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장사는 옛말”… 돈 쏟아붓는 올림픽, 득될까 실될까 [세계는 지금]
도시 알려 관광 수익 창출… 유치경쟁 치열
이번 파리올림픽 16.7조 경제효과 기대
건설 등 활성화… 새 일자리 15만개 늘어
도시 정비로 노숙자 이동 인권 침해 논란
아테네땐 개최 비용 큰 부담… 재정 휘청
환경오염·경기장 흉물 방치 등 후유증 커
파리 ‘가성비 올림픽’ 치렀지만 곳곳 문제
바통 이어받은 LA도 덜 쓰는 대회 목표
경기장 신설 전무… 흑자 끌어낼지 주목
패럴림픽(9일)을 끝으로 2024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00년 만의 파리올림픽, 도시를 경기장으로 활용한 ‘완전히 개방된 축제’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올림픽 유치가 득이 됐는지, 실이 됐는지를 따지는 계산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최초로 개최한 제1회 근대올림픽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1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따르면 2036 하계올림픽에는 대한민국 서울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누산타라, 인도 아마다바드·간디나가르가 도전장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각국이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이유는 관광 수익, 일자리 증가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쪽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의 최고 장점은 세계적으로 도시를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2024 파리올림픽은 역대 최고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티켓이 약 1060만장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고 기록이었던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의 830만장을 넘어섰다.
관광객도 늘었다. 파리관광청에 따르면 올림픽 첫 주에만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어난 173만명의 관광객이 파리를 찾았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92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14% 늘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프랑스가 올림픽을 통해 장기적으로 120억달러(약 16조7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 창출이란 이점도 있다. IOC는 프랑스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시점인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파악했다. 대회 조직, 관광, 건설 분야가 특히 올림픽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세계인의 축제가 끝나고 난 뒤의 청구서를 보면 올림픽은 ‘남는 장사’가 아닌 경우가 다반사였다. 2022년 스위스 로잔대는 연구 논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에서 1964∼2018년 열린 올림픽·월드컵 43개의 개최 비용은 약 165조5000억원이었던 반면 이익은 약 96조5000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4%를 들일 정도로 재정 부담이 컸는데, 2015년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로 올림픽 개최를 꼽기도 했다.
인권 침해 논란도 반복된다. 손님맞이를 위해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자, 이민자 등은 이동을 권유받곤 한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의 경우 ‘유색 인종 강제 이주’가 문제가 됐다. 당시 당국은 올림픽 인프라 건설을 위해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도시 바인시티와 잉글리시 애비뉴 인근의 부동산을 압류했다. 강제 이주는 도시 활성화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됐다.
결과는 끔찍했다. 약 3만명의 애틀랜타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저렴한 주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9000명가량이 노숙자로 전락했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당국 또한 수천 명의 노숙인을 파리와 그 인근 지역에서 떠나도록 했다. 지난 6월 시민단체 ‘메달의 뒷면’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쫓겨난 이들 중에는 망명 신청자, 어린이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프랑스 당국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도시 외곽의 임시 숙소로 보내졌다.
AP통신은 전 세계 관심이 파리를 떠나면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만 밝힌 노숙자 니키는 “마치 포커판 같다”며 “어디로 가야 할지,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환경보다는 경제적, 미적 목표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1984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의 경우 맥도널드 올림픽 수영 경기장이 들어서고 엑스포지션 파크 로즈 같은 녹지 공간이 늘어나는 등 인프라가 크게 발달했다. 하지만 방문객 유입과 이에 따른 교통 수요 증가로 대기 오염 수준이 악화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 ‘올림픽으로 인한 도시의 변화―좋을까 나쁠까’는 올림픽으로 인한 대기 오염이 1988년 캘리포니아 청정 대기법이 통과된 원인 중 하나라 짚었다. 1988년 12월19일자의 뉴욕타임스(NYT) 기사는 “1200만명의 인구와 800만대의 차량 그리고 미국 최악의 대기 오염이 발생하는 LA의 공기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규모 인파로 인한 음식물부터 용기, 기념품, 응원용품 등 각종 폐기물 증가는 물론 올림픽을 위해 새로 건설한 경기장 등 ‘하얀 코끼리’(상당한 비용을 들였지만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된 것)도 골칫거리다.
2004 아테네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대부분의 시설은 ‘흉물’로 불리며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2020 도쿄올림픽에선 개폐회식이 열린 국립경기장, 수영 경기장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 배구 경기 등이 열린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 등을 신설했는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곳은 공연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뿐이다.
그럼에도 파리올림픽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파리올림픽은 개최 예상 비용 약 87억달러(약 11조9000억원)의 ‘가성비 올림픽’으로 치러졌다. 235억달러(약 31조5800억원)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137억달러(약 18조4114억원)의 2020 도쿄올림픽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금액이다.
파리올림픽은 기존 경기장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며 비용을 아꼈다는 분석이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위해 신설된 경기장을 이용했고 양궁대회가 열린 레쟁발리드처럼 문화유산 근처 유휴 공간을 임시 경기장으로 만들었다.
환경 오염 최소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중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조직위는 소비되지 않은 새 음식을 현지 단체들에 제공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원 단체 중 하나인 ‘미싱링크’는 매일 오전 6시 올림픽 현장으로 가 음식을 수거한 후 노숙자, 학생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미싱링크의 대표 발레리 드마르제리는 “우리 주변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쓰레기통엔 양질의 음식이 넘쳐난다”며 올림픽 기간 100명의 자원봉사자와 음식을 수거했다.
이외에도 모든 경기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에어컨 없는 대회 선언, 채식 위주 음식 제공 등 친환경 올림픽을 위한 ‘저탄소’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친환경을 이유로 에어컨 설치 거부 등을 강행한 조직위의 행동은 ‘일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 농구대표팀의 경우 파리 지역 특급호텔 전체를 대여해 ‘낭비’한다며 비난받았고, 우리나라 대한체육회 또한 파리 외곽에 임시 급식센터를 마련해 도시락을 선수촌에 배송해야 했다.
바통은 2028 LA올림픽으로 넘어왔다. 44년전인 1984년 열린 LA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흑자 올림픽이었다. 당시에도 파리올림픽처럼 기존 경기장을 활용해 비용을 아꼈고 중계권료 등을 인상해 약 3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2028 LA올림픽은 파리올림픽보다 비용을 덜 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새 경기장을 단 한 곳도 짓지 않을 예정으로 예상 비용은 약 69억달러(약 9조4000억원)다.
다만 LA올림픽의 가장 큰 걱정은 도시 내 노숙자 문제 해결이다. LA의 노숙자는 약 4만5000명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LA가 노숙자 문제 해결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캐런 배스 LA시장은 “거리에서 노숙자들을 끌어낼 것”이라며 “임시주택을 제공하고, 그들이 집을 잃은 이유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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