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타격' 미사일 승인 고심…러 "키이우 용광로" 위협
러 메드베데프 "키이우,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겠다" 으름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영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서방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놓고 뚜렷한 확답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전히 우크라이나는 그간 숙원을 놓고 '서방의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러시아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 본토 타격이 사실상 허용된다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용광로로 만들겠다"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관련 제한을 완화하는 조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는 달리 이와 관련한 결정 없이 끝났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순항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고 싶다는 신호를 미국에 이미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미영 정상회담 이후 스타머 총리는 스톰섀도 관련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중동,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여러 전선에 대한 길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회담이) 특정 능력에 관한 건 아니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백악관도 선을 그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회담 전 브리핑에서 "그 부분에 대한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도부에서도 우크라이나 요청에 지지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방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는 확고한 법적·군사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공격을 받는 모든 국가는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는 자국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무기를 제한하는 데 '독립적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기자들에게 장거리 무기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그대로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정책과 관련 없이 미국과 나토가 제공한 다른 무기들과 우크라이나가 자체 제작한 무기들로 우크라이나가 성공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전직 총리와 국방장관들도 스타머 총리의 '결단'을 압박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직 총리와 국방부 장관 등 5명이 스타머 총리에게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도 장거리 스톰섀도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5명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그랜트 섑스, 벤 월리스, 페니 모돈트, 리엄 폭스 등 전 국방장관 4명이다.
이들은 스타머 총리에게 스톰섀도의 사용 허용이 더 이상 지연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동맹국들의 결정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13일 주민과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위험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며 타우루스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그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타우루스를 지원하라는 대내외적 압박에도 이를 거부해왔다.
독일 타우루스는 사거리가 약 500㎞인 장거리 미사일로, 제공될 경우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된다.
숄츠 총리는 "나는 (타우루스 제공에 대해) 반대했다"라며 "이는 장거리인 다른 무기에도 적용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다르게 결정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렇다(반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연일 우크라이나의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응해 러시아가 핵무기가 아닌 무기로 키이우를 파괴해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공격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공식적 근거가 있지만, 대신 새로운 기술의 무기를 사용해 인내심이 다하면 키이우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지난 12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경우 나토가 러시아와 전쟁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dyle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야탑역 '흉기난동' 예고글…익명사이트 관리자의 자작극이었다 | 연합뉴스
- 수능날 서울 고교서 4교시 종료벨 2분 일찍 울려…"담당자 실수"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
- "콜택시냐"…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에 내부 와글와글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앙투아네트 스캔들 연관설' 다이아 목걸이 67억원 낙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