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죽었는데, 당사자들 농담하며 웃어”…‘얼차려 사망’ 부대조교 폭로 파장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스1]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얼차려로 쓰러진 박모 훈련병이 숨진 직후 가혹행위를 지시한 간부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조교의 증언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 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 씨(25·중위)에 대한 세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강 대위와 남 중위는 지난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하면서 군기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은 과실로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증인석에 선 당시 훈련 조교 A씨는 사건 이후 이들의 태도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대대장실에서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만났는데 (이들은) 농담을 하고 웃으면서 어제 뭘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다는 등의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대장이 중대장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검사지 가져다 주고 체크하라 하자, 중대장이 이거 다 자살 위험 높음으로 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하며 웃으며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숨진 박 훈련병의 유족들이 참석한 상태였는데 A씨의 증언이 나온 뒤 법정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고(故) 박 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 뜀걸음, 선착순 1바퀴, 팔굽혀 펴기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군기훈련을 명령, 집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진 박 훈련병은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중대장, 부중대장의 과실 등으로 병원으로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검찰은 경찰이 앞서 중대장·부중대장을 송치했을 당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이들에게 적용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