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가 왜 ‘올리브영역’이냐” 논란에...지하철역 이름 판매 기준 손 본다
서울교통공사가 내년부터 지하철역 이름 병기(竝記)권을 민간 기업 등에 판매할 때 ‘지역 대표성’ ‘공공성’ 등도 심사 기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성수역, 강남역 등의 이름이 CJ올리브영, 하루플란트치과의원 등에 팔리자 “공공재인 지하철역 이름을 해당 지역과 아무 상관 없는 사기업에 파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 탓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낙찰 기관 선정 기준에 지역 대표성, 공공성 등을 세분화해 추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며 “조만간 자문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은 지하철역 1㎞ 이내에 있는 기업이나 병원, 기관이 돈을 내고 역 이름 옆이나 밑에 자기 이름을 함께 적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입구, 승강장 역명판 등에 부역명이 추가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2016년부터 지하철 1~8호선 주요 역에서 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는 역 이름 입찰의 문턱이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역에서 1㎞ 이내에 있고, 유흥업소처럼 공공장소에 이름을 써 붙이기 부적절한 곳이 아니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기준을 만족한 곳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최종 낙찰자가 된다.
그러나 지난달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강남역 등의 입찰 결과가 발표된 이후 논란이 일었다. ‘지역 대표성’이나 ‘공공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수역의 경우 CJ올리브영과 무신사가 맞붙었다. CJ올리브영은 성수역 인근에 매장을 조성 중이고, 무신사는 본사가 있다. 결국 가장 높은 금액인 10억원을 써 낸 CJ올리브영이 역 이름을 따냈다. 이 과정이 알려지자 온라인 등에선 “올리브영 본사도 아니고 매장이 들어온다는 건데, 성수역이 왜 올리브영역이 돼야 하느냐” “본사가 있는 무신사였다고 하더라도 성수역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공공재를 팔면서 오로지 ‘액수’만 보는 건 부적절하다”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강남역은 11억1100만원을 써낸 하루플란트치과의원이 낙찰받았다. 이에 대해서도 “강남역 근처에 수많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있는데, 개인병원이 역 이름을 가져가는 것이 맞느냐” “외국인들이 보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역 이름을 병기하나’ 싶을 것” 등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이름 병기권이 해당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이대서울병원이 아니라 ‘최고가’를 써낸 개인병원에 팔린 탓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재정난 해소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그간 입찰액이 주요 심사 기준이었는데, 공공성 논란이 계속돼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올해 안으로 기준을 개정해 내년 입찰부터 적용한다는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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