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필수품' K-필터샤워기···日 500개 매장에 깔린 배경[빛이 나는 비즈]

박진용 기자 2024. 9. 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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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표 메이저 유통사 도시샤
'블랭크코퍼레이션'에 러브콜
K-리빙 일본 진출 신호탄 전망
[서울경제]

블랭크코퍼레이션의 필터샤워기 전문 브랜드 퓨어썸이 일본 메이저 유통회사의 러브콜을 받아 현지에 진출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샤는 최근 현지 온·오프라인 매장 500곳에 퓨어썸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1948년 설립된 도시샤는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메이저 유통 및 제조기업이다. 리빙 및 생활 가전 분야에서 손꼽히는 리딩 업체로 자체 브랜드 제품 외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매출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이 회사가 한국 제조회사와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협업 사례로 퓨어썸을 선택한 것은 K-리빙 제품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마이크로버블 기술을 활용한 샤워헤드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수 기능과 염소 제거 기능을 갖춘 샤워헤드의 인기가 뜨겁다는 평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미라블 Zero'라는 샤워기가 1년 동안 약 20만 대가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목할 점은 도시샤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 스타트업에 먼저 협업 제안을 했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터샤워기 분야에서 가장 많은 구매 데이터를 보유하고, 독자적 기술력도 갖고 있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모노즈쿠리 정신’을 추구하는 도시샤는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해당 카테고리에서 1위를 지향하는 전략을 지향한다. 자신들이 없는 기술을 보유했다면 자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손 잡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뷰티 및 D2C 등 일부 업종에서만 성공 사례를 썼던 한국 스타트업이 외형적 성장에 못지않게 내실 역시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도시샤는 일본 주요 언론사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 정도로 한국 브랜드와 협업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내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퓨어썸 제품의 모습. 사진 제공=블랭크

도시샤의 주요 유통처인 온오프라인 500개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퓨어썸의 비타 필터 샤워기 4종 및 비타필터 6종, 퓨어필터 등이다. 퓨어썸은 2025년까지 일본 내 1000개 점포 입점을 통해 한국 판매량의 두 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퓨어썸은 일본 판매에 중동 및 글로벌 시장에서 특히 수요가 있다고 파악한 ‘향’을 중점적으로 소구할 예정이다. 6가지 향 옵션에 레몬 499개 분량의 고함량 비타민C가 함유된 비타필터를 시작으로 점차 바디럽의 리빙 제품도 일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전통적인 제조 강국 일본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는 “트렌드 사이클이 빠른 한국 시장은 대기업의 브랜드를 비롯해 수많은 브랜드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시장으로, 이 시장에서 7년간 견고하게 선도 브랜드를 지킨 점을 인정 받아 의미가 깊다”며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낸 바디럽 퓨어썸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샤는 지난 8월 27일 퓨어썸의 일본 진출과 상품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퓨어썸의 온라인 엑스(구 트위터) 공식 계정과 라쿠텐 및 도시샤 마르쉐에 퓨어썸 일본 공식 사이트를 운영한다.

한국 업체와의 협업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파인버블 마이크로버블 샤워헤드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면서 관련 시장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비타민C 등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는 필터형 샤워헤드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현지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리빙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정수 기능과 다양한 향을 제공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덧붙였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한국에서 퓨어썸을 통해 마시는 물이 아닌 ‘몸에 사용하는 물’에 대한 인식을 만들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던 것처럼 일본 내에서도 필터샤워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으로는 정수 리터러시(몸에 닿는 물을 정수하는 문화)의 향상을 주도한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로 론칭 7주년을 맞은 퓨어썸은 누적판매 450만개(필터 단품기준 3600만개 이상)를 기록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분당 10개꼴로 팔린 셈이다. 국내 필터샤워기 중 가장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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