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모자 유튜버 조재원-김동금 “‘호랭이’가 ‘떡상’ 안겼어요”[추석특집 인터뷰 ①]
어머니와 아들은 가족관계에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그 중간 어디에 있다. 매일 티격태격하면서도 또 서로 끔찍한 어머니, 딸과 다르다. 그렇다고 비교적 데면데면하고 속정은 있지만, 표현이 서툰 아버지, 아들과도 다르다. 적당히 가까우면서도, 또 적당히 멀다.
개그 전문 유튜버로 최근 200만 구독자를 넘은 ‘조재원’ 채널의 주인 유튜버 조재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 지금을 만든 이유가 크지만, 그의 성공에는 어머니인 김동금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랑하지만 그만큼 안타깝고 부담스러운 관계에 많은 이들이 열광할 줄이야.
‘현실남매’ ‘현실자매’라는 용어가 있었다면 조재원과 김동금씨의 관계는 ‘현실모자’에 가깝다. 채널은 두 사람의 무궁무진한 관계에 의한 콘텐츠로 최근 이른바 ‘떡상’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또 그 가족과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은 ‘유튜브’. 이 모자의 모습은 마치 탕수육을 딸기잼에 찍어 먹는 듯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 ‘호랭이’가 가져다준 유명세
서울체중을 나온 인라인스케이트 선수 출신 조재원은 개그에 뜻을 두고 서울 홍대 김대범 소극장에서 자신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방송 코미디가 쪼그라들면서 그가 설 자리도 좁아졌다. 2016년 자신의 이름을 건 ‘조재원’이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처음 채널은 개그 유튜버라면 누구나 다 하는 ‘몰래카메라’ 위주의 채널이었다. 여기에 상황극을 넣고 남들 모두 다 하는 콘텐츠는 하나씩 다 건드렸다. 그러다 대박이 난 콘텐츠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 김씨가 등장하는 ‘죽음의 ASMR’이다.
“어머니께서 식당을 오래 운영하셨어요. 새벽에 오시니까 제 기억에는 라면 하나 몰래 먹으려면 어머니의 잠을 방해하게 되는 거였죠. 그래서 어머니 앞에서 조심조심 무언가를 먹던 경험을 살려 콘텐츠를 하게 됐어요. 일반적인 ASMR에 코미디의 상황을 추가한 거죠.”(조재원)
단잠에 빠진 동금씨는 아들이 몸에도 안 좋은 야식을 먹는 모습을 깨서 볼라치면 대번에 나무라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보성 출신의 김씨 사투리 욕은 구수하게 앵글에 박혔다. ‘X병’ ‘썩어 X빠질 것’ ‘X것’ 등 많은 욕이 있었지만 ‘호랭이가 물어갈 놈’이 가져온 반향은 컸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중국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죠. 어머니의 전라도 욕을 중국분들이 신박하게 생각해주신 거였어요. 중국에서는 동물이 들어가는 욕이 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표현이 신선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조재원)
‘죽음의 ASMR’의 우연한 출연자에서 어머니 김동금씨의 입지는 빠르게 커졌다. 지금은 어머니의 일상을 공유하는 ‘동금로그’ 콘텐츠를 따로 꾸릴 정도다. 김씨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개그의 특성상 10대, 20대의 젊은 시청자들이, 중장년이 등장하는 특성상 50대 이상의 시청자도 알아본다. 어느 시장에 가도 구독자를 만난다.
“학생들이 많이 알아봐요. 어제도 네 번 알아봤는걸요. 늙어서 처음에는 창피했지만, 지금은 밖에 나가더라도 꾸미게 되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알아보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해요. 요즘 로또복권을 사고 있는데, 당첨되면 구독자분들께 꼭 ‘문상(문화상품권)’을 쏘고 싶어요.”(김동금)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학생들에게 용돈을 준 일도 있었단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자는 아들의 권유로 요즘에는 딸이 다니는 마트에서 나오는 과자들로 대체했다. 60대가 넘어 갑자기 찾아온 유명세. 대중의 사랑은 조재원 뿐 아니라 김동금씨의 삶에도 큰 활력이 되고 있다.
■ “뭔 유튜브? 기술이나 배우라고 했었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개그를 연마하기 시작한 조재원의 삶은 고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숙소생활을 하면서 일용직을 했다. 일이 끝나면 극단에 가 공연을 했다. 그리고 일당을 받으면 8, 9만원으로 생활을 하고 오롯이 영상에 투자했다. 처음 조재원이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김동금씨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영상을 찍는다고 밤에 무엇을 먹기 시작했어요. 욕부터 나갔죠. ‘저걸 해가지고 돈이 되겠냐’라고도 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아들과 무던히 싸웠죠. 기술을 배우라고 했어요. 그런데 유튜브를 하니까 돈이 되는 거예요. 조금씩 유튜브에 대해 배우고, 아들을 응원하게 됐죠.”(김동금) (②에서 계속)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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