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에도 에어컨 잘 찾지 않는 독일…전쟁까지 겹쳐 가전 고를 때 1순위는 '고효율'

김지현 2024. 9. 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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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상점이나 사무실, 집에도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가전기업 밀레도 에어컨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오래된 건물도 공사를 통해 천장에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한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선 드물었다.

베를린에 사는 가전업체 관계자는 "독일인은 창문을 닫으면 바깥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서 내부가 시원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에어컨은 실외기를 설치하는 규정이 까다롭고 노후된 건물이 많아 쓰기에 번거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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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IFA 2024 현장 가보니 
대형 건물도 에어컨 사용 자제
전기료 걱정 고효율 제품 선호
독일 베를린 중심가 쿠담거리에 있는 가전 매장 자툰에서 고객들이 LG전자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독일은 상점이나 사무실, 집에도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에어컨을 틀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드물어요.
독일 가전매장 관계자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가 한창이던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쿠담 거리에 위치한 가전매장 자툰(Saturn)의 3층 전시장. 자툰은 한국의 하이마트처럼 갖가지 가전을 모아놓은 곳인데 실내 온도 30도가 넘을 만큼 무더워 매장 관계자에게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푹푹 찌는 사우나 같은 열기는 IFA 전시장 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몇몇 기업의 대형 전시관을 제외하면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곳이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전시관이나 박물관 실내는 서늘할 정도로 추워 여름철 피서지로 사랑받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독일에서 머문 대형 호텔 체인을 빼면 일반 식당도 에어컨을 켠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독일인이 에어컨을 멀리하는 이유가 뭘까. 현지 가이드와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①지정학적 이유를 첫손에 꼽았다. 한국보다 북쪽에 있어서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워서 에어컨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심화했다는 것. 에어컨이 없어도 버틸 만했다는 분석은 사실에 가까워 보였다.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가전기업 밀레도 에어컨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②친환경 건축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베를린의 건물은 실외기 설치할 곳을 따로 둔 곳이 많지 않았다. 대신 단열 성능을 강화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지은 곳이 많다고 한다. 국내에선 오래된 건물도 공사를 통해 천장에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한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선 드물었다. 베를린에 사는 가전업체 관계자는 "독일인은 창문을 닫으면 바깥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서 내부가 시원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에어컨은 실외기를 설치하는 규정이 까다롭고 노후된 건물이 많아 쓰기에 번거롭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 불러… 에너지 절약 고삐

올해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24가 열린 독일 베를린의 전시장 모습. 베를린=김지현 기자

③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된 영향도 크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에너지 절약에 더 민감해졌다. 독일도 곳곳에서 거리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에어컨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겨울에는 온수 사용 시간도 조절 중이다. 에너지 사용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가전의 에너지 효율 등급표를 꼼꼼하게 따져 예상 전기요금까지 비교한 뒤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어컨이 선풍기 수십 대와 맞먹는 양의 전력을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전 기업들은 유럽에서 고효율 에너지 제품을 만들어 적극 홍보하는 추세다. 강대종 LG전자 H&A사업본부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유럽에 와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이 약 네 배, 가스요금은 아홉 배 올랐다고 하더라"며 "기업들은 어떻게든 적은 양의 전력으로 (가전을) 운전하는 프로그램을 유럽에서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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