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청년 일자리만 뺏을라”.. 세대 갈등, 불씨만 키우나?

제주방송 김지훈 2024. 9. 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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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금 개혁 발표 후.. 정년 연장 논의 ‘촉발’
장년층 비롯, 계속·고용 연장 때.. 청년층 고용↓
기업 내, 세대 갈등 우려↑.. 은퇴 준비 어려움↑
中,정년 연장.. “60·男→63”, “50·女→55·58”
‘청년층 반발 확산’ 예상.. “세대 갈등 해소 과제”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노사 관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노동시장 전반에 걸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64살까지 늘리는 방안에 대한 정부 검토가 이루어지면서, 일각에선 만 60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세대 간 갈등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이 도사리면서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 ‘연금 개혁’ vs ‘정년 연장’..“얻는 것 그리고 잃는 것”

15일 기업 등 재계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 이후, 기업들은 이미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64살로 늘리면 60살 퇴직 후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연금 개혁의 혜택을 기대하는 것만큼, 정년 연장이 가져올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만 64살까지 연장하는 방침을 논의하는 것을 구체화하고 나서면서, 벌써부터 한쪽에선 장년층의 노동시장 잔류를 정당화하는게 아닌가란 시각이 제기되며 의견이 맞서는 양상이 타진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59살에서 64살로 늘리고 저출산·고령화 시대 노동력 부족을 정년 연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년(60살)이 유지된 채로 연금개혁이 추진될 경우 60~64살 연령층은 소득 공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기업들이 퇴직 시기를 늦춰 장년층이 적정한 소득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면 소득 공백을 해소할 수 있어, 국회에서는 정년 연장을 핵심으로 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 “청·장년층, 세대 갈등 더 깊어질 수도”.. ‘고용 불안’ 심화

정년 연장이 그대로 실현되면 청년층과 장년층 간의 세대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인해 고령층의 고용이 늘어날 경우에는 청년층의 고용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0년 KDI는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고용원 수가 10~999인 규모 사업체에서 정년 연장 고령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층(15~29살) 고용은 0.2명 줄어드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고령층(55~60살) 고용은 0.6명이 늘었습니다.

이렇듯 세대 간 노동 시장의 불균형이 악화되면 기업 내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에 힘이 실리는 상황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인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청년층 고용 감소를 부추길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직원 A씨는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고용을 줄이면서 장기근속의 일환으로 장년층을 회사에 더 나닐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한창 사회 일을 시작하며 일의 효율성을 높일 시기의 청년층에겐 억울함을 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더구나 생산성 측면에서 기업으로선 오히려 불합리한 결정이 아닐까”라고 물었습니다   

또 장년층 역시도 정년 연장을 그저 환영만 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은퇴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직장 내 세대 차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는 실정입니다.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많고, 국민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은퇴 후 소득 공백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 ‘유연한’ 고용 체계.. 과연 대안?

다만 경영계에서는 정년 연장보다는 선택적 재고용을 통한 유연한 고용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상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노동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추세로,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고령 근로자의 숙련도와 노동 강도를 고려한 유연한 고용 체계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유연성은 고령자와 청년층 모두에게 고용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관련된 논의는 단순히 고령자 고용이란 문제를 넘어, 청년층의 고용 기회를 축소시키고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라는데서 숙고가 요구된다”라며 “그래서 장년층 임금을 줄이거나, 고령자의 고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는게 필요하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세대 간 대화와 타협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중국, 70년만에 ‘정년 연장’ 나서.. 갈등 해소 ‘과제’

중국의 경우 내년부터 정년 연장을 본격화하면서 남성은 60살에서 63살, 여성은 50살에서 55살로 퇴직 연령을 상향할 예정입니다.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13일 제11차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정년 연장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르면 남성 근로자 법정 퇴직 연령은 2025년 1월 1일부터 15년에 걸쳐 기존 60살에서 63살로 점진적으로 연장될 전망입니다. 여성 근로자는 기존 50살, 55살에서 55살과 58살로 상향 조정됩니다.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급감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되지만,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정년은 지난 70년간 남성은 60살, 여성 화이트칼라는 55살, 여성 블루칼라는 50살로 각각 유지돼 왔습니다.

현행 중국 정년 제도의 뼈대는 건국 직후인 195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1951년 정무원(현 국무원)이 ‘노동보험조례’에서 법정 퇴직 연령을 남성 60살, 여성 50살로 규정했고 1955년 여성 노동자를 간부(기술자)와 일반 노동자로 구분하면서 여성 간부 퇴직 연령을 55살로 올렸습니다.

정년이 상향될 경우, 중국 역시도 젊은 층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7월 정년이 연장될 경우 가뜩이나 힘든 일자리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이 청년층 사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16∼24살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6월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을 만큼 실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젊은 층 반발에 따라 정년 연장 추진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정년 연장을 공식화한 것은, 출산율 급감과 인구 고령화가 빨라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2035년 60살 이상 노인층이 4억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해 노령화 단계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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