재 증권사 및 금융 유관기관 32곳을 비롯한 자사주, 우리사주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간배당을 통해 지급되는 금액은 주당 3000원, 총액은 577억원 규모다.
이번 한국거래소의 중간배당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현재 거래소는 정부의 자본시장 핵심 정책의제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의 실무 주관기관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손발을 맞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기관·개인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하고 수렴하는 소통창구 역할도 한다.
지난 1월 거래소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는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리고 불과 2주 후 거래소에서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민생 토론회에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거래소를 찾은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지만, 증시는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며 “임기 중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비롯해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기업 밸류업 정책까지 그야말로 금융·자본시장 정책의 중심에 섰다. 특히 올해 새로 취임한 정은보 이사장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대·중·소 기업을 연일 만나는 등 국내외 현장을 직접 찾아 밸류업 공시 참여를 적극 독려해왔다. 이달 말 발표할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이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이번 중간배당을 통해 주주환원과 관련한 모범적 사례를 마련하고, 많은 상장사에 주주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6월에도 상징적인 프로그램 한가지를 도입했다. 역시 거래소 역사상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 공식적인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명문화한 것이다. 물론 명목상 선임이사제도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공식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임사외이사제도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금융사가 사외이사 중 이사장을 선임하도록 하되, 불가피한 이유로 대표이사가 이사장을 동시 역임하면 이사장의 역할에 준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두어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사 특성상 이사회의 잘못된 판단이 수많은 주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된 제도다.
거래소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융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할 의무는 없지만, 상장기업의 이사회의 책임성, 독립성을 강조하고 정립할 수 있도록 모범적 사례를 만든다는 취지로 전격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회를 소집 및 주재할 수 있고, 사외이사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지원, 사외이사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영진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이사회가 기능을 충실히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거래소 사외이사 8명은 ‘공익 대표’와 ‘업계 대표’로 구분돼 있다. 업계 대표는 자본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기관투자자를 대표한다. 동시에 거래소 주주들을 대표하는 자리로, 현재 부국증권 박현철 대표이사, 교보증권 이석기 대표이사,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공익 대표는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및 각 산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세무나 금융, 법조, 경제계, 학계,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과 개인투자자 등 자본시장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챙겨 듣는 역할을 한다. 이희길 전 부산 MBC 대표이사,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등이 맡고 있다.
초대 선임사외이사로는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맡았다. 한국은행에서 통화금융팀장과 금융안정분석국장, 부총재보를 차례로 역임하고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위원을 지낸 글로벌 금융·통화정책의 권위자다. 국내 주가 상승을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가 꼭 필요한 거래소가 적재적소 인사를 했다는 평이다.
거래소는 최근 데이터·인덱스 사업을 전담할 미래사업본부를 부산 본사에 신설해 미래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요한 시기를 맞아 거래소를 이끄는 정 이사장과 이사회의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효율 극대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거래소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정부와 기업과 투자자를 인도하는 ‘밸류업 등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 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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